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제주까지 삶의 위안을 주는 셰프들의 단골집
온종일 요리만 생각하는 셰프에게도 삶의 평온과 위안을 주는 음식과 단골집은 존재한다. 서울, 부산, 제주까지 셰프의 단골 식당을 찾아서.
최정윤

김치, 비빔밥을 넘어 삼겹살, 국밥, 팥빙수까지 폭넓은 한식 메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식의 글로벌화를 이야기할 때 최정윤 셰프를 빼놓기 어렵다. 조선호텔, 호주 하얏트 리젠시, 정식당 서울 셰프를 거쳐 세계 최초로 요리 과학을 연구하는 알리시아 재단(Fundación Alícia)과 엘 불리 레스토랑(Restaurant El Bulli)에서 요리 연구를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샘표 우리맛 연구중심의 헤드 셰프로 활동하며 한식 연구에 속도를 높였고, ‘미식계 아카데미’로 꼽히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대만 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한식의 인기를 현장에서 체감해온 인물이다. 한식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 F&B 관계자는 물론 식재료 생산자, 인문학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가 모인 ‘난로회’ 또한 이끌고 있다. 2023년에는 뉴욕의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와 파이돈 최초의 한식 쿡북 <The Korean Cookbook 한식>도 출간했다. 국내외 한식당에 대한 온·오프라인 정보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그를 따라올 이는 드물다. 다만 워낙 바쁜 셰프의 스케줄이 변수였다. “셰프님의 단골 식당이 궁금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답신이 왔다. “지난 몇 년 사이 한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그만큼 국내외 행사와 출장도 많았고요. 너무 바쁜 일정이지만 기사에 참여해 국내외 <보그 리빙> 독자에게 한국의 개성 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 기사가 여러 언어로 번역돼 한국뿐 아니라 해외 <보그>의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널리 소개되면 좋겠어요.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한식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그의 열정만큼 리스트 역시 다채롭다. 파인다이닝부터 힙한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까지, 서울에서 지금 주목할 만한 식당을 고루 담았다. 한국인뿐 아니라 한식을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셰프이기 전에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곳은 훨씬 더 많지만, 한식의 넓은 스펙트럼을 도장 깨기 하듯 경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보물 같은 집을 추렸어요.”
대물섬

“대물 생선의 두툼한 숙성 회와 제철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대물섬은 특히 정감 넘치는 ‘K-호스피탈리티’의 ‘이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요. 흔히 한국 횟집을 떠올리면, 장화 신은 아저씨와 호탕한 이모님을 떠올리기 마련이잖아요. 대물섬은 이런 기억을 끌어올려 젊은 셰프들이 만든 ‘한국식 횟집’이에요. 전국 최고의 생선, 해산물을 구해 선보이고 쌈, 볶음밥, 라면 등도 함께 맛볼 수 있죠.”

