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존엄 사이,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1938 타이완 여행기’
신선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대만 작가 양솽쯔의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가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매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판된 최고의 번역 소설에 수여하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세계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양솽쯔 작가의 소설을 린 킹(Lin King)이 영어로 번역한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중국어 원작 소설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은 문학작품입니다. 또 양솽쯔 작가는 타이완 작가로는 처음 이 상을 받아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 작품은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2024년 일본번역대상, 2021년 타이완 금정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던 1930년대, 활발한 일본 여성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와 함께 대만 곳곳을 여행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여정을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여행 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 이야기로 발전해나갑니다. 시장, 기차 여행, 국수 요리, 대만 음식에 대한 풍부한 묘사로 가득 차 있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로드 트립 소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각적인 묘사 이면에는 정체성과 불균형에 대한 관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치즈코는 특권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대만을 여행하지만, 왕첸허는 식민 지배라는 현실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아가야만 하죠. 일본인 여성 작가와 대만 여성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식민 지배 국가와 피지배 국가 사람들 사이에 가로놓인 복잡한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했습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 나타샤 브라운은 “이 소설은 독자를 놀라게 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작품”이라면서 “낭만적인 면에서도 성공적이며, 동시에 날카로운 탈식민주의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솽쯔 작가는 수상 이후 “대만 문학의 역사를 보면 지난 100년간 우리는 사실 끊임없이 ‘대만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혹은 ‘대만인은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해왔다”라며 “나의 작품도 이 문제를 묻는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나는 줄곧 문학에 힘이 있다고 믿어왔다”면서 “문학은 대개 조용하지만 신념이 멀리 퍼지는 것을 결코 막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정치 소설이 아닙니다. 음식과 언어, 풍경, 그리고 욕망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죠. 한국판은 김이삭 작가 번역(출판사 마티스블루)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정과 존엄 사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함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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