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와 로마의 가을
로마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적인 무게와 미래의 비전, 100년의 장인 정신과 실험적인 모던함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 그 사이에서 보여주는 펜디의 여성상은 단순히 옷을 입는 인물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주체다. 그리고 그 서사를 완벽하게 품은 송혜교가 올가을 레이디 룩을 이야기한다.















송혜교를 지켜본 사흘, 그 수행적 삶과 일의 경건함에 대하여.
<보그> 10월호는 배우 송혜교와 함께 3개의 커버를 준비했다. 그녀와 호흡해온 브랜드 겔랑, 펜디, 쇼메와 함께 사흘간 촬영이 이어졌다. 2025년 펜디와 쇼메는 각각 창립 100주년, 245주년을 맞이했고, 송혜교는 올해 겔랑의 첫 아시아 앰배서더로 선정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7년 파올로 로베르시(Paolo Roversi)와 촬영한 송혜교의 첫 번째 <보그> 커버 이후 20년 가까운 인연을 기념해 세리머니를 열고 싶었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배우가 어렵게 비운 사흘 동안 <보그> 패션 디렉터와 뷰티 디렉터는 촬영을 진행했고, 피처 디렉터인 나는 조용히 그녀를 관찰하다 마지막 날, 인터뷰를 위해 작은 원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해온 브랜드, 그리고 <보그>와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현시점이 고맙고 의미 있어요”라고 중저음의 또렷한 발성으로 말했다. 그녀와 이야기하다 보면 몸에 묶인 밧줄이 풀리듯 편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데, 사진 촬영이 아니라 ‘작품을 남긴다’는 말에서 느끼듯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를 신중히 구사하기 때문이다. 작품 홍보를 위해 최근 출연한 방송과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보면, (물론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찬사는 기본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작품으로 말해온 견고한 심지에 관한 것도 많다. 그런 그녀와의 인터뷰는 카운슬링 같았다. 주어진 사흘의 마지막 날인 9월 5일 밤, 한남동 부근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둥글게 차올라가는 달을 보니 왠지 모르게 삶의 의욕이 같이 차올랐으니 말이다.
카운슬링에 앞서 겔랑과 함께한 첫 번째 촬영은 짝사랑에 가까웠다. 스태프 무리에 섞여 지켜보기만 하는 수줍은 팬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나는 같은 시절을 관통해온 1980년대생 또래인 그녀에게 내적 친밀감이 있다. 1990년대 말 다음 포털의 ‘얼짱 카페’ 회원이던 시절, 그곳의 여신이던 송혜교의 교복 사진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절 우리의 ‘예쁜 친구’가 여전히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인 것이 기쁘고, 우리 세대의 저력처럼 여겨진다. 혼자 PC통신 시절의 추억에 잠겨 있는데 송혜교가 하얀 드레이프 드레스를 입고 긴 생머리로(실제는 쇼트커트로, 머리를 붙였다)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월, 극장에서 열린 <검은 수녀들>(2025)의 기자 간담회 말고 실물은 처음이다. (그때는 쉼 없이 터지는 플래시와 함께 무대와 거리가 먼 탓에 ‘회색 수트가 멋지다’란 잔상만 남아 있다.) 선배 에디터들이 왜 그녀를 ‘여신’처럼 묘사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서른 살의 송혜교가 카페 의자에 앉아 있다 빙그르르 에디터 쪽으로 몸을 돌려 인사하자 “예쁘다!”는 탄성부터 나왔다는 글부터, 사막에서 말과 함께 등장한 그녀를 두고 가을의 전설처럼 묘출한 2017년 인터뷰까지. 28년간 활동해온 그녀를 이제야 처음 마주한 내가 인연이 없다 싶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최고였던 이 배우와의 작업은 늘 선배들의 몫이었다.