이곳만의 매력은? 소금이나 간장에 즐기는 일식 회와 달리 젓갈, 해초, 묵은지, 쌈장, 마늘 등 각자 취향대로 조합해 먹을 수 있는 한국식 회쌈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먹더라도 취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즐기죠. 또 횟집, 포차 사장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접 생선 살도 발라주고, 숨겨놓은 미더덕장아찌도 꺼내줍니다. 이모님들의 따뜻한 정 문화를 이어가는 곳이죠.
추천하는 메뉴는? 묵은지에 싸 먹는 대광어. 3kg 이상, 그날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광어를 숙성했어요. 소금김밥을 곁들여 즐겨보세요. 또 대물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복분자, 맥주 조합의 폭탄주도 꼭 마셔야 합니다.
금돼지식당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을 때 한식당에서 가장 놀라는 건, 돼지고기를 한 부위만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는 거예요. 보통은 바비큐 &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쇠고기만 팔죠. 본래 한우나 돼지고기 구잇집은 퇴근 후 소박하게 한잔하는 곳이잖아요. 그런 삼겹살을 전 세계 셀럽과 셰프, 미식 저널리스트가 한국을 방문할 때 꼭 찾는 식당이 금돼지식당입니다. 10여 년간 불판, 열원, 굽는 테크닉을 정교하게 구사하는 곳이에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주말은 늘 만석이라 대기 시간이 길어요. 평일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이후 혹은 이른 저녁 시간이 쾌적해요. 계절로는 서울 여행 성수기인 봄가을에 관광객 방문이 많아 식당의 활기를 느낄 수 있어요.
추천하는 자리는? 각 층마다 특색이 달라 모든 층에 손님이 많지만, 두 명이 방문한다면 바 테이블 형식의 2층 자리를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이곳 시그니처 메뉴인 본삼겹. 숙성과 두께, 온도 관리가 완벽하게 조율된 고기입니다. 고기 맛을 더해주는 조연 격의 바질쌈 곁들이도 꼭 드세요. 기름질 수 있는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며 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비움
“한국식 발효 음식 중심으로 첫선을 보인 베지테리언 파인다이닝이에요. 마늘, 양파, 파, 부추, 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아 순수한 한식을 경험할 수 있죠. ‘지수화풍(地水火風)’을 주제로 한국의 사계절과 자연을 음식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식의 근원인 한국식 채식의 절정을 경험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해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단언컨대 봄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나는 나물을 맛볼 수 있거든요.
추천하는 자리는? 옛 한옥 기반의 인테리어 공간이니 인원이 많다면 룸을 추천합니다. 한옥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어요.
추천하는 메뉴는? 디너 코스를 위한 재료만 50가지에 달해요. 그중 ‘풍(風)’을 주제로 한 9첩 반상을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
권숙수
“진귀한 식재료와 직접 담근 장, 젓갈 등을 이용해 현대적인 한식을 선보이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에요. 이곳의 백미는 김치 카트입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면 치즈 카트를 선보이는 것처럼 한국 김치 문화를 카트에 담아냈어요. 김치만 전담으로 담그는 셰프가 있을 만큼 김치에 진심입니다. 권숙수의 요리와 김치를 페어링하는 즐거움이 커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코스(점심 최소 2시간, 저녁 최소 3시간)가 길기 때문에 늦게 방문하면 식사 시간이 타이트할 수 있어요. 각 코스 오픈 시간인 정오나 오후 6시에 방문하면 좀 더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추천하는 자리는? 작은 테라스의 1·2·3·4번 테이블이 야외로 트여 개방감을 주고 소담한 꽃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무엇보다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김치 카트.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가 아니라 꿩김치, 가죽나물김치, 제피파김치처럼 다른 곳에서 팔지도 않고, 먹기도 힘든 메뉴입니다.
진우범

남미 요리 문법을 기반으로 ‘불과 재료’라는 원초적 요소를 중심에 두는 몰리노 프로젝트 설립자 진우범 셰프는 엘몰리노를 시작으로 에스콘디도, 라까예, 페스카데리아까지 멕시코 식문화의 즐거움을 한국에 전하고 있는 인물이다. ‘2018 베스트 셰프 멕시코’ 우승자이자 멕시코 최고 파인다이닝으로 인정받는 미쉐린 2스타 푸욜(Pujol)에서 멕시칸 음식에 대한 본인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그는 경험으로 빚은 감각을 통해 멕시코 문화를 번역한다. 멕시코 음식 본연의 철학을 밀도 높게 탐구하는 작업부터 자유로운 분위기의 멕시코 스트리트 푸드의 리듬을 풀어내는 것까지, 하나의 장르를 여러 층위로 펼쳐내는 점에서 셰프이자 유능한 사업가의 면모도 드러낸다. 한 접시에 녹아든 의미와 목적, 문화적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고 말하는 진우범 셰프의 추천 리스트에서 요리를 복합적인 경험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한 음식점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추려봤어요”로 시작한 메시지에선 탐구하는 자세로 요리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개인적인 추억이 얽힌 곳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까지, 그의 취향을 통해 서울에 채워진 다채로운 미식 팔레트를 짚어볼 수 있다.
레스토랑 산

