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패션계를 정의한 순간 22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 ‘바 재킷’을 어떻게 재해석할까요? 에디 슬리먼과 피비 파일로의 후임은 그 뒤를 어떻게 이어갈까요? 수많은 밈을 탄생시킨 뎀나는 구찌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줄까요? 올 한 해 패션계에서 가장 큰 뉴스는 바로 브랜드의 디자이너 교체 행렬이었습니다. 스무 개가 넘는 톱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뀌었죠. 브랜드가 셀럽의 영향력에 기댄 ‘소프트 론칭’ 방식을 활용하면서, 레드 카펫마저 새로운 디자인 수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2025년 12월 <보그> 미국 표지를 장식한 티모시 샬라메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샬라메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하이더 아커만의 새로운 톰 포드 컬렉션을,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사라 버튼의 새로운 지방시 컬렉션을 선보였죠.
한편 거리는 라부부가 점령했습니다. 어디서나 가방에 매달린 라부부를 볼 수 있었거든요. 신발 중에서는 플립플롭이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필수템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여름 조나단 베일리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런던 포토콜 현장에 더 로우의 플립플롭을 신고 나타나 크게 이슈가 된 후로요. 런웨이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던 코너 아이브스의 ‘Protect the Dolls’ 티셔츠는 사회적 논제를 던지는 잇템으로 진화했습니다. 이 티셔츠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위한 핫라인이자 지원 단체 ‘트랜스 라이프라인(Trans Lifeline)’를 위한 기부금이 60만 달러 이상 모금되었으니까요. 이 밖에도 무대에서는 켄드릭 라마의 셀린느 청바지와 레이디 가가가 앨범 <메이헴(Mayhem)> 공연에서 입은 화려한 의상이 주목받았습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 <폭풍의 언덕>에서 마고 로비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인터넷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요.
2025년, 패션은 정말로 우주에까지 진출했습니다. 케이티 페리, 로렌 산체스 등이 몬세(Monse)가 디자인한 우주복을 입고 지구 궤도 가까이를 비행했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별난 개성을 한껏 드러냈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약혼을 발표하며 폴로 랄프 로렌의 드레스를 매진시켰습니다. 지금부터 2025년 패션계를 정의한 중요한 순간순간을 확인하세요!
‘소프트 론칭’의 해: 셀럽이 새로운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살짝 선공개하다
티모시 샬라메는 하이더 아커만의 톰 포드 컬렉션과 사라 버튼의 지방시 컬렉션을 모두 입어본 최초의 인물입니다. 톰 포드의 옷은 2025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지방시의 옷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였죠. 샬라메와 함께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에 출연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동반한 엘르 패닝 역시 사라 버튼이 디자인한 화이트 드레스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샬라메의 이 레드 카펫 룩이 한 해 동안 이어질 ‘소프트 론칭’ 트렌드의 시작이라는 걸요. 칸영화제에 참석한 비키 크립스와 줄리안 무어는 루이스 트로터의 보테가 베네타 데뷔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또 몇 달 후에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다리오 비탈레의 첫 베르사체 룩 중 블레이저와 진을 똑같이 맞춰 입었죠. 다른 현장에서 미아 고스와 그레타 리는 조나단 앤더슨의 새 디올 컬렉션을 입었고요.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가 업계 내부자만의 이야깃거리로 비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화제성을 끌어내는 것은 영리하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들 중 새로운 브랜드에서의 첫 컬렉션을 런웨이에서 선보이며 ‘하드 론칭’에 성공한 디자이너는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와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뿐이었습니다.
라부부의 침공

라부부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나요? 올 초봄, 갑자기 이 작은 참(Charm)이 핸드백과 키 체인에 매달린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라부부는 US 오픈에 나타나더니 자연스럽게 틱톡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라부부는 작가 카싱 룽(Kasing Lung)이 10년 전 일러스트 연작 ‘더 몬스터즈(The Monsters)’에서 창작한 캐릭터입니다. 블랙핑크 리사와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등이 룽과 중국 토이 회사 팝마트(Pop Mart)가 협업해 만든 참을 착용했고, 라부부는 곧 대중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 당연히 라부부의 영화화겠죠. 소니픽쳐스가 이 귀여운 녀석들의 영화화 판권을 인수했다는 소식입니다.
캘빈클라인 그리고 캘빈 클라인의 귀환

