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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로, 억만장자의 놀이터

2026.05.11

  • VOGUE

프런트 로, 억만장자의 놀이터

패션이 권력, 문화, 사회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궁금하다면 프런트 로를 확인하면 된다.

GettyImagesKorea

“로렌 산체스면 마티에르 페칼이지.” 파리 패션 위크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 쇼장에서 자리를 찾아 앉은 나는 다른 게스트들이 키득거리며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실제 마티에르 페칼은 프랑스어로 ‘배설물’이라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산체스 베이조스를 비하하려는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마티에르 페칼은 2025년 초 꼼데가르송의 신인 디자이너 양성소이자 편집 매장인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후원을 받아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Steven Raj Bhaskaran)과 한나 로즈 달튼(Hannah Rose Dalton)이 설립한 신규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냉소적이면서도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바스카란과 달튼은 ‘신인류적 미학’으로 알려져 있다. 기이하고 파격적인 의상 덕분에 패션 위크에서 꼭 참석해야 할 쇼로 급부상했으며, 반드시 팔로우해야 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떠올랐다. 그들의 미학은 소수를 겨냥하고 있으며, 독특한 패션 브랜드로 구체화되었다.

듀오 디자이너는 기성복과 꾸뛰르에 가까운 의상을 모두 제작한다. 알렉산더 맥퀸, 코코 샤넬 같은 거장의 작업을 참고한 컬렉션을 통해 매 시즌 어떤 식으로든 흥미로운 메시지를 제시한다. 이번 시즌에는 사회적 관점에서 권력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탐구했다. 권력을 소유하고, 갈망하고, 잃거나 결핍된 상태 등을 그려낸 것이다. ‘상위 1퍼센트(The One Percent)’라는 이름을 붙인 이 런웨이 쇼는 지난 1월 꾸뛰르 위크에서 시작되어 2월 말 밀라노 프라다 쇼에서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이 프런트 로에 앉으면서 다시 불붙은 패션 위크를 둘러싼 시의적절한 대화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다시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Lauren Sánchez Bezos)로 돌아가자. 그녀는 남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와 함께 올 초 파리에서 열린 2026 봄/여름 시즌 꾸뛰르 쇼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다니엘 로즈베리의 스키아파렐리 쇼에도 참석했고, 조나단 앤더슨의 첫 디올 꾸뛰르 쇼 백스테이지에서는 따뜻한 환영 인사를 받았다. 이번 일정을 위한 모든 스타일링은 유명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Law Roach)가 맡았다. 이들의 행보는 온라인에서 끝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왜 그들이 그곳에 있으며, 무엇보다 그토록 진보적인 디자이너들이 어째서 베이조스 같은 사람을 자신의 쇼에 초대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연관된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인물 말이다.

프라다 쇼에 참석한 저커버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패션계와 관련 분야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요즘 말로 미우치아의 ‘서사(Lore)’ 중 일부는 그녀가 마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훈련받았고,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반전은 이제 그녀 역시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신념이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스스로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알 도리가 없고, 추후에도 언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 하나는 프라다가 현재 저커버그의 회사 메타(Meta)와 함께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 안경을 출시하기 위해 협업 중이라는 거다. “저커버그가 프라다 쇼에 참석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요.” 쇼가 끝난 직후, 어느 패션 광신도로부터 불만 가득 찬 DM이 도착했다. 나는 믿을 수 있다.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마티에르 페칼 쇼에서 내 뒤에 앉은 게스트들은 로렌 산체스 베이조스가 올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처럼 상위 1%에 속하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젊음에 집착하는 미국의 백만장자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과 기네스 가문의 상속녀이자 그리스 선박 부호 스피로스 니아르코스(Spyros Niarchos)의 전처 다프네 기네스가 런웨이 모델로 등장했다.

