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드러낸 골반, 펠비지!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가 생겨나는 패션계에서 이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그 단어, 펠비지!
매끈한 각선미, 풍만한 가슴, 초콜릿 복근 대신 은밀하게 드러낸 골반이 더 관능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토론토에서 열린 ‘뮤직비디오 어워즈(MMVA)’ 레드 카펫에서 행사의 주인공인 뮤지션들보다 화제를 모은 인물은? 요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인 켄달 제너! 양쪽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는 깊은 슬릿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그녀는 모든 카메라의 표적이 된 것은 물론, SNS 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었다. 제너의 선택을 받은, 커다란 원석을 화려하게 수놓은 파우스토 푸글리시 드레스가 더 특별한 이유는 골반뼈부터 발목까지 노출시키는 아찔한 슬릿 때문. “두 개의 슬릿을 즐길 수 있는데 하나만 즐길 이유가 있을까!?” 제너는 인스타그램(@kendalljenner)에 자신의 모습을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85만5,000명이 ‘하트’를 눌렀다.

얼마 후 브로드웨이 역사상 처음으로 신데렐라 역을 맡은 흑인 배우이자 뮤지션인 키키 파머가 ‘블랙 뮤직 어워즈(BET)’에 아론 리빈의 메탈릭한 미니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세 곳의 컷아웃 디테일이 더해진 이 드레스로 가려지지 않은 세 부위는? 가슴골과 양쪽 골반! 무용으로 다져진 파머의 완벽한 몸매가 돋보인 것은 물론이다. 또 왼쪽 허리부터 오른쪽 골반과 허벅지까지 유연하게 연결되는 컷아웃 드레스를 입은 레이디 가가, 골반과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시스루 드레스 차림의 패리스 힐튼, 메탈 체인 장식 너머로 가슴부터 다리까지 죄다 보이는 미니 드레스 차림의 토니 가른, 넓은 간격의 스트랩으로 이뤄진 미니 드레스로 보디라인을 시원하게 공개한 매기 큐, 그리고 허리 아래 하늘하늘한 시스루 소재 롱 드레스 차림의 기네스 팰트로까지(우아한 그녀마저!). 어쨌든 최근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 골반을 드러내는 건 가장 핫한 스타일이 됐다. 2012년 메트로폴리탄 갈라에서 애냐 루빅이 안토니 바카렐로의 드레스를 입고 날카로운 골반과 멋진 각선미를 뽐냈을 때만 해도 충격으로 다가왔던 룩에 모두가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등장한 신조어가 바로 ‘Pelvage’. 골반을 의미하는 ‘Pelvis’와 가슴골을 의미하는 ‘Cleavage’의 합성어로, 가슴골을 드러내듯 골반뼈를 훤히 드러내는 룩을 뜻한다. 오버사이즈 민소매로 가슴 옆쪽을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었을 때 ‘Sideboob’이란 신조어에 열광하고, 엉덩이 아랫부분까지 살짝 보이는 마이크로 쇼츠가 사랑받았을 때 온통 ‘Underbutt’을 언급했던 것처럼, 지금은 모두의 관심사가 ‘펠비지’다.





그렇다면 정말 펠비지가 새로운 클리비지라는 찬사를 들을 만할까? 2015 S/S 컬렉션을 참고하면 답은 YES! 디자이너들은 봄, 여름 런웨이를 준비할 때 늘 시원시원하게 노출을 감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특히 골반을 드러내는 데 다들 관심을 드러냈다. 톰 포드는 물론 셀린의 피비 파일로까지. 이들이 펠비지를 드러내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가장 단순한 건 마일리 사이러스, 리한나 등의 뮤지션들이 무대 위부터 일상생활까지 줄곧 입고 다니는 보디수트. 하지만 우리가 보디수트만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밑위가 무척 짧아 골반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로라이즈 진을 입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지만 요즘 트렌드는 아니다(96년 알렉산더 맥퀸이 선보인 ‘bumster’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렇다면 2015년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펠비지 룩을 즐기는 방법은 뭘까? 우선 애냐 루빅, 혹은 켄달 제너처럼 깊은 슬릿을 활용하는 것! 골반부터 허벅지까지 한 방에 드러낼 수 있는 이 스타일의 슬릿 드레스들은 안토니 바카렐로의 전매특허로 베르수스 베르사체 런웨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컷아웃으로 골반 부분만 살짝 드러내는 방식! 가령 스텔라 매카트니는 양쪽 허리 부분을 드러낸 촘촘한 니트 드레스를 선보였고, 파코 라반의 줄리안 도세나는 스포츠웨어에서 영감받은 미니 드레스의 골반 부분을 삼각형으로 칼같이 도려내 골반뼈만 살포시 드러냈으며, 톰 포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관능적이었던 마지막 런던 쇼를 위해 골반 부분에 다양한 컷아웃을 더한 드레스 시리즈를 준비했다. 또 뮈글러에서 데뷔쇼를 선보인 데이비드 코마는 동그란 컷아웃으로 왼쪽 골반뼈를, 깊은 슬릿으로 오른쪽 골반뼈를 드러내는 이중 펠비지 스커트를 선보였다.

대부분 런웨이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펠비지 룩을 ‘리얼웨이’에서 시도하기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딱 속옷이 있어야 할 부분을 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좀더 현실적인 스타일링 아이디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리스토퍼 케인, 톰 포드,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는 맨살을 훤히 드러내는 대신 반투명 오간자를 더해 노출의 강도를 줄이고 그런대로 입을 만한 룩을 만들었다(같은 톤의 속옷을 갖춰 입으면 크게 튀지 않을 듯). 또 피비 파일로는 셀린 미니 드레스의 골반 부분에 커다란 원형 컷아웃을 더했지만 그 아래 롱스커트를 매치함으로써 컷아웃의 절반만 드러나게 했다. 결국 리얼리티에서 펠비지 룩을 즐기는 방법은 과감한 시도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갖되, 노출을 최소화하는 스타일링 방법을 모색하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이 패션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