“좀 더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같은 파인다이닝을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요. 유일하게 레스토랑 산은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맛과 향이라는 소재를 통해 미식 본연의 아름다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귀한 곳이죠.”
방문하기 좋은 때는? 예약할 수 있다면 언제든 가고 싶어요.
추천하는 자리는? 레스토랑 산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필동면옥
“서울에서 가장 많이 가는 식당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어요. 평양냉면을 좋아하는데,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곳입니다. 평양에 가볼 기회가 아직 없어서 평양냉면 맛의 완성은 어때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흔히 말하는 평양냉면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냉면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문하기 좋은 때는? 한여름 낮 시간대에 먹는 평양냉면의 맛은 또 다릅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단언컨대 평양냉면과 수육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예요.


보르고 한남
“인생 파스타를 발견한 곳이에요. 공간, 셰프, 음식 이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곳으로 언제 가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죠. 스테파노 디 살보(Stefano di Salvo) 셰프님이 만들어주신 스파게티니 파스타를 먹을 때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방문하기 좋은 때는? 이른 저녁.
추천하는 메뉴는? 토마토 베이스에 안초비와 스트라차텔라 치즈가 올라간 스파게티니 파스타.
마츠루
“방배동 카페 골목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자주 갔는데요. 지금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면 곧잘 가는 이자카야가 마츠루입니다. 음식에서 사장님의 진심이 느껴지고 가성비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동네에서 몇 안 되는 곳입니다.”
방문하기 좋은 때는? 밤 9~10시.
추천하는 메뉴는? 시메사바(고등어회). 비릴 수도 있는 시메사바가 신선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냅니다.
조셉 리저우드

한국 식문화를 집요하게 탐구하고 재해석하는 셰프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의 방식은 단순히 ‘한식의 현대화’나 ‘차별화’ 같은 단순한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醬), 제철 채소와 지역 식재료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집요한 실험 정신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에빗의 고유한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한식에 내재된 맛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구현해내는 그의 표현법은 익숙했던 식재료와 음식을 통해 예상치 못한 신선함을 선사한다. 파인다이닝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더 프렌치 런드리(The French Laundry), 런던의 더 레드버리(The Ledbury) 등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탄탄한 기본기와 재료 중심의 시각을 지닌 그는 2015년부터 뉴욕, 홍콩 등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다채로운 미식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2016년 팝업 다이닝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한 한국에서 요리 인생에 또 다른 지평을 열게 된다. 한국의 계절성과 식재료, 발효 문화에 깊이 매료되어 한국 식문화의 본질을 탐구한 리저우드는 한식이 지닌 역동적인 면모를 에빗에서 구현했다. 한국 식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은 바쁜 일정을 쪼개 자신의 단골 식당을 추천해준 그의 노력에서도 드러난다. 리저우드의 리스트는 어느 셰프보다 한국적인 장소를 추천해 그야말로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 그의 추천 식당 곳곳에서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얼마나 다채롭게 한국을 살피며 즐기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타임머신

“서울의 수많은 치킨집 중에서 가장 군더더기 없는 치킨을 선보이는 곳이에요. 튀김 반죽에 들어간 청양고추가 이곳만의 비결이죠. 게다가 케그를 훌륭하게 관리해서인지 언제 가도 생맥주 맛이 깔끔하고 시원해요. 에빗 바로 앞에 있어서 팀원들과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사장님이 잘 챙겨주세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오후 6시쯤.
추천하는 자리는? 오른쪽 구석.