바스카란은 쇼 하루 전, 자신과 달튼이 권력의 서로 다른 단계를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과거는 옛날식 고풍스러운 꾸뛰르 드레스를 통해, 현재는 쿨한 젠지의 ‘컬트’ 집단(“사람들은 늘 우리를 컬트 브랜드라고 불러요.” 바스카란이 웃으며 덧붙였다)을 통해, 그리고 미래는 권력의 모습을 시각화해서 표현했다. 기네스와 존슨이 미래의 역할이었다.

베이조스 부부가 함께 런웨이 쇼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 데뷔 쇼에도 참석했지만 당시 둘은 온라인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덧붙이자면 이들은 올해 멧 갈라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초부유층과 그들의 자녀가 컬렉션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역시 새삼스럽지 않다. 베이조스 부부가 참석한 디올 쇼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억만장자 리한나도 자리하고 있었다. 악명 높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와 절연한 딸 비비안 제나 윌슨(Vivian Jenna Wilson)은 뎀나의 구찌 데뷔 쇼 런웨이에 올랐다. 그 쇼에는 베이조스가 참고하는 스타일 가이드에 나올 법한, 꼭 끼는 폴로 셔츠 차림의 근육질 모델도 있었다. 신흥 갑부이자 동시대 패션계 거물 로렌 산토 도밍고(Lauren Santo Domingo)도 쇼에서 볼 수 있었다. 한 친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자 백인 여성”이라는 말로 그녀에게 농담 섞인 애정을 표하곤 한다.

패션 위크는 놀랄 만큼 오랜 기간 부자들의 놀이터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그들이 꾸뛰르 망토를 두른 패션 히어로처럼 군림하던 시절도 있다. 사교계 명사 상 슐룸버거(São Schlumberger)가 앙드레 레온 탈리(André Leon Talley)의 부탁을 받아들여 존폐 위기에 처한 존 갈리아노를 위해 자신의 저택을 쇼장으로 제공한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인터넷으로 누가 쇼에 참석했는지 일일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참석 자격에 대해 집단적으로 따지고 평가하게 되었다. 패션을 오락으로 소비하고 때로는 직업으로 삼는 이 산업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해 착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오늘날에는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정치가 어떤 판단보다 앞서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산토 도밍고는 온라인에서 노골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진보주의 성향을 드러낸다. 누구도 그녀가 프런트 로에 앉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어쨌든 전 <보그> 에디터이자 인기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모다 오페란디(Moda Operandi)의 공동 창립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 장관이던 시절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후마 애버딘(Huma Abedin)도 있다. 현재 아홉 살 연하의 수억대 자산가 알렉산더 소로스(Alexander Soros)와 재혼한 그녀가 같은 억만장자인 토리 버치의 뉴욕 쇼 프런트 로에 앉은 것을 두고 비평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공식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인물이어서다. 혹은 베이조스만큼 유명하지도, 흥미롭지도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리한나가 쇼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비욘세가 브루클린 공장 지대에서 열린 루아르(Luar) 쇼에 깜짝 등장할 때도 열광했다. 그 쇼에는 그녀의 조카가 런웨이에 올랐다. 하지만 산체스 베이조스와 그녀의 남편, 저커버그와 챈의 등장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는 그들이 패션계의 은밀하고도 불편한 이면, 즉 부와 권력을 지닌 쪽에 붙는 속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션계와 그 추종자들이 그를 비판하는 데 사용한 것은 바로 저커버그가 개발한 플랫폼이다.

