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 뷰티의 매력

레드 립이 대세라지만 블랙과 그레이의 위용도 만만치 않다. 흑백사진을 보는 듯 깨끗한 베이스 위에 블랙, 그레이 컬러로만 표현된 모노크롬 뷰티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매력!

메탈릭한 가죽 원피스는 구찌(Gucci), 송치 소재 톱은 캘빈 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얼굴 위에서 연기와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모델들이 흑백사진 속에 있는 듯 표현하는 거죠. 회갈색 스모키 메이크업, 매력적인 뷰티 스폿, 그리고 무척 글로시한 누드 입술. 이들은 흑백사진처럼 심플하면서 무척 매혹적이죠.” 레드 립이 이번 시즌 대세라지만 블랙과 그레이 컬러의 위용도 만만치 않다. 요지 야마모토 쇼를 담당한 팻 맥그래스의 설명처럼, 이번 시즌 스모키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누디한 베이스 메이크업에 눈썹, 아이, 혹은 립 메이크업만을 강조하는 것. 특히 색상 선택에서 늘 블랙의 옆자리를 지키던 브라운을 밀어내고 그레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엔 온통 블랙과 화이트였죠. 그렇지만 인생이 꼭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흘러가진 않잖아요. 이번 시즌은 다양한 그레이 컬러도 주목하세요.” 마크 제이콥스뿐만 아니라 토드 린도 그레이에 한 표를 던지는 발언을 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듯한 회색빛이죠. 컬렉션에서도 비둘기를 연상시키는 회색빛 울과 실크를 섞은 천을 많이 사용했어요.”

그렇다고 무시무시한 스모키 메이크업만 상상하진 마시길! “이번 시즌은 블랙과 그레이 투성이예요. 그렇지만 무척 섬세하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의 말처럼, 이번 시즌 모노크롬 메이크업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럽고, 도회적이면서도 편안하다. 디자이너 마틴 그랜트는 이번 시즌 모노크롬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어줬다. “디자인을 시작할 때 전 블랙 컬러에서 시작해요. 그리곤 거기에 컬러를 넣기 시작하죠. 그렇지만 이번 시즌엔 모든 컬러를 벗겨냈어요. 그리고 블랙과 누드만 남겼더니 무척 깨끗한 팔레트 같은 느낌만 남더군요. 오히려 상쾌할 정도였어요. 헤어와 메이크업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 샤넬 ‘레 꺄트르 옹브르’ 93호 스모키 아이즈. 2 로라 메르시에 ‘롱웨어 크렘 아이 펜슬 누아’. 3 바이테리 ‘옹브르 블랙스타’. 4 YSL뷰티 ‘퓨어 크로마틱스’ 11호. 5 데보라 립만 ‘아이 러브 더 나이트라이프’. 6 나스 ‘아이페인트 트란스발’. 7 보브 ‘20’s 팩토리 네일 스티커’. 8 인코코 ‘미드나잇’ ‘시티 시크’ ‘런웨이’. 9 나스 ‘시네마틱 아이섀도우 배드 비헤이비어’. 10 반디 ‘캐시미어 그레이’, 11 이니스프리 ‘에코 네일 컬러 PRO 깜깜한 밤’, 12 샤넬 ‘르베르니 블랙새틴’. 13 나스 ‘네일 폴리쉬 갈라테’, 14 데보라 립만 ‘스토미 웨더’. 15 부르조아 ‘뉴 리틀 라운드 팟 아이섀도우’. 16 나스 ‘싱글 아이섀도우 나미비아’.

모노크롬 뷰티의 실전 메이크업 노하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은 “파리 패션 피플 같은 느낌이죠. 발렌시아가, 꼼데가르쏭의 구조적이고 전위적인 의상을 입은 멋쟁이 말이죠. 이런 모노크롬 메이크업을 할 경우 베이스 메이크업에 붉은기가 돌아선 안 돼요. 베이지, 오크 계열로 컬러를 선택하고 컨투어링에 신경을 써서 투명하게 표현하세요. 패션 피플이라면 두꺼운 라인이나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정도는 거뜬히 소화하겠지만, 블랙 립은 너무 무서우니 체리 컬러를 사용해 검붉게 표현하면 멋지겠죠. 오히려 이런 메이크업을 할 때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친 헤어 스타일링이에요. 신경 쓰지 않은 듯 심플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하세요. 비달 사순의 수석 디자이너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요.”

한편 엘리 사브 쇼를 담당한 톰 페슈는 네이비 블루 컬러를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검정 섀도를 발라 너무 무겁지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아이 메이크업을 제안했다. ”그래픽 요소를 넣은 스모키 메이크업이죠.” 로베르토 까발리 쇼에서는 차콜 블랙으로 눈매를 잡고 다크 그레이 컬러를 블렌딩해 번지듯 은은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였는데, 반짝이는 투명한 그레이 컬러를 하이라이터처럼 C존에 사용해 세련되고 도회적인 모노크롬 뷰티를 완성했다. 팩토리 걸을 연상시키는 마크 제이콥스의 모델들은 창백한 피부 톤에 다크 그레이 컬러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연출해 반항적이면서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출했고, 존 갈리아노 쇼에선 실버 그레이 컬러에서 다크 그레이 컬러로 메이크업과 눈썹 라인을 연결해 독창적이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또 에트로 쇼에선 투명한 그레이 컬러를 파스텔처럼 은은하게 사용해 도회적이면서도 내추럴하게 표현했고, 도나 카란 쇼에선 눈두덩을 다크 그레이로 가득 메운 모던한 느낌의 스모키를, 겐조 쇼에서는 언더라인만 강조한 반항적인 블랙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여자들의 메이크업은 컬러가 들어가는 순간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무채색이라 부르는 블랙이나 그레이 컬러는 비록 예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모던하고 시크한 아름다움을 약속한다. 지나치게 꾸민 티를 내지 않으면서 세련된 커리어 우먼과 모던한 파티 걸을 연출하는 데 그만인 모노크롬 메이크업. 이번 시즌 블랙, 그레이 라이너와 아이섀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