추천하는 메뉴는? 치킨은 당연하고 봄나물 철에 선보이는 냉이튀김도 기회 될 때 꼭 맛보는 메뉴예요.
안동집 손칼국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일종의 의식처럼 찾아가는 곳입니다. 셰프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빠짐없이 데려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늘 줄을 서는 곳이죠. 오래 기다리지 않으려면 문 열기 전에 가는 걸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자리는? 팔팔 끓는 가마솥을 볼 수 있는 카운터석에 앉으면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추천하는 메뉴는? 다른 메뉴도 많지만 배추전과 막걸리 한 병은 꼭 빼놓지 않고 시킵니다.
김가원
“흑산도산 홍어만 취급하는 광주 음식점으로,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 중 최고예요. 정갈하면서도 한국적인 색채를 지녀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홍어 정식을 시키면 맛볼 수 있는 홍어애도 별미입니다.”
방문하기 좋은 때는? 함께 간 사람들과 편히 앉아서 얘기하기 좋은 저녁 시간이요.
추천하는 자리는? 신발 벗고 들어가서 앉는 좌식 단독 룸을 가장 선호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이곳에서 맛보는 홍어 삼합은 다른 곳과 차원이 달라요. 신선한 건 물론이고 홍어라는 재료가 가진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죠.
임정만 & 이은주

서울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13년 돌연 제주로 향한 임정만·이은주 셰프는 와인 바 겸 프렌치 레스토랑 이스트엔드, 프렌치 터틀을 거쳐 지금의 르부이부이를 완성한다. 파리 2구에 있는 편안한 비스트로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르부이부이는 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한 공간과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던 두 사람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곳이다. 제주 번화가에서 벗어난 사라봉 아래 위치한 이 프렌치 비스트로의 문을 여는 순간, 주위를 둘러싼 모든 공기는 어스름한 빛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파리의 골목길로 뒤바뀐다. ‘재밌는 기사’에 본인들을 떠올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건네온 답변은 르부이부이만의 안온한 탁월함이 두 셰프가 지닌 취향의 결에서 뻗어나왔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좋은 음식은 물론, 그 음식이 놓이는 시간과 분위기, 함께하는 사람까지 고려하는 둘만의 시선은 일상에서 거듭 찾게 되는 완성도 높은 공간을 좇고 있다.
텍스트 파일로 정갈하게 정리해서 보낸 추천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두 셰프의 ‘생활 속 미식’에 대한 태도다.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을 먹는 일보다 둘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장소야말로 이들의 삶에 단비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미식의 아름다움을 일상의 리듬에 녹여내려는 두 셰프의 마음가짐은 르부이부이의 공간과 모든 구성 요소를 고요하되 또렷이 보여주는 바탕이 된다.
카메오

