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초월한, 안젤리나 졸리의 까르띠에 브로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제작한 마리아 칼라스 전기 영화 <마리아>의 베니스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전날, 주연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사색에 잠겨 있었다. “아주 오래전이에요. 파블로를 처음 만난 날, 제가 그의 열렬한 팬이며 언젠가는 함께 일하고 싶다고 그에게 말했죠.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영광입니다. 위대한 여성이자 예술가였던 그녀에게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부족한 연기력으로 그녀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로요.”
졸리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이다. <마리아>에 출연한 그녀는 커리어에서 손꼽을 만한 열연을 펼친다. 검은 스모키 화장부터 아름다운 목소리, 격정적인 감정까지 마리아 칼라스의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게 재연한다. 졸리는 마리아 칼라스를 연기하는 대신, 마리아 칼라스가 되기 위해 강도 높은 연습 과정을 거쳤다. “파블로는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노래도 제가 직접 하기를 바랐죠. 6개월이 넘도록 노래와 이탈리아어 수업을 듣고, 오페라를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죠.”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졸리는 그 속에서 크나큰 성취감을 얻었다며 자신을 믿어준 파블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마리아 칼라스의 스타일까지 재현해낸다. 칼라스에게 패션이란 갑옷 같은 존재였다. 거친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그녀를 보호해주는 갑옷 말이다. 칼라스는 비키(Biki), 크리스챤 디올, 이브 생 로랑 등 당대 최고 꾸뛰리에의 고객이 되었고 그들은 칼라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에르뎀은 1953년 마리아가 <메데아(Medea)> 공연 중 착용한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2024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리아 칼라스는 주얼리 수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소유한 수많은 주얼리 중 그녀가 가장 아낀 것은 까르띠에의 브로치. 1971년 제작된 이 브로치는 흰색 칼세도니 위에 까르띠에의 상징과도 같은 금색 팬더를 올린 디자인이었다. 프리미어를 앞둔 안젤리나 졸리와 코스튬 디자이너 마시모 칸티니 파리니(Massimo Cantini Parrini)는 바로 이 브로치에 주목했다. 칼라스가 아꼈던 그 브로치를 까르띠에 하우스가 소장하고 있었던 것.
지난 8월 29일 <마리아>의 프리미어가 열린 날, 졸리는 ‘아뜰리에 졸리’의 블랙 드레스 위에 마리아의 브로치를 단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에게 존경심을 표한 것. 졸리 역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하고 다니던 브로치를 달고 프리미어에 참석하다니! 정말 특별한 순간입니다. <마리아>에서도 이 브로치가 등장하니, 영화 관람할 때 눈여겨보세요!”
<마리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칼라스의 주얼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극 중 등장하는 꽃 모양 브로치 역시 칼라스가 평소 즐겨 착용하던 아이템. 1972년 제작된 이 브로치는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가 박혀 있으며 꽃잎을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29일 오후에 열린 <마리아>의 2차 프리미어에 참석한 졸리의 선택은 바로 이 브로치였다. 타마라 랄프의 시폰 가운과 모피 숄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브로치를 단 것. 졸리는 특히 꽃이 만개한 브로치의 섬세한 디자인에 반했다고 밝히며, “마리아 역시 이 디테일을 보며 미소 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년이 지나 새로운 주인을 찾은 두 브로치. 까르띠에의 이미지, 스타일, 헤리티지 부문 디렉팅을 맡고 있는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 역시 감회를 전했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던 모든 여성이 그랬듯, 마리아 칼라스 역시 까르띠에를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멕시코 출신 배우 마리아 펠릭스(María Félix)의 말을 인용했다. “까르띠에는 언제나 상류층뿐 아니라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이들을 위한 주얼리 하우스였습니다.”
주얼리를 활용해 마리아 칼라스를 오마주한 안젤리나 졸리가 아뜰리에 졸리와 타마라 랄프의 룩을 선택한 이유는? 졸리는 모두의 예측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마리아의 룩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녀가 베니스의 레드 카펫에서 선보인 룩은 아름다웠지만, 그건 온전히 마리아만의 것이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녀의 스타일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교양 넘치는 숙녀가 입을 법한 드레스를 선택했죠.” 졸리는 이날 고대 그리스풍의 생 로랑 드레스를 입고 포토콜에 참석했다. 이 역시 그리스 혈통인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오마주였다.
2년에 걸친 <마리아>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 안젤리나 졸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관객이 <마리아>를 보며 무엇을 얻어가길 바랄까? “모두 영화를 본 뒤 마리아 칼라스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더욱 존경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졸리의 연기는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경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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