빛의 춤, 색의 음악, 쇼메라는 무대
“온 영혼을 쏟아붓고, 느끼는 대로 연주하세요!” ─ 프레데리크 쇼팽
쇼메는 가장 오래된 주얼리 하우스다. 1780년 설립되어,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럭셔리 역사의 최상위에 있다. 하지만 쇼메가 24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단지 풍요로운 유산 때문만은 아니다. 메종 고유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흐름을 따르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한 결과다. 19세기 후반부터 예술 사조와 트렌드를 주얼리에 반영한 쇼메의 창의력과 혁신성은 다시 음악, 춤, 마술이라는 세 가지 예술적 영감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 앙 센(Chaumet en Scène)’을 통해 드러난다.
다양한 영감으로 형성된 메종은 예술에 따라 시대와 소통하며 진화했으며, 그 레퍼토리에서 수많은 모티브를 이끌어낸다. 그중에서도 쇼메와 음악 예술의 깊은 유대감은 좀 더 특별하다. 1907년 메종이 이전하기 전 방돔 광장 12번지에 자리하던 보다르 드 생트 제임스 호텔(Hôtel Baudard de Sainte-James)의 그랑 살롱은 1849년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이 마지막 작품 ‘마주르카 Op. 68 No. 4’를 작곡한 장소이기 때문이다(2020년 메종과 함께 복구 및 개편되어, 현재는 ‘살롱 쇼팽’으로 불린다). 다채로운 공연 예술에 경의를 표한 2017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 에뛴느 페트(Chaumet est une Fête)’에서 알 수 있듯, 춤 역시 쇼메의 수많은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혹적인 요소다.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를 비롯해 벨에포크 시대 파리를 지배했던 댄서 라 벨 오테로(La Belle Otero), 파리의 역사적인 카바레 물랭 루즈(Moulin Rouge)와 폴리 베르제르(Folies Bergère)의 유명한 헤드라이너였던 미스탱게트(Mistinguett),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s Russes) 무용수이자 유명 화가의 아내였던 올가 피카소(Olga Picasso) 등 과거부터 많은 무용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풍성한 멜로디와 우아한 움직임을 포착한 ‘쇼메 앙 센’ 컬렉션은 시적인 주얼리로 구성되었다. 반복적인 패턴과 자유로움을 혼합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메종이 자랑하는 움직임의 예술을 담은 샹들리에 귀고리는 귀중한 보석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메종의 오랜 전통을 담은 진주 주얼리는 여러 개의 스톤이 하나의 커다란 보석처럼 눈속임을 한다. 장인 정신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마술이다. 브누아 베르윌(Benoît Verhulle)이 이끄는 방돔 광장 12번지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39피스의 황홀한 주얼리는 한 편의 위대한 예술 작품처럼 잊지 못할 감동을 남긴다.
Feel the Rhythm
음악을 기념하는 ‘쇼메 앙 센’ 첫 장의 주인공은 세 가지 라인으로 구분된다. 쇼메를 상징하는 푸른빛의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복잡하고도 섬세하게 교차하는 ‘하모니(Harmony)’가 맑고 투명한 듀엣곡을 형상화했다면, 오로지 다이아몬드의 광채로만 이루어진 ‘멜로디(Melody)’는 감미로운 선율을 떠오르게 한다. 에메랄드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로 수놓은 오선지에 총 15.03캐럿의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3개가 음표처럼 세팅된 ‘스코어(Score)’ 주얼리는 한 편의 교향곡처럼 웅장하고도 찬란하다.
Shall We Dance
탐스러운 컬러 스톤이 무대에 올라 안무를 펼쳐내는 제2장은 춤에 대한 찬사다. 여섯 가지 피스로 구성된 ‘탱고(Tango)’ 라인은 그 이름처럼 열정적인 디자인이 특징. 나선형으로 회오리치는 스트랩 안으로 세팅한 붉은색 루벨라이트와 청록색 투르말린의 대비가 역동감을 자아낸다. 각각의 화이트 골드 꽃잎에 독립적인 움직임을 부여한 ‘발레(Ballet)’ 목걸이는 스리랑카산 사파이어와 함께 발레리나의 우아한 턴을 구현했으며, 컬러 사파이어의 높은 채도가 돋보이는 ‘스윙(Swing)’ 라인은 흑백의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를 교차 세팅해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Like a Magic
‘쇼메 앙 센’의 마지막 장은 마술 공연으로 채워졌다. 루비와 다이아몬드의 조화가 인상적인 ‘일루전(Illusion)’ 라인을 마주하고 마술사의 환상에 매료된 관객처럼 빠져들었다면, 천연 진주의 로맨틱한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트롱프뢰유(Trompe-l’oeil)’ 목걸이를 보고 1913년 인도 마하라자 투코지 라오 홀카르 3세(Tukoji Rao Holkar III)를 유혹했던 작품과 착각할지도 모른다. 공중 곡예를 뜻하는 ‘하이 볼티제(High Voltige)’ 라인은 메종이 자랑하는 선의 예술을 대표한다.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눈부신 스트랩을 줄타기 곡예사처럼 팽팽하게 당기고 비틀어낸 디자인의 핵심은 쇼메의 정교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아름다운 오벌 컷 다이아몬드!
Sleepless in Venice
쇼메는 귀중한 보석과 예술 분야를 결합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 앙 센’을 처음 소개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프랑스를 벗어나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했다.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가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하는 도시”라고 표현했을 만큼 현재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드는 아름다운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가 그토록 감동했을 정도로 창작자들에게는 오랜 시간 영감의 도시로 각인되어왔기 때문이다. 베니스의 특별한 풍경을 담은 그림은 수 세기에 걸쳐 이어졌고, 도시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성당에는 세계 유명 미술관이 소장할 법한 수준의 작품이 걸려 있지 않은가.
‘라 세레니시마(La Serenissima, 가장 고요한 곳)’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동서양의 서로 다른 예술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베니스. 쇼메는 그 중심부에 위치한 산 로코 대신도 회당(Scuola Grande di San Rocco)에서 잊을 수 없는 저녁을 선사했다. 지난 6월 12일, 이 유서 깊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 건물을 장식하는 틴토레토(Tintoretto)의 천장화 아래에서 ‘쇼메 앙 센’ 컬렉션의 모습을 공개한 것. 예술적인 영감과 매혹적인 이야기로 완성된 하이 주얼리가 지닌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은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 켈리 러더포드, 모델 코코 로샤 등 메종의 앰배서더와 프렌즈를 비롯해 베니스로 초대받은 모든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영국 가수 소피엘리스 벡스터는 약 30.5캐럿의 인디콜라이트 투르말린과 옐로 사파이어가 세팅된 ‘온돌라시옹(Ondulation)’ 목걸이를 착용한 채 선보인 축하 공연을 통해 쇼메와 예술의 뿌리 깊은 연관성을 기념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 작품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이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1912년에 쓴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영화 주제곡으로도 등장한다). 이 소설은 다시 1973년 문학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에 의해 오페라로, 2003년 미국 태생의 독일 무용가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에 의해 모던 발레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렇듯 예술은 서로 영감을 주고 끊임없이 순환하니, 그 흐름은 마법과도 같다. 예술과 패션, 퍼포먼스를 눈부시게 엮어낸 ‘쇼메 앙 센’의 탄생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 사진
- COURTESY OF CHAU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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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U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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