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을 위한 선글라스 추적기

1990년대 〈중경삼림〉의 임청하부터 202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메릴 스트립까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때나 시선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나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 우리는 선글라스를 쓴다. 〈보그〉가 6월의 선글라스를 도심에서 공항까지 추적했다.

올여름을 위한 선글라스 추적기

1990년대 〈중경삼림〉의 임청하부터 202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메릴 스트립까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때나 시선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나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 우리는 선글라스를 쓴다. 〈보그〉가 6월의 선글라스를 도심에서 공항까지 추적했다.

프레임의 로고 각인이 돋보이는 랩어라운드 선글라스와 트렌치 드레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프레임의 로고 각인이 돋보이는 랩어라운드 선글라스와 트렌치 드레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호피 무늬 선글라스는 셀린느(Celine).

2026년 뉴욕에서 다양한 여성상을 이야기한 마티유 블라지의 첫 공방 컬렉션의 캐츠아이 선글라스는 샤넬(Chanel), 케이프 형태 가죽 재킷은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레이어드 스커트는 라코스테(Lacoste).

2026년 뉴욕에서 다양한 여성상을 이야기한 마티유 블라지의 첫 공방 컬렉션의 캐츠아이 선글라스는 샤넬(Chanel), 케이프 형태 가죽 재킷은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오벌 선글라스는 미우미우(Miu Miu by EssilorLuxottica).

스포티한 실드 선글라스는 버버리(Burberry), 후드 톱과 브라 톱, 레더 재킷, 레깅스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레트로 무드의 랩어라운드 선글라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실드 선글라스와 노란 하이넥 니트 톱, 매끈한 광택의 레더 재킷은 로에베(Loewe).

에비에이터 선글라스와 브라 톱, 레더 재킷, 스키니 진은 구찌(Gucci), 골드 목걸이는 셀린느(Celine).

선글라스는 샤넬(Chanel).

내가 처음 마주한 선글라스 쓴 여성은 영화 <중경삼림>의 임청하였다. 풍성한 금발,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붙드는 붉은 프레임, 눈을 완전히 감춘 새까만 렌즈. 그녀는 내가 태어난 1994년 홍콩을 배경으로, 어딘가 불온하고 비밀스러운 존재를 연기했다. 숨겨야 할 것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금성무의 집요한 시선과 무차별적 플러팅에도 끝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다. 아마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그보다 완벽한 아이템은 없었을 것이다. 내게 선글라스는 그때부터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인물을 완성하는 태도이자 감정을 감추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남았다.

선글라스의 미학 역시 시대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형태를 바꿔왔다. 1950년대 할리우드 배우의 화려함을 상징하던 캐츠아이 선글라스는 오늘날 샤넬 2026 공방 컬렉션에서 더 모던하고 정제된 실루엣으로 재해석됐다. 클래식에 머물지 않고 현대 여성의 독립적인 태도와 개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1980년대를 대표하던 과장된 렌즈와 대담한 프레임은 생 로랑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통해 다시 도회적인 여성상을 완성한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선글라스가 여성의 인상을 설계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았다. 선글라스는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다. 때로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위해, 또 어떤 순간에는 오히려 나 자신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선글라스를 선택한다. 방어적인 태도와 넘치는 자신감은 언뜻 상반돼 보이지만 선글라스 위에서는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결국 선글라스는 얼굴보다 먼저 태도를 완성하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작은 프레임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이유 역시, 스스로를 가장 근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VK

박기호

박기호

패션 에디터

패션 에디터
박기호
포토그래퍼
장정우
모델
고아라, 유에멍
헤어
이봉주
메이크업
윤혜리
로케이션
김포국제공항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