내가 그녀와 처음 소통한 것은 글을 통해서였다. 2021년 <보그> 27개국이 팬데믹 이후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New Beginnings’라는 동일한 주제로 9월호를 준비했는데, 우리는 일출에 비친 송혜교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새벽 5시 32분 태양이 그녀의 얼굴을 오렌지빛으로 물들일 때까지 모두 졸음을 쫓으며 기다려야 했다. 이는 현장에 있던 패션 디렉터의 회상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때라 촬영 인원은 엄격히 통제됐고, 나는 서면으로 그녀를 인터뷰했다. 그때 식탁에서 써 내려갔다는 송혜교의 답변을 받고 조금 놀랐다. 문법이 꽤 정확하고, 다정하되 단어 선택이 정제됐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문법에 맞는 답변지가 오는 경우가 드물다.) 글은 사람을 드러내기 마련이라 ‘적어도 가볍지 않은 사람’이란 인상이 남아 있었다.
사진가 윤지용과 함께한 첫 번째 커버 촬영장에는 반려견 ‘루비’도 와 있었다. 송혜교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자신의 공간에 자리한 그 무엇보다 루비가 보물 1호라고 말했다.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루비가 큰 힘이 되어줘요. 겉에서 보면 제가 루비를 보살피는 것 같지만 정작 이 작은 존재가 저를 지켜주죠.” 그녀는 3시간 이상 부재중일 때는 필히 지인에게 루비를 보살펴달라 부탁하고 되도록 곁에 함께한다. “다른 강아지들은 주인과 떨어지면 불안해한다는데, 저는 제가 분리 불안을 앓아요.(웃음)” 글로 쓰니 별로 농담조가 느껴지지 않는데, 그녀는 꽤 재미있다. 아무렇지 않게 뭉근한 유머를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랄까. 타인인 나에게 배려와 환대의 의미로 작은 농담을 건네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만남은 펜디와 사진가 목정욱이 함께한 스튜디오에서였다. 그곳에서 처음 말을 건넸다. 촬영의 첫 의상이었던,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허리가 잘록한 펜디 재킷과 스커트를 입은 그녀에게 나를 소개했다. 신고 있던 강렬한 가죽 부츠와 상반되게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친구처럼 환히 웃으며 안부를 물었다. 그 얼굴에서 언뜻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의 주준영이 보였다. 팬도, 팬이 아닌 사람도, 송혜교 자신도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다. 작품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와 드라마 <천천히 강렬하게>를 준비 중이다. 만약 작품 촬영 중인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면 어느 방향으로 시작하든 연기로 귀결될 것이다. 일상에서도 캐릭터에 몰두해 인간 송혜교마저 희미해지는 시기다. “작품에 들어가면 오로지 캐릭터만 생각해요. 그 인물을 만나는 초기에는 아무래도 저도 사람이니 ‘송혜교’로 시작하죠. 하지만 매일 눈 뜨고 감을 때까지 캐릭터로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스며들어버려요. 가끔 지인들이 혜교답지 않다고 짚는 순간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캐릭터의 성향이 나와버린 거였어요. 저는 눈치채지 못해요. 어제도 오늘도 그저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갈 뿐이어서, 누군가 말해준 뒤에야 내가 캐릭터의 영향을 받고 있구나 미루어 짐작하죠.”
요즘 자신에게 되뇌는 말이나 질문이 있는지 묻자 그녀는 “촬영을 시작하면 다른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아요. 그냥 멍해요”라며 미소에 가깝게 웃었다. “내게 하는 질문이라곤 캐릭터와 장면에 관한 것뿐이죠. ‘너는 이 신을 어떻게 생각해?’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니라 이 캐릭터를 기준으로 해야지, 혜교야’ ‘그는 어떤 마음일까?’ ‘몇 개의 선택지를 앞두었을까?’ 작품을 할 때면 이것 외에 다른 관심사는 희석되다 결국 사라져요. 곁에 작품만 자리하죠.” 최선을 다하기란 당연하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게 주어진 배역, 작품에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송혜교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 가장 중요하다ʼ는 주의다. “과거에 얽매이면 달라지는 것은 없죠. 좋았던 과거는 좋게 기억하고, 나빴던 과거는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열심히 살면 돼요. 미래는 현재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 순간, 오늘에 충실하려고 해요.” 자신을 캐릭터에 내주는 과정이 배우에겐 업이지만, 그렇기에 소모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송혜교는 이를 위해 내면을 키워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품이 끝나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잖아요. 캐릭터와 헤어지고 함께한 스태프와 멀어지면서 허전함이 찾아와요. 작품마다 다르지만, 여행하며 하나씩 흘려보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동안 매여 있죠. 잘 이별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잘 보살펴야 해요.” 이번 작품 <천천히 강렬하게>는 1년여의 프로젝트기에 이별의 난도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염려를 언뜻 비쳤다. “그 시간만큼 이별 과정 또한 길 것 같아요.”