베로니카 레오니의 캘빈클라인 데뷔 쇼 현장, 객석 맨 앞줄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그레타 리, 배드 버니, FKA 트위그스 등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은 사람은 바로 브랜드의 창립자, 캘빈 클라인이었습니다. 2002년 회사를 매각한 후 프란시스코 코스타와 라프 시몬스 등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브랜드를 이끌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캘빈 클라인은 여전히 화려하게 등장하는 법을 아는 것 같습니다. 초기 뮤즈였던 케이트 모스, 크리스티 털링턴과 함께 나타나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니까요.
코너 아이브스, ‘Protect the Dolls’ 티셔츠로 사회운동을 시작하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뉴욕 출신 디자이너 코너 아이브스는 지난 2월 2025 가을 컬렉션 쇼에서 ‘Protect the Dolls’라는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는 이 티셔츠를 팔거나 달리 활용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트랜스젠더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할 목적으로 직접 입었을 뿐이죠. 그러나 티셔츠는 순식간에 이슈가 되었고, 아이브스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트랜스젠더 지원 단체인 ‘트랜스 라이프라인’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선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티셔츠는 사회운동을 촉발했습니다. 페드로 파스칼부터 트로이 시반, 틸다 스윈튼, 하이더 아커만, 애디슨 레이까지 많은 사람이 이 티셔츠를 입었죠. 아이브스는 모금액 60만 달러 이상을 트랜스 라이프라인의 핫라인과 트랜스젠더 지원 활동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플레어 팬츠, 입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 켄드릭 라마의 셀린느 청바지에 미국인의 관심이 쏟아지다

저 청바지는 부츠컷일까, 아니면 플레어 진일까? 남성용일까, 아니면 여성용일까?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예상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기억하는 것은 그가 입은 나팔바지였습니다. 라마는 여기에 마틴 로즈(Martine Rose)의 바시티 재킷을 매치하고, 스타일리스트 테일러 맥닐(Taylor McNeill)의 스타일링으로 룩을 완성했습니다. 그가 입은 1,200달러짜리 셀린느 청바지는 인터넷에서 ‘수용 가능한 남자 청바지의 밑단 폭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역시, 언제나 박수를 보내거나 비난받을 거리를 선사하는 켄드릭 라마답군요.
논란의 중심에 선 마고 로비의 <폭풍의 언덕> 웨딩드레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의상이 또 있었으니, 바로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차기작 <폭풍의 언덕>에서 마고 로비가 입은 웨딩드레스입니다. 그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자 영화 팬들과 패션 마니아들은 엄청난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정말 그 시대에 입었던 옷인가? 가슴골이 너무 파인 것 아닌가? 원작 소설 배경은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기 전인데, 주인공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것 자체가 말이 되나? 영화는 내년 발렌타인데이에 개봉합니다. 그때가 되면 논쟁이 더 격렬해질지도 모르겠군요.
달로 간 몬세

로렌 산체스, 게일 킹, 케이티 페리, 시민권 활동가 겸 과학자 아만다 응우옌, 영화 프로듀서 케리앤 플린, 항공 우주 엔지니어 아이샤 보가 ‘블루 오리진’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를 돈 일은 2025년에 일어난 기이하고 재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질문 가운데 궁금증을 더 불러온 것은 이들이 뭘 입고 우주에 갈 것인가였죠. 정답은 바로 몬세의 페르난도 가르시아와 로라 킴이 디자인한 것으로, 영화 <판타스틱 4>에 나온 것 같은 수트였습니다. 두 사람은 오스카 드 라 렌타에서 지난 9월 독립하기 전에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의 옷을 디자인했습니다. ‘블루 오리진’에 탑승한 이들 여섯 명은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은) 파란 캣수트를 입은 슈퍼히어로들처럼 초능력을 얻어 귀환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들만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죠.
아브라카다브라! 레이디 가가, 코첼라에서 대혼란을 일으키다


2025년 레이디 가가는 컴백곡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가 히트하고 이어 발매한 앨범 <메이헴>이 그래미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아주 멋진 한 해를 보냈습니다! <메이헴>은 그녀의 팬들과 평론가, 음악 팬들에게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의 복귀를 알린 앨범이었죠. 가가는 코첼라에서 딜라라 핀디코글루, 마르니,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 등의 의상을 입고 ‘대혼란’이라는 뜻의 앨범명 ‘메이헴’의 비전을 구현하며 자신을 입증했습니다. 정말이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패션이었죠.
Superfine, 멧 갈라
매년 멧 갈라에는 이슈가 되는 순간이 있죠. 2024년 젠데이아가 존 갈리아노의 드레스 두 벌을 입었을 때, 혹은 2019년 케이티 페리가 모스키노의 샹들리에 드레스를 입었을 때처럼요. 올해는 테야나 테일러가 코스튬 디자이너 루스 E. 카터가 만든 옷을 입고, 안드레 3000이 베이비 그랜드피아노 모형을 짊어지고 나타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레드 카펫보다 갈라를 기념하는 전시가 더 이슈가 됐죠. 전시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은 패션계에서 흑인의 댄디즘과 흑인 문화가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전시였습니다.
매치 포인트! 테니스 코트를 런웨이로 바꿔놓은 비너스 윌리엄스



