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푸켓에서 모녀 여행을 새롭게 정의하다

2026.06.05

반얀트리 푸켓에서 모녀 여행을 새롭게 정의하다

울지 마라. 힘드니까 사람이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해서 아시아로 떠났다. 반얀트리 푸켓에서 인생의 지정 생존자가 되다.

필요한 연결, 반얀트리 푸켓

“치유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인, 자연과 함께할 때 의미 있습니다.” 반얀트리에 방문한 첫날 들은 이 말이 가슴에 남았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간 나 홀로 호캉스를 누리던 죄책감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간 부모님의 여행에 자금을 보태거나 여러 유적지를 도는 왁자지껄한 외출을 한 적은 있어도 오로지 휴식만을 위해 어머니와 해외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이 여행을 제안했을 때 “집이 제일 편하지, 뭐 하러 밖을 나가느냐”는 저항을 예상했으나, 어머니는 단번에 승낙했다. 아직도 워킹 우먼으로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노모에게 현실과 분리된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반얀트리 푸켓(Banyan Tree Phuket)은 우리 같은 이들을 위해 ‘반얀트리 커넥션(Banyan Tree Connections)’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웰빙이란 혼자만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함께할 때 깊어진다는 믿음에서 기획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투숙객을 마주쳤는데,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모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단짝, 결혼 10주년은 넘겼을 부부 등이었다. 이들은 함께 요가를 하면서 서로의 호흡을 살피고, 허브 오일 워크숍을 들으면서 상대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요리라면 지겨울 법한 어머니가 쿠킹 클래스에서 파파야 샐러드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놀랐다. 낯선 요리인데도 능숙히 해내며 무리에서 단연 주목받았기 때문일까. 어머니는 반얀트리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사프론과 틴 타파스 바에서 태국 요리와 선셋 칵테일을 종류별로 즐겼는데, 여전히 호기심 많은 여성이었다. 그중 하나가 태국의 갖가지 향신료였을지 모른다.

반얀트리 푸켓이 매력적인 이유는 리뉴얼한 10채의 스파 풀 빌라는 물론, 동행과 더 돈독해질 수 있는 ‘커넥션 프로그램’이 있어서다. ‘웰빙 상담’을 통해 마음 챙김, 휴식, 영양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에 맞는 활동(요가, 허브 오일 워크숍, 쿠킹 클래스 등)을 추천받는다.

어떤 프로그램을 수강할지는 웰빙 상담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참여자는 반얀트리의 여덟 가지 웰빙 원칙(성장, 실천, 연결, 영양, 움직임, 자연과의 교감, 휴식, 마음 챙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때 어머니가 마음 챙김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 몰랐던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수확이었다. 두 번째는 모녀가 수년 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함께 카페에 가고 쇼핑을 했지만, 라군과 코코넛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한가운데서 함께 달을 쳐다보는 시간은 전과 다른 차원의 대화로 이끌었다.

우리가 선택한 객실은 반얀트리 푸켓이 리뉴얼한 스파 풀 빌라(Spa Pool Villa)다. 성인 전용 빌라로 단 10채만 자리한다. 550m²의 빌라 내 전용 수영장에선 라군이 보였다. 1994년 버려진 주석 광산 부지를 복원해 되살린 곳이다. 우리가 가장 좋아한 곳은 수영장 한쪽에 마련된 스파 파빌리온으로, 한마디로 뜨끈한 물이 나오는 노천탕이다. 한때 찬물 샤워만 하던 내가 열대의 날씨에도 밤이면 뜨끈한 탕을 찾으니, 어머니는 “너도 나이가 드나 보다” 하며 웃었다.

수영장 앞에는 야외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베드가 자리한다. 반얀트리 스파는 천연 태국 허브와 전통 치유 철학을 바탕으로 하며, 자체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이들이 마사지를 한다. 그 외에도 스파 풀 빌라 투숙객은 커뮤니티 다이닝 공간 오리진에서 셰프 큐레이션 메뉴, 쿠킹 클래스, 티 & 커피 아틀리에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객실에서 조식을 즐기곤 했다. 웨스턴 메뉴와 일식, 태국식, 딤섬 세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어머니는 이전 해외여행처럼 “얼른 먹고 출발하자”는 다그침 없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이곳만의 속도에 적응한 듯 보였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공용 공간인 로터스 라운지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준비된 다양한 다과를 품평했다. “이건 우리나라 한과랑 비슷하네.” “이건 처음 맡는 향인데 뭐가 들었을까.” 어머니와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좋았다. 라운지엔 우리의 속삭이는 대화 외에 물소리와 커피 내리는 소리만이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객실도 그렇고 이곳은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감정까지 디자인하는 듯하다. 향기와 조도, 물소리 모두 계산되어 있다.

반얀트리 푸켓은 드넓기에 투숙객은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버기카를 이용하곤 한다.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왓츠앱을 통해 객실 직원에게 부탁해 종종 버기카로 리조트를 드라이브했다. 어머니는 “동화 속 마을 같구나”라며 연못과 조경을 살폈다. 곧잘 버기카를 세웠는데, 한국에서 보지 못한 꽃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어머니들은 왜 이렇게 꽃 사진을 찍을까 의문이었는데, 나도 점차 비슷해지는 듯하다. 꽃을 귀 뒤에 꽂은 어머니가 나무 하나를 가리켰다. 가지에서 실처럼 얇은 뿌리들이 내려가는 반얀트리(보리수나무)였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수천 년 동안 아시아 여러 마을에서 신성시해온 반얀트리가 여행자에게 그늘을 내주듯, 지친 이들에게 안식처가 되겠다는 철학으로 1994년 첫 리조트를 선보였다. 그곳이 올 풀 빌라 리조트인 반얀트리 푸켓이다.

틴 타파스 바의 조명이 달처럼 빛난다. 다양한 요리와 칵테일을 사프론, 비치 클럽 라바 등 반얀트리 푸켓의 여러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마지막 날 라군 풍경을 뒤로하고 바다로 향했다. 지난여름 개장한 라바 비치 클럽은 방타오 해변을 따라 180m가량 이어진다. 태국 내 최장 규모의 비치 클럽이다. 바다를 마주하며 어머니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목테일을 골랐다. 예쁜 색깔과 이국적인 열대 과일의 목테일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니, 한국에 가면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 오른 서촌의 바를 어머니와 방문하리라 결심했다. VL

김나랑

김나랑

피처 디렉터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매번 배웁니다. 집에 가면 요가를 수련하고 책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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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Banyan Tree Phu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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