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와 뎀나가 부르는 뉴욕 찬가

2026.05.19

구찌와 뎀나가 부르는 뉴욕 찬가

지난 5월 16일, 뉴욕 타임스 스퀘어는 온통 구찌였습니다. 뎀나가 자신의 첫 구찌 크루즈 컬렉션을 타임스 스퀘어에서 선보였거든요.

Getty Images

뉴욕은 구찌에 의미가 큰 도시입니다. 1953년에는 뉴욕에 구찌의 첫 해외 매장이 오픈했고, 2015년에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첫 크루즈 컬렉션이 열렸거든요. 이번 컬렉션의 타이틀은 ‘구찌코어(Guccicore)’였습니다. ‘제2의 고향’ 같은 도시에서 하우스의 새로운 근간, 즉 ‘코어’가 될 요소를 더 단단히 다지는 동시에 실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은 옷을 선보이겠다는 의미였죠. 뎀나는 이번 쇼를 두고 “아마도 자신이 디자인한 컬렉션 중 가장 상업적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24시간 내내 거대 기업의 광고로 밝게 빛나며, 나아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타임스 스퀘어는 상업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2026 멧 갈라 덕분에 ‘패션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뎀나 특유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선택이었고요.

Gucci 2027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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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나는 구찌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선임된 이후 자신의 작법을 ‘캐릭터 스터디(Character Study)’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도 마찬가지였죠. 그 탐구 대상은 뉴욕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었습니다. 쇼 초반부에는 톰 포드의 디자인이 연상됐어요. 광택을 머금은 슬림 수트와 월 스트리트의 금융권 종사자가 입을 법한 스트라이프 패턴 수트가 연달아 등장했죠. 손에 쥔 사과(뉴욕은 ‘빅 애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가방 속 태블릿 컴퓨터, 사원증 등 자그마한 디테일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금빛 단추가 달린 피코트와 플로럴 패턴 코트는 프리다 지아니니 시절의 구찌를 떠올렸고, 알렉스 콘사니가 착용한 목걸이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흡족하게 만들 만큼 장식적이었습니다.

Gucci 2027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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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컬렉션을 앞두고 뉴욕 출신 아티스트 로버트 롱고(Robert Longo)의 ‘도시 속의 사람들’ 연작에서 영감을 받은 티저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고층 건물 사이에서 티저 속 모델들은 지극히 평범한 수트 차림으로 전위적인 춤을 선보입니다. 모든 것이 뒤섞여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뉴욕의 이중성을 담아낸 것이죠. 인종도, 직업도, 취향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뉴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요? 수트 룩 이후 등장한 캐릭터들은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었습니다. 데님 재킷 위에 극단적으로 짧은 길이의 모피 재킷을 걸친 모델부터 로고가 덕지덕지 박힌 모자를 뒤로 쓴 채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커다란 청바지를 입은 모델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런웨이를 걸었죠. 뎀나가 앞서 선보인 세 번의 컬렉션이 한없이 ‘이탈리아적’이었다면, 이번 크루즈 쇼는 ‘뉴욕 그 자체’였습니다.

Gucci 2027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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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것뿐 아니라, 옷의 용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브라로 만든 드레스가 등장한 발렌시아가 2024 가을/겨울 컬렉션과 청바지를 코트 깃처럼 연출한 발렌시아가 2025 봄/여름 컬렉션을 떠올려보세요) 뎀나 특유의 해체주의 역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구찌의 상징적인 웹 스트라이프는 방도 톱으로 변모했고, 케이크 포장 박스는 럭셔리 백으로 탈바꿈했죠. 뎀나가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에서 여러 번 선보인 ‘오버사이즈 테일러링’도 여전했습니다. 무릎을 살짝 가리는 길이의 카코트, 매끈한 실루엣의 블레이저와 팬츠가 완벽한 예죠.

Gucci 2027 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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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들과 뉴욕에 대한 오마주, 뎀나 고유의 디자인 문법 등 옷 뒤에 숨겨진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컬렉션은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완벽한 핏의 플레어 팬츠(뎀나는 이 팬츠를 ‘궁극의 구찌 핏’이라고 칭했습니다), 홀스빗 모양 열쇠고리, 크롭트 레더 재킷은 당장 내일이라도 구찌 매장으로 달려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죠. 지젤 번천의 전남편이자 최고의 풋볼 선수 톰 브래디, 2000년대 아이콘 패리스 힐튼과 신디 크로포드 등 화려한 캐스팅 명단도 빼놓을 수 없고요.

안건호

안건호

웹 에디터

2022년 10월부터 <보그> 웹 에디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패션 그리고 패션과 관련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을 작성합니다. 주말에는 하릴없이 앉아 음악을 찾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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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 Images,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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