지난 10년 동안 코트 위 스타일이 크게 진화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 변화를 주도한 건 세레나 윌리엄스와 비너스 윌리엄스고요. 비너스는 올해 US 오픈에서도 코트 위 패션으로는 흔히 선택하지 않는 브랜드를 멋지게 착용하며 다시 한번 기대치를 높였습니다. 케이트, 루아르, 푸치, ERL은 활동적이기보다는 런웨이 패션으로 더 잘 알려진 브랜드니까요. 특히 ERL이 커스텀 제작한 양털 라켓 커버가 인상적이었죠. 경기, 종료!
조나단 베일리가 신발 트렌드를 바꾸다

배우 조나단 베일리의 맨발이 (혹은 그로 인해 벌어진 인터넷에서의 소란이) 2025년 패션계의 중요한 순간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삶이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죠.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런던 포토콜에서 베일리는 더 로우의 룩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그레이 진과 여기에 어울리는 컬러의 스웨터를 입고 플립플롭을 신은 꽤 심플한 차림이었죠. 그중에서도 신발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해변도 아닌데 남자가 아무 데서나 플립플롭을 신어도 되나? 남자 발가락이 겉으로 드러나도 괜찮은 걸까? 플립플롭 가격이 수백 달러라니? 베일리는 뭔가 알았던 것 같습니다. 2026 봄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에 플립플롭이 잔뜩 등장한 걸 보면요.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개성을 맘껏 드러내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생 로랑 부츠에 루도빅 드 생 세르냉 홀터넥 셔츠까지, 올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메소드 착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카스가드는 자신의 새 영화 <필리언(Pillion)>을 홍보하는 동안 스타일리스트 해리 램버트의 도움을 받아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선보였죠. 영화에서 그는 소심한 남자 ‘콜린’과 함께 BDSM에서 지배하는 ‘돔’과 복종하는 ‘섭’ 관계를 시작하는 오토바이 갱단 리더 ‘레이’ 역을 맡았는데요. (혹시라도 설명이 필요하다면, 스카스가드가 ‘돔’ 역할입니다.) 영화는 ‘색다른 게이 로맨스’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세 단어 중 하나가 스카스가드의 패션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중 어떤 단어일지 한번 맞혀보시죠.
땅땅! 오리지널 버킨 백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7월 초의 어느 아침, <보그> 본사는 특별한 행사로 분주했습니다. 오리지널 버킨 백이 경매에 나왔기 때문이었죠. 제인 버킨이 소유했던 오리지널 버킨 백은 1984년, 그녀가 에르메스 경영자 장 루이 뒤마를 비행기에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에르메스가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가방입니다. 소더비 경매에 나온 가방의 입찰 시작가는 170만 달러였고, 낙찰가는 820만 달러였습니다. 수수료와 구매자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최종 매입가는 무려 1,010만 달러가 됩니다. 가방은 일본의 한 개인 수집가가 낙찰받았다고 하는군요. 축하합니다!
어쩌면 결국 모든 게 다 로맨틱할지도

