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들과 하이패션의 만남

영감의 원천을 찾아 여행을 떠났던 패션 디자이너들이 동네 철물점 앞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나사와 못, 경첩, 체인, 와이어, 케이블 타이와 하이패션의 만남!

때로 디자이너들은 한 시즌 동안 이어질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위해 시나리오 작가로 변신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에스닉 여행을 떠나거나, 낡은 사진집을 뒤져 잊혀진 패션 아이콘들을 찾아내거나, 흑백 영화 속 주인공을 만나거나, 하우스 아카이브나 박물관을 뒤진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60년대 의상을 고민하던 그들은 동네 철물점이나 집 지하창고에서 뽀얀 먼지로 뒤덮인 공구 박스를 발견했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그 박스에서 쏟아진 것은 현관문을 고정시키는 경첩을 비롯, 뾰족한 못과 나사, 볼트와 너트, 와이어, 굵은 체인과 자물쇠 등등. 덕분에 이번 시즌 구두, 백, 주얼리 라인에는 생전 처음 보는 디테일이 추가됐다. 자, 올가을 기계공학과 하이패션의 다이내믹한 만남을 즐겨보시라!






HINGE


미우치아 프라다는 망치와 드라이버, 드릴을 이용해 슈즈를 만들었다. 가장 먼저 손에 든 것은 현관문을 고정시키는 스테인리스 경첩! 아주 얇은 메탈 합판 위에 경첩 모티브를 덧대자 로봇의 발처럼 보이는 웨지힐이 완성됐다.






WHEEL


에디 보르고는 톱니바퀴와 너트, 가느다란 체인을 이용해 팔찌와 반지가 연결된 독특한 주얼리, 톱니바퀴 중앙을 슬쩍 눌러 만든 투 핑거 링을 선보였다. 다섯손가락 가득 낄 수 있는 금반지 열매가 열린 이 팔찌는 언뜻 선사시대 대장장이들이 만든 유물처럼 보인다.






KEY


돌체앤가바나의 앤틱 귀고리엔 백작 부인이 사용하던 보물함 열쇠처럼 생긴 자그마한 앤틱 열쇠와 컬러 스톤이 화려하게 세팅됐다. 앤틱한 빈티지 열쇠가 여자들의 귀에서 달랑거리는 모습이란!






LOCK


정신병원에 갇힌 60년대 여배우를 컨셉으로 한 디스퀘어드 컬렉션엔 좀더 하드코어적인 체인, 자물쇠, 열쇠로 칭칭 감긴 백과 넥 장식이 등장했다. 밀서라도 들어 있을 법한 미니 스트랩백의 잠금 장치는 윗부분에 있다.






BOLT & NUT


미우치아 여사는 프라다 컬렉션을 위해 묵직한 경첩을 사용했다면, 미우미우 컬렉션을 위해선 가늘고 긴 볼트와 너트를 선택했다. 두 개로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굽에는 고급스러운 자카드와 새틴 소재가 더해졌다.






WIRE


이번 시즌 알렉산더 왕은 발렌시아가 쇼에서 “옷에서 느낄 수 없는, 그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철물점 한 편에 놓인 굵은 와이어 꾸러미를 들고쇼퍼백을 만든 게 틀림없다. 큼직하고 네모 반듯한 백에 등장한 것은 가늘게 말린 은빛 와이어 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