<천천히 강렬하게>는 1960~1980년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성공하고자 모여든 인물들의 서사를 그린다.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시대 속 인물의 삶과 감정이 궁금했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라 끌렸어요. 무엇보다 노희경 작가님의 대본이 깊이 와닿았고, 평소 함께하고 싶었던 이윤정 감독님, 여러 멋진 배우가 참여한다니 기뻤죠.” 노희경 작가는 대본을 집필하면서 “이 역할은 왠지 쇼트커트일 것 같다”고 말했고, 송혜교는 바로 “네, 그렇게 해볼게요”라며 응했다. 귀밑에 겨우 닿는 짧은 머리의 송혜교는 순수하지만 용감한 소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은 이런 면모를 지니고 있을 거라 짐작해본다. 서사가 더해질수록 그 안에서 인물은 어떻게 변모해갈지, 송혜교는 그것을 또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송혜교는 헤어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지는 배우다. <풀하우스>(2004) 지은의 발랄한 갈래머리, <일대종사>(2013) 장영성의 목덜미에 낮게 틀어 올린 품위 있는 번 헤어, <더 글로리>(2022~2023) 문동은의 꾸밈없는 단발 등 각 캐릭터마다 떠오르는 헤어가 있을 정도다. “연기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를 좀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데 외적인 설정도 필요하다고 믿어요. 그렇기에 늘 캐릭터의 외적인 면도 함께 고민하고, 작가님과 감독님, 다른 분들의 의견도 수렴하죠. 역할에 도움이 된다면 머리가 어떻든 크게 상관없어요. 쇼트커트가 그 역할의 특성을 은연중에라도 드러내준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죠.”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펜디 스파이 백 캠페인의 울프 커트가 멋졌다. 그런 어두운 톤의 ‘스파이 무비’를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로. 자꾸만 그녀가 새로운 장르와 배역에 임하길 바라게 되는데, 무엇이든 결국 해낼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었고 “그 작품 이후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에서 무엇을 느낄지 궁금해” 선택한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 또한 그렇다. 아이를 살리는 것 외에는 규율이나 지탄은 두렵지 않은 유니아 수녀를 보면서 나는 이 배우가 보여줄 얼굴은 얼마나 또 다양할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코미디는 어떨까. “언젠가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어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코미디는 만만치 않은 장르죠. 유치하지 않게 재미있고 영화 전반에 균형을 이루는 작품을 기다리는데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마지막 촬영일은 사진가 김희준과 쇼메가 함께했다. 영롱한 주얼리와 그녀의 우아함은 상응했는데, 그처럼 빛난 순간 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일대종사>다. 한밤의 극장에서 <일대종사>를 보고 ‘이런 작품은 세대를 거슬러도 남겠구나’ 싶었다. 설사 배우가 생을 다하더라도 작품 속 인물은 관객이 작품을 만나는 한 언제고 숨 쉴 것이다. 사랑을 믿으며 엽문(양조위)을 떠나보내는 품위 있는 여인. 송혜교에게 좋은 작품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흥행 여부가 거론되죠. 물론 당시에 큰 사랑을 받으면 무척 감사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은 언젠가 재평가받는다고 믿어요. 이전에는 방영되는 시점에 시청률이 잘 나오고 인기를 얻길 바랐지만, 요즘은 언제든 지난 작품을 찾아볼 수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 누군가 우리의 작품을 끌리듯이 보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행복할 거예요. 그보다 큰 욕심은 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열심히 연기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마음이 커요.”