찰리 XCX와 영국 밴드 The 1975의 드러머 조지 다니엘이 런던 해크니 타운 홀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날 찰리 XCX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미니 드레스에 심플한 베일을 쓰고, 하얀색 지미 추 아미타 힐을 신었죠. 20명 정도만 참석한 비공개 예식이었지만, 현장에는 파파라치들이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후, 늘 쓰던 선글라스를 끼고 남편과 담배를 피우는 찰리 XCX의 사진은 인터넷에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찰리 XCX의 말이 맞았습니다. 모든 것이 다 로맨틱하다고요.
이건 사랑 이야기예요, 테일러가 ‘Yes’라고 했거든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 소식이 막 전해졌을 때,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저는 기억해요. <보그> 본사에서 영상 촬영 중이었는데, 프로듀서 한 명이 소식을 듣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찍는 걸 멈춰버렸거든요. 그럴 만도 해요! 언제나 사랑을 노래해온 스위프트가 본인의 ‘러브 스토리’를 실현한 거니까요. 팝 음악계의 전설이 될 만한 이야기죠. 트래비스 켈시와의 약혼 사진에서 테일러가 입고 있던 귀여운 폴로 랄프 로렌 드레스는 당연히 곧바로 품절됐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군요!
가장 위대했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난 9월 초 세상을 떠나기 전에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신의 50주년 기념 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그의 커리어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로렌 허튼은 “그는 그저 별이 아니라 하나의 별자리였다”고 평합니다.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부터 아르마니의 맞춤 옷을 여러 차례 입었던 리처드 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르지오는 독창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예술가였고, 일종의 선구자였습니다. 장인의 눈과 손, 화가의 영혼을 지녔었죠.” 케이트 블란쳇도 고인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아르마니 씨는 마음이 깊고, 충실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궤도 안에서 함께했던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특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심이 되어준 그분 없이, 우리는 어떻게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요?”
기억에 남을 9월, 16인의 디자이너가 15개 브랜드를 재탄생시키다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는 다가올 업계의 분위기 변화였습니다. 9월, 16인의 디자이너가 15개 브랜드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며 마침내 변화를 마주할 수 있었죠. 브랜드명을 하나하나 나열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지겠죠. (그러니 위의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패션은 이제 완전히 변화한 걸까요? 아니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올해의 빅 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의 디자이너 개편이었다면, 내년의 가장 큰 이슈는 이번에 자리를 옮긴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이 모두 매장에 출시됐을 때 패션의 향방일 테니까요. 그러니 지켜보자고요!
미란다 프리슬리, 돌체앤가바나 쇼에 복귀하다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밀라노에서 열린 돌체가바나의 봄 시즌 컬렉션 쇼에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두 명을 초대했습니다. 바로 <런웨이> 매거진의 미란다 프리슬리와 나이젤 키플링이었습니다. 맨 앞줄에 앉은 두 사람의 양옆에는 유명 헤어 스타일리스트 크리스 애플턴과 1세대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앉아 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편에서 미란다의 새로운 어시스턴트를 연기한다는 소문이 있었던 시몬 애슐리가, 이들의 뒤편 두 번째 줄에 충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내년 4월 첫 주말에 개봉합니다. 기대해주세요!
서식스 공작 부인 메건이 파리 패션 위크에 나타나 자리를 빛내다
올해의 깜짝 등장이라면, 파리 패션 위크에서의 이 사건만 한 게 없을 겁니다.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발렌시아가 데뷔 쇼에서 관객 입장이 시작되자, 서식스 공작 부인 메건이 들어와 맨 앞줄, 트레시 엘리스 로스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크림색으로 통일한 의상을 입고, 쿠션 컷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빛내며 그녀가 걸어 들어오자 다른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며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슈퍼모델 탄생,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데뷔 쇼에서 아와르 오디앙이 스타가 되다

2026년 봄 시즌 가장 기대를 모은 무대는 41세의 프랑스계 벨기에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데뷔 쇼였습니다. 블라지는 코코 샤넬 이후 세 번째로 샤넬을 이끄는 디자이너입니다. 파리 그랑 팔레에 놀랍도록 멋지게 재현한 태양계 세트 아래 그의 첫 런웨이가 펼쳐졌죠. 하지만 쇼가 끝나고 이틀 만에, 쇼에서 결정적인 요소는 놀라운 세트도, 마티유 블라지가 제안한 환상적인 봄 시즌 룩도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그건 바로 모델 아와르 오디앙이었습니다. 피날레에서 다른 모델들이 한 줄로 행진하는 동안, 오디앙은 대열을 빠져나와 미소를 짓고, 빙글빙글 돌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녀가 자수 스커트의 끝자락을 들어 올리고 춤을 추자 블라지가 무대 뒤에서 나타났습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친 후 달려가 서로 포옹했죠. 오디앙은 <보그> 전화 인터뷰에서 “런웨이에서 힘을 느꼈고, 자유로움을 느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고요. “꼭 달 위에 떠 있는 것 같았죠.”
사라진 티아라, 중절모 쓴 사립 탐정, 그리고 수천 벌의 할로윈 의상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지난 10월에는 루브르가 나쁜 소식으로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프랑스의 왕실 보석 다수가 보관된 아폴론 갤러리가 단 7분 만에 털린 절도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귀중한 보석이 9점이나 도난당했으며,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심하게 파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 상황을 가볍고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주말, 할로윈을 앞두고 틱톡은 검은색 터틀넥에 왕실 보석 모형을 두른 사람들의 영상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대담한 도난 사건이 모두의 할로윈 의상 테마가 된 거죠. 범행 현장에 나타난 당당한 탐정의 모습도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그 탐정은 사실 호기심에 중절모를 쓰고 루브르에 간 10대 소년일 뿐이었죠.
올해의 가장 기분 좋은 임명: 에르메스로 간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

지난 10월, 영국 출신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가 에르메스의 남성복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습니다. 37년간 사랑받은 베로니크 니샤니앙의 자리를 물려받은 그녀의 에르메스 데뷔 컬렉션은 2027년 1월 볼 수 있죠. 지난 2년 동안 여러 브랜드에서 새로운 디자인 수장을 임명했지만, 이번만큼은 업계 전체가 설레는 소식인 듯합니다.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이토록 중요한 자리를 맡은 경우가 드물어서일까요? 아니면 웨일스 보너의 아디다스 시절 삼바 팬이 아주 많아서일까요? 어떤 이유에서건 모두가 기대하는 디자이너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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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José Criales-Unzueta
- 사진
- Getty Images, Instagram, GoRunway, Splash News, Backgrid, YouTube, Courtesy Photos
- 콜라주
- US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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