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의 새로운 드레스 코드, 청바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헬스장의 드레스 코드를 재정립했다. ‘청바지’라는 가장 일상적인 소재가 불러온 새로운 운동 패러다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영상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록 가수 키드 락(Kid Rock)과 함께 한 운동 영상에서 그가 전형적인 운동복이 아닌 빳빳한 데님 팬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일흔둘인 케네디는 청바지 차림으로 에어 바이크, 덤벨 등 여러 운동기구를 거침없이 다루는가 하면, 윗몸일으키기와 피클볼까지 섭렵했다. 마지막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차가운 물로 가득 채워진 욕조에 입수하는데, 재미를 위해 다소 연출이 더해진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얼굴 어디서도 어색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케네디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운동할 때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등산하고 곧장 헬스장에 가곤 했거든요”라고 말하며, 청바지 차림으로 운동하는 것을 즐기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익숙해져서 운동복으로도 그냥 청바지를 입습니다.”
언론이 케네디 장관의 청바지 관련 이슈를 꽤 떠들썩하게 다뤘지만, <보그>는 그날 뉴스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헌터 S. 톰슨(Hunter S. Thompson) 기자의 전통을 이어받아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객관적 사실보다는 기자의 주관적 판단을 내세우는 보도 스타일)의 실천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나는 어제 직접 청바지를 착용하고 소울사이클(SoulCycle)에 가서 자전거 운동을 예약했다.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운동 중 뭘 하는지 몸소 알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소울사이클 브렌트우드점에서 참여한 오전 10시 30분 운동 세션은 거의 5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스피닝 수업(신나는 음악에 맞춰 실내 자전거를 타는 고강도 유산소 운동)이었다. 예전에는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플라이휠 쇼튠즈 스핀 나이트(Flywheel Showtunes Spin Nights)에 규칙적으로 참여하곤 했다. 나와 친구 한나는 오지 않는 남자들의 답장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자전거를 타며 날렸다(한나가 당시 짝사랑했던 남자는 현재 그녀의 남편이 되었고, 내가 좋아했던 남자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이야기가 살짝 옆길로 샜다). 그 당시 나는 섭식 장애에 시달리고 자기부정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촛불과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한 환경에서 땀에 젖은 바지를 입고 45분 동안 스피닝 수업을 견딜 만큼 무모하진 않았다.
다행히 그 수업 참가 인원이 많지 않아서 나의 독특한 복장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혹시 궁금해할까 봐 말하자면, 고작 두 벌밖에 없는 내 대단한 청바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굿 아메리칸(Good American)의 부츠컷 루스 핏을 골랐다. 진한 색 나팔바지가 페달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동료 의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반면 소울사이클 직원들은 내 복장을 아주 반기면서, 지금껏 수술복부터 카고 팬츠까지 운동하러 온 사람들의 다양한 차림을 봤지만 청바지는 처음 본다고 살짝 귀띔했다.

“사실, 청바지 차림으로 첫 수업에 온 남자분을 보기는 했어요.” 브리짓이라는 이름의 한 직원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분은 여자 친구랑 같이 왔는데 수업 예약한 것을 깜빡했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다 하고 갔어요. 용기가 대단하더군요.” 브리짓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 이름 모를 남자만큼 용감해지기로 마음먹고, 자전거에 올라탄 다음 또 다른 친절한 직원에게 ‘운동 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페달에서 발을 빼고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난 평소 운동복을 제대로 갖춰 입었을 때조차 운동을 즐기지 않았다. 하물며 허벅지를 꽉 조이는 청바지를 입고, 놀라울 정도로 몸매가 탄탄한(이 부분은 운동 욕구 증진에 도움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소울사이클 강사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으니 얼마나 더 힘들었겠는가. 내가 기억하는 그 어떤 단체 운동보다 힘들었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 해보려고 15분 정도 애를 썼더니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기분도 좋지 않아 더 이상 운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중간에 슬그머니 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창피해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에 어색하게 20분 정도 앉아 있다가 팔 운동을 할 때 겨우 다시 합류했다. 스피커에서 쾅쾅 울려 퍼지는 케리 힐슨(Keri Hilson)의 명곡에 힘을 얻은 나는 다른 소울사이클 동료들과 함께 결승선까지 자전거를 탔다. 땀에 흠뻑 젖은 청바지 지퍼를 내린 후 이미 생겼을 게 뻔한 땀띠에 고보습 크림을 바르게 될 순간을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케네디가 왜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찬물이 가득 찬 욕조에 바로 몸을 던졌는지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지옥의 45분’이 가져온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땀에 젖어 무거워진 청바지가 그 자체로 중량 밴드가 된 것이다. 레깅스를 입었을 때와 같은 시간, 혹은 더 적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훨씬 높은 강도로 운동할 수 있었다. 하체 근육이 느끼는 압박과 피로도가 차원이 달랐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과를 내는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이 부분을 고려하니 피부에 남은 빨간 자국이 열정 넘치는 훈련 끝에 얻은 훈장처럼 보였다.
솔직히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청바지 운동’을 다른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효율 압축 운동을 원하는 바쁜 현대인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일탈이다. 남들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입은 옷 그대로 운동하는 당당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유경험자로서 조언하자면, 흘러내리지 않는 청바지를 착용할 것을 추천한다.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행여나 뒷줄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엉덩이가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며 바지를 끌어 올리다 보면 운동에 방해될 테니까.
이번 칼럼의 이미지 컷을 촬영하면서 역동적인 포즈를 손쉽게 취하는 모델을 보니 때로는 케네디의 독특한 습관이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촬영 내내 단순히 운동하는 척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덤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실제 운동하는 듯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럼에도 표정과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편안했는데, 이는 그녀의 프로페셔널함 덕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맞게 길이 드는 데님의 유연함 때문이기도 했다. 운동과 청바지라는 낯선 조합에서 파괴적인 아름다움이 발산되는 순간이었다. 다소 불편할 순 있지만, 이색적이고 효율적인 이 청바지 운동이 ‘요즘’ 웰니스의 진정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VK
- 뷰티 에디터
- 신서영
- 글
- 엠마 스펙터(Emma Specter, 미국 '보그' 컬처 에디터)
- 사진
- 엄지수
- 모델
- 김도현
- 헤어
- 신도영
- 메이크업
- 김유민
- 스타일리스트
- 고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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