송혜교는 갈수록 연기가 어렵다. 28년을 매진했으니 수월해질 것 같지만, 한 세계에 깊이 입성할수록 닿고 싶은 디테일은 발견되고 책임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어릴 때는 막연히 나도 나이 들면 선배님들처럼 연기를 잘하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갈수록 어려워요. 예를 하나 들자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지잖아요. 경험하지 못한 인물들의 다른 인생, 사연, 감정을 탐구하고 공부하며 그에 맞는 연기를 해야 하죠.” 파고든 인물이 많아질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지지 않았을까. “폭이 넓어진다기보다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본인도 싫다면서 왜 고치지 않을까 의아했는데, 돌아보면 저도 못하면서 남에게 바라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그의 삶이 빚은 연유가 있고, 내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 느끼기에 이해하려 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요. 그러고 난 뒤에 제가 좀 더 편해졌어요.”
송혜교의 이런 평온함은 수행의 결과일지 모른다. 노희경 작가와 그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를 작업했고, 무엇보다 마음을 돌보는 ‘수행’을 함께한 인연이다. 송혜교는 17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희경 작가의 권유로 5년간 수행을 해왔다고 밝혔다. 아침에는 하루를 어떻게 맞이할지, 저녁이면 오늘 무엇이 감사했는지 10개씩 썼다. 5년째 되는 어느 날 “수행을 마무리하자”는 노희경 작가의 전언을 들었다. “네가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 이제는 나랑 이렇게 수행하지 않아도 네 마음이 건강해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지 않아. 앞으로 어떤 일이든 네가 잘 헤쳐나갈 거라 믿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송혜교는 마음이 묘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이 수행을 시작할 때는 감사한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너무 큰 감사만 찾은 거죠. 점차 감사한 열 가지를 채우고도 한참 이어졌어요. 제가 건강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꼈죠.”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 노희경 작가는 그녀에게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라고 조언했다. 그 전까지 송혜교는 자신이 첫 번째인 적이 없었다. 엄마, 친구, 타인을 우선순위로 두고 그 배려 속에서 자기 의사는 다음으로 미루거나 숨겼다. “노희경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나를 사랑한 적이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나를 첫 번째로 두고 움직여보자’였죠. 이전엔 약속을 해도 상대가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장소에 따랐다면 이제는 ‘커피 맛있는 카페를 발견했는데 괜찮으면 거기서 볼래?’라고 먼저 제안해요. 친구가 기꺼이 응해주면 저는 행복해지고, 그 행복한 공간에 와준 그가 너무 고마운 거예요. 먼저 저를 사랑하니까 상대방을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상대에 맞추고선 왜 내 공을 몰라줄까 섭섭해진다는 나의 사례를 그녀는 이렇게 위로했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내가 예뻐 보이지 않잖아요. 그게 또 속상하고요. 예쁘지 않은 자신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나를 더 사랑해야겠더라고요.” 송혜교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 친구들과 20여 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인연의 열쇠는 한마디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것’. “친하다고 풀어지지 않고 더 예의를 갖추고 세심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저도 모르게 상처 준 적도 있죠. 그럴 때면 빨리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다행히 주변 친구들도 저를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어 오래 함께하는 것 같아요.” 달이 뜨고 인터뷰가 마무리될수록 학연도 지연도 없는 그녀를 ‘선배’라고 부르고 싶어졌는데, 이 배우가 오랜 탐구 끝에 얻어낸 삶의 태도가 지금 내 고민과 맞닿았기 때문이다. (쇼트커트에 회색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어 유독 앳되어 보인 날이었음에도.) 아마 육성으로 나와버렸다면 그녀는 인터뷰가 끝나고 보낸 메시지처럼 답했을지 모른다. “전 아직도 서툰 게 많아요. 그것이 희망이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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