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의 아카이브가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주얼리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다. 매년 많은 컬렉션이 쏟아져 나오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의 힘은 세월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새로움을 뜻하는 ‘노벨티(Novelty)’는 하이 주얼리 하우스가 매년 치열하게 고민하는 숙제와 같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답을 찾느라 저마다 분주할 때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고요하되 단단하게 메종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2026년, 새로움에 대한 해답을 하우스의 유산 ‘골드 비즈(Gold Beads)’에서 찾아냈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뻬를리(Perlée) 컬렉션은 메종의 아카이브와 현대 기술력이 만난 가장 동시대적인 주얼리다.
반클리프 아펠에 골드 비즈는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다. 1920년대 초, 메종의 장인들은 원석을 고정하고 광채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탈을 둥글게 말아 미세한 구슬 테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1948년 대담한 볼륨감의 쿠스쿠스(Couscous), 1960년대 에스닉한 무드의 트위스트(Twist) 컬렉션을 거치며 골드 비즈는 메종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고, 2008년 마침내 ‘뻬를리’ 컬렉션으로 진화했다.

반클리프 아펠이 올해의 주인공으로 골드 비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요즘 하이 주얼리 컬렉터는 과장된 브랜드 로고 대신,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한다. 뻬를리 컬렉션에는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구슬 모양 골드 비즈를 엮어 만드는 특유의 리듬감으로 반클리프 아펠임을 암시한다. 골드 비즈 자체가 메종의 가장 강력한 로고이자 언어인 셈이다.

이번에 공개된 뻬를리 컬렉션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은 단연 반지다. 2022년 선보인 ‘뻬를리 5-로우(Perlée 5-row)’ 반지의 아카이브를 이어받아, 3-로우(3-row) 디자인으로 섬세하게 배열된 다양한 크기의 골드 비즈가 손가락을 감싼다. 특히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작아지는 비즈 배열은 극적인 역동성과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직 골드 비즈의 크기, 배열, 볼륨감만으로 손가락 위에서 완벽한 실루엣을 완성하는 뻬를리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여기에 비즈의 강렬한 반짝임이 대각선으로 세팅된 라운드 다이아몬드 9개와 만나 더 눈부시게 빛난다. 메종의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다이아몬드는 정교한 네일 세팅을 통해 골드 비즈와 시각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뻬를리 다이아몬드’ 반지는 옐로·화이트·로즈 세 가지 골드로 선보이며,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루비를 세팅한 ‘뻬를리 컬러’ 반지는 풍부한 색채감으로 주얼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새로운 주얼리의 출시를 넘어, 한 세기에 걸친 메종의 유산을 동시대의 손목과 손가락 위에 안착시킨 뻬를리 컬렉션을 통해 우리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전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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