2005년 미국 <보그>는 2월호 표지에 존 갈리아노의 디올 꾸뛰르 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 트럼프의 사진을 실었다. 기사 제목은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이었고, 샐리 싱어(Sally Singer)가 당시 대통령의 약혼녀였던 멜라니아를 따라 파리 꾸뛰르 쇼를 돌며 그녀가 완벽한 웨딩드레스를 찾는 과정을 취재했다. 기사에는 그녀가 받은 샤넬과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초대장 사진, 쇼와 디너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심지어 칼 라거펠트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까지 담겨 있다. 한때는 부유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패셔너블하게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안다.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서 시끄럽게 굴던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은 그가 저지른 수많은 불쾌한 행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멧 갈라에는 초대받지 못했지만, 트럼프 부부가 모두 패션쇼 프런트 로에 앉은 적도 있다.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패션 위크 때 트럼프 일가가 다시 등장한다면 그 첫 인물은 이방카일 것이다. 그녀는 2025년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맞춤 제작한 지방시 드레스를 입었다. 멜라니아가 2027년 쇼에 등장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돌체앤가바나를 즐겨 입으니 말이다.

여러 면에서 산체스 베이조스는 일종의 ‘넥스트 멜라니아’라고도 할 수 있다. 당대 최고 부자와 결혼했을 뿐 아니라 그녀 역시 웨딩드레스를 입고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그 기사는 2016년 이전 시대의 유물처럼 흥미롭게 소비되는 대신, 베이조스가 당시 약혼녀의 결혼 선물로 <보그>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같은 맥락에서 2000년대 잡지는 타티아나 산토 도밍고(Tatiana Santo Domingo), 카밀라 알 파예드(Camilla Al-Fayed) 같은 유명 재벌 상속녀를 등장시켜 그들의 패셔너블하고 동화 같은 삶을 보여주곤 했다. 2006년 <보그> 기사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찬란한 젊은이들(Bright Young Things)’이었다.

오늘날 패션 잡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 사실상 거의 벗어난 상태다. 대신 우리는 이제 틱톡에서 대표적인 사교계 데뷔 무도회 ‘르 발 데 데뷔탕트(Le Bal des Débutantes)’ 영상을 스크롤하며, 다수의 익명 계정이 무도회에 참석한 인물의 부모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댓글을 읽는다. 기네스 팰트로와 크리스 마틴의 딸 애플 마틴, 캐롤리나 헤레라의 손녀 캐롤리나 랜싱(Carolina Lansing), 제12대 말버러 공작 찰스 제임스 스펜서 처칠의 딸 레이디 아라민타 스펜서 처칠(Lady Araminta Spencer-Churchill) 등이다. 뭐,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다. 중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BYD 컴퍼니 회장 왕촨푸의 딸 앨리스 왕,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의장 데이비드 삭스의 딸 레이건 삭스(Reagan Sacks)까지 꽤 다양하다.

<베니티 페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재벌 나세르 알 라시드(Nasser Al-Rashid)와 이혼한 프랑스 사업가 무나 아유브(Mouna Ayoub, 당시에는 무나 알 라시드였다)를 조명한 것은 1996년이었다. 작가 밥 콜라셀로(Bob Colacello)는 당대 가장 열정적인 꾸뛰르 고객이자 수집가로 알려진 아유브를 만나, 그녀가 친구 디다 블레어(Deeda Blair)와 함께 꾸뛰르 쇼에 참석한 이야기를 들었다. “감옥에 갇혀 있다 막 풀려난 사람 같았습니다.” 당시 샤넬 오뜨 꾸뛰르 디렉터 카트린 리비에르(Catherine Riviere)는 콜라셀로에게 자신의 가장 큰 고객 중 한 명이었던 아유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제트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사교계 인사였지만, 리비에르의 표현에 따르면 ‘이상적이고 훌륭한 사우디 아내’는 아니었다. 오늘날 브랜드 직원이 꾸뛰르 고객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문화의 추가 방향을 바꿔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벌과 그들의 기행은 더 이상 흥밋거리가 아니라 더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한때는 잡지가 그들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한, 이들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안다. 지나치게 많이 안다. 그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에 대해 알고, 심지어 그 내용을 다룬 훌륭한 영화까지 있을 정도다(저커버그, 바로 당신 이야기다). 우리는 부자들이 어떻게 계속 부를 유지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까지 말이다. 적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VK

    José Criales-Unzueta
    그림
    Cecil Beaton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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