“우리 부부가 지금처럼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가게를 일찍 마감할 때마다 들렀을 곳이에요. 복잡한 제주시청 쪽에 위치하지만 카메오의 문턱을 넘는 순간 이곳만의 분위기에 사로잡히는 기분이죠. 티끌 하나 없이 반짝이는 주방과 두 사장님의 차분하고 따뜻한 응대는 언제 가든 인상적이고, 와인 리스트와 잘 어울리는 네오 비스트로풍 요리는 뭐 하나 빠짐없이 맛깔나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아이와 함께 가다 보니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는 편이지만 라스트 오더 시간이 밤 11시 30분이라 와인에 간단한 요리를 몇 가지 곁들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합니다. 이른 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기기 좋고요.
추천하는 자리는? 주로 아이와 동반하다 보니 주방을 옆으로 바라보는 바 자리에 앉곤 해요. 셰프님들이 요리하는 모습도 보이고, 식당이 다 잘 보이는 가장 재미있는 자리예요.
추천하는 메뉴는? 고등어 토스트는 꼭 주문하는 편이고 먹물 리조토와 구운 한치도 식감과 감칠맛이 정말 좋아요. 적은 양의 요리를 이것저것 천천히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이곳만의 강점이죠. 파스타도 훌륭해서 와인을 다 마셔갈 때쯤 찾곤 합니다.
세몰라
“‘정말 맛있는 파스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그런 마음을 완벽하게 충족해주는 곳입니다. 직접 만든 생면만 사용하고, 면과 소스 조합이 깔끔하게 떨어져 특유의 진득한 맛이 특징인 곳입니다.”
추천하는 자리는?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괜찮아요. 몇몇 바 좌석과 테이블 3개가 있는 알뜰살뜰한 식당이거든요.
추천하는 메뉴는? 우열을 가리기 정말 힘들지만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카치오에페페, 라구 파스타와 비스크 파스타입니다. 둘이서 이렇게 세 접시를 나눠 먹는 것도 좋아요.
아우스
“이전에 있던 빅디어 때부터 단골이었어요. 지금은 와인 바 형태였던 빅디어에서 더 확장해 카페, 베이커리, 브런치 카페와 레스토랑을 겸하는데 모든 시간대에 서로 다르게 선보이는 요리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요. 한마디로 맛있는 빵과 디저트, 커피와 함께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까지, 레스토랑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어벤져스’ 같은 곳이죠.”
방문하기 좋은 때는? 주로 아침과 점심때만 시간이 나는데, 딱 한 번 장모님 찬스로 가볼 수 있었던 디너 시간대도 너무 좋았어요. 시간대에 따른 변화와 채광이 매력적인 곳이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시간대를 경험해보길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요즘은 주로 아침이나 점심때 방문해 샌드위치와 커피 세트를 주문해요. 내추럴 와인 애호가라면 계절 콤부차를 꼭 맛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맛이거든요.
싱푸미엔관
“서울에 살 때 우리 부부가 좋아했던 조합 중 하나가 서북면옥의 냉면, 온면과 접시 만두였어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제주에서 자주 그리웠는데, 그걸 해소해준 곳이 싱푸미엔관이었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지만 따뜻한 우육면 한 그릇, 차가운 량면 하나에 물만두 한 접시를 시키면 평양냉면이 별로 그립지 않더군요. 게다가 만두의 완성도가 예사롭지 않아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사람이 많으니 오픈 런을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늘 우육면 한 그릇, 량면 하나에 물만두 한 접시. 이렇게 주문하면 주방에 “하나, 하나, 하나요”라고 주문이 들어가죠.
김완규

부산의 풍부한 식재료로 차린 일본 정통 코스 요리 가이세키를 즐길 수 있는 모리. 일본에서 수학한 김완규 셰프는 일본인 아내와 함께 매일 정갈한 요리를 선보인다.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서 좋은 생선을 구하고, 종일 정성껏 준비해 저녁이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일과다. 요리하는 내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료 본연의 ‘감칠맛’이다. 생선, 채소 등이 지닌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숙성과 조림, 훈연 등 여러 조리 과정을 거친다. “식재료 본연의 맑은 감칠맛은 양식에는 없는 아시아권 요리만의 특징이에요. 요리를 하며 무엇보다 이 맛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첫입에 ‘맛있다’는 탄성을 자아내는 감칠맛을 지향하죠.”
부산에서 자주 찾는 식당에 대한 그의 답변 역시 동일했다. 맵고 짜고 단, 직관적인 맛의 메뉴가 큰 인기를 얻고 사그라드는 지금이지만, 김완규 셰프가 즐겨 찾는 식당은 뚝심 있게 한길을 간다. “부산 음식은 칼칼하거나 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아요. 평소 아내와 국밥을 즐겨 먹지만,(웃음) 국밥 맛집은 이미 많이 알고 있겠죠? 부산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식당을 골랐어요. 기준이요? 부산에 온 손님들을 모시고 가고 싶은 곳이죠!”
으뜸이로리바타

“모리와 마찬가지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입니다.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이로리(화로)로 음식 대부분을 조리하죠. 식재료가 지닌 향과 풍미를 살려 요리하는 게 강점이에요. 20년 경력의 정으뜸 셰프가 구워주는 구이뿐 아니라 사시미 등도 식재료에 알맞은 손질, 조리로 최상의 맛을 냅니다. 아내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꼭 찾습니다.”

방문하기 좋은 때는? 식재료만 생각하면 생선이 살찌고 기름이 차서 맛있는 한겨울이 낫겠지만, 생선을 잘 다루는 곳은 어느 계절이나 좋아요. 흔히 비리다고 여기는 고등어초밥도 이곳에선 높은 선도와 시메(초절임)로 생각이 달라질 만큼 맛있거든요. 주중에는 상관없지만 술을 함께 마리아주할 생각이면 주말보다는 평일이 좀 더 여유로워요.

추천하는 자리는? 이로리가 잘 보이는 화로 맞은편을 추천하지만, 열기 때문에 더위를 타는 분은 선호하지 않을 듯해요. 3~4인 이상이라면 입구 쪽 코너 자리를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계절 따라 코스 메뉴가 달라지다 보니 한 가지를 꼬집어 말하기 어려워요. 다만 각 메뉴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토라후구가
“옛날부터 제주나 남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참복이 육지에 들어오는 통로가 부산항이었죠. 그만큼 부산은 복요리가 발달했습니다. 복국집도 많았지만, 일본식 참복 코스 요리를 하는 곳은 토라후구가가 처음이었어요. 껍질로 만든 유비키부터 심심한 사시미와 바삭한 튀김까지 복어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요.”
이곳만의 매력은? 참복이라는 생선 자체가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면 그 맛을 알아채기 힘들어요. 맵거나 짠 맛을 가미하는 순간 본래 생선이 지닌 맛을 잃게 되죠. 냉면으로 치면 평양냉면이랄까요. 참복이라는 생선이 지닌 심심한 맛을 숙성을 통해 최대한 끌어올렸습니다. 작은 참복 대신 1kg이 넘어가는 크기의 참복을 사용하는 것도 비결이고요.
추천하는 메뉴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복요리는 껍질부터 뼈, 사시미까지 한 마리를 전부 먹어야만 매력을 알 수 있어요. 토라후구가는 전체적인 코스의 밸런스가 특히 좋습니다. 코스를 전부 즐기고 나면 잔잔하지만 깊고 여운이 있는 참복의 맛을 깨닫게 됩니다.
르도헤
“부산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바다를 보면서 한 끼를 먹고 싶어 하죠. 르도헤는 외지에서 손님이 오시면 추천하는 곳이에요. 올해는 미쉐린 1스타에 오르기도 했어요.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깔끔한 한식 다이닝을 즐길 때 기쁨이 큽니다.”
이곳만의 매력은? 전통 한식을 바탕으로 프렌치와 일본의 요리 기술을 곁들인 컨템퍼러리 다이닝이에요.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코스 메뉴를 즐길 수 있어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점심과 저녁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점심에는 해운대 바닷가와 동백섬이 반짝이는 풍경을, 저녁에는 마린시티의 야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어요.
추천하는 메뉴는? 연천 청둥오리를 활용한 요리를 추천해요. 자연 방목에 가까운 사육 방식으로 깊은 육향, 부드러운 식감으로 평소 오리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만족할 거예요. 오리고기를 활용한 국수, 사슬적 등 다양한 메뉴를 경험해보세요.
동백섬횟집
“‘부산에서 회 좀 먹었다’ 하는 사람은 모를 수 없는 집이에요. 자연산 노포 횟집이거든요. 부산 안팎의 셰프들 모두 자주 찾는 집이에요. 회와 해산물, 탕, 조림을 코스로 내주시는데 당일 잡힌 생선과 금액에 따라 회 구성이 달라져요. 특히 이 집 도다리를 참 좋아합니다.”
이곳만의 매력은? 3층 규모의 횟집이 개별 룸으로 이뤄져 있어서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 좋습니다. 가족, 동료 누구와 가도 좋아요. 특히 해산물로 시작해 회, 조림, 탕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횟집 코스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줄가자미 맛집으로 소개돼 줄가자미를 많이 찾지만 하모(갯장어)도 맛있습니다. 식당 이모님이 추천하는 방법대로 생양파에 하모 한 점을 얹어 막장에 찍어 먹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도다리는 또 그대로 일품입니다.
이충후

자연과 재료 본연의 결을 따라 정교하게 빚어내는 이충후 셰프의 미식 언어는 차분한 리듬으로 절묘한 강약 조절을 이루며 오래 새겨질 파장을 남긴다. 2013년 서래마을에서 출발해 10년이 넘는 동안 네오 비스트로(Néo-Bistro, 정통 파인다이닝의 높은 수준과 작은 식당인 비스트로의 캐주얼한 분위기를 결합한 형태)의 선구자 역할을 이어온 제로컴플렉스는 셰프 이충후가 설계한 복합적인 구조로 응집된다. (2017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로 선정되며 자신의 미식 세계를 인정받았다.) 맛 이상의 섬세한 미식 장면을 축적해온 그의 연락처를 수소문하면서 걱정한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의 요리 세계를 제외한 인터뷰를 지양해온 그를 ‘이번 취재로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이충후 셰프는 간결하게 정리한 답변을 친절히 건넸다. 촬영일 바로 다음 날 상하이 출장이 있는데도 흔쾌히 시간을 내준 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쾌활하고 청명한 에너지를 전했다. “친형 같은 김성운 셰프가 운영해 편하게 왔는데, 최근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남는 자리를 찾는 것도 어려워요. 오후 3시에도 이렇게 찾아오는 분이 많아서 또 한 번 놀라고 갑니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을 10년 넘게 이끌어온 그이기에 추천 리스트 또한 요리 연구와 관련된 곳일 거란 예상과 달리 본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장소를 추천했다. 딸이 좋아해서 자주 가는 곳부터 하루 끝 동네 친구들과 함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까지, 그가 건네준 리스트에선 셰프 이충후가 아니라 온화한 사람 이충후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포차 포포

“같은 아파트에 사는 테이블포포의 김성운 셰프가 태안 식재료로 훌륭한 안주 메뉴를 선보이는 곳입니다. 집도 바로 근처라 일이 끝난 늦은 밤 가볍게 들러 지인들과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죠.”

이곳만의 매력은? 태안에서 나고 자란 김성운 셰프가 고향에서 느낀 어머니의 손맛, 신선한 해산물을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습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굴김전, 수육, 매운탕을 가장 좋아합니다. 오늘 내주신 주꾸미 수육처럼 때론 그냥 만들어주시는 대로 먹기도 하고요. 다만 태안산 묵은지와 두부는 꼭 먹어야 하는 메뉴입니다.
모던샤브하우스 센트럴시티점
“최근 2~3년 동안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아닐까요. 저도 좋아하지만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이 특히 좋아하는 곳입니다. 매번 갈 때마다 질리는 기색 없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에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곳이라 사람이 가장 적은 늦은 점심시간대가 좋습니다.
추천하는 자리는? 예약하고 갈 수 있으면 가운데 원형 테이블을 선호합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기본 육수가 9가지 정도 있는데, 그중 담백한 버섯 육수를 가장 즐겨 먹어요.
프릳츠 장충점
“커피가 메인인 프릳츠지만 장충점은 훌륭한 퀄리티의 간단한 요리와 빵을 선보이는 곳입니다. 장충동 부근에 출근할 일이 있으면 맛있는 양식집에 간다는 느낌으로 종종 들르는 일이 루틴처럼 자리 잡았어요.”
방문하기 좋은 때는? 약간 늦은 점심시간대가 매력적이죠.
추천하는 자리는? 창가 쪽에 앉으면 중정이 보여서 풍경 감상하기 좋습니다.
추천하는 메뉴는? 샐러드와 빵, 간단한 파스타로 본인만의 코스 요리를 구성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VL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유승현, 김희원
- 포토그래퍼
- 조수민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