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전사 이준의 서울 음식

요리사들의 신성한 주방에 호기심 가득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이 나타났다.
요리 실력은 기본, 맛깔스러운 입담과 개성적인 스타일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셰프 이준의 음식 너머의 이야기들.

멀티 패턴의 니트 소재 원피스와 골드 버클 가죽 벨트, 버클 장식 통굽 하이힐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은 제이미앤벨(Jamie&Bell). 이준 셰프가 쓴 스냅백은 NBA, 파란 테 안경은 겐조(Kenzo by DK Eyewear).

멀티 패턴의 니트 소재 원피스와 골드 버클 가죽 벨트, 버클 장식 통굽 하이힐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은 제이미앤벨(Jamie&Bell). 이준 셰프가 쓴 스냅백은 NBA, 파란 테 안경은 겐조(Kenzo by DK Eyewear).

이준(Lee Jun)

고교 시절 힙합에 빠져 아마추어 래퍼로 활동했다는 젊은 셰프 이준의 첫인상은 독특했다. 가게 문을 닫고 스태프들과 메뉴 개발에 몰두해 있던 그는 조리복에 스냅백을 쓰고 있었다. 요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스와니예’는 이 남다른 스타일의 셰프만큼이나 감각적이다. 뉴욕의 요리학교 CIA 출신으로 미슐랭 3스타 셰프인 토마스 켈러의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한국에 돌아온 후, 실험적인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로 큰 화제를 모았다. SNS에 일정을 공지한 후, 하루 이틀 동안만 문을 여는 16인분의 다이닝 파티 ‘준 더 파티’, 딱 40일간 빌린 공간에서 수제 생면 파스타를 선보인 ‘준 더 파스타’, 바리스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저스트 디저트’ 등은 마치 클럽 음악을 틀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파티처럼 신선한 시도였다.

서래마을에 정식 레스토랑을 차린 건 그 이듬해 크리스마스다. ‘스와니예’는 프랑스어로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공들인 상태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공간도 스타일리시하다. 레스토랑의 중심을 차지한 주방은 사면이 열려 있어 어디서나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테이블 대신 놓인 ‘ㄷ’자 형태의 검은 대리석 바는 주방과 이어진다. “식사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음식은 추억이더라고요. 그래서 식사가 하나의 공연이 되길 바랐어요. 주방은 소극장이 되는 셈이죠. 또 요리사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요리사와 손님이 최대한 빠르고 가깝게 만나려면 바(Bar)밖에 없더라고요.”

이 모던한 공간에선 영화 같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코스는 단 하나뿐이다. 단품 메뉴도 없다. “공연이나 전시도 그렇잖아요. 창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는 게 예술이죠. 이건 제가 짜놓은 하나의 스토리고 이걸 따라가줬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에요.” 코스 구성은 1년에 다섯 번 정도 달라진다. <시네마 천국>, <대부> 같은 명화를 재해석한 네 번째 에피소드, 그리고 지난 1년간의 모든 이야기를 총정리하는 형식으로 매 에피소드의 베스트 메뉴만을 뽑은 다섯 번째 에피소드로 한 해를 마무리한 스와니예는 ‘Episode 06. 특별한 한 끼’를 이제 막 시작했다. 올해 첫 번째 이야기다. 오늘 공개한 ‘장 선 날 특수 부위’도 이번 에피소드의 메인 요리 중 하나다. “우설과 송아지 흉선을 이용한 건데, 고기에 채소 쌈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향이 센 겨잣잎과 적채를 덮어 쌈 싸 먹는 느낌을 표현해본 거예요.”

메뉴판은 추억의 앨범 같다. 김장날 겉절이, 농삿날 새참, 비 오는 날 녹두전, 생일날 미역국, 아빠 월급날 옛날통닭, 군대 초코파이 등이 하나의 코스다. “김장날 겉절이는 보라색 양배추에 겉절이하듯 서양식 소스를 발라 숙성시켰어요. 실제 김치가 들어가진 않지만 만드는 과정이나 맛에서 김치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죠. 또 새참은 굉장히 거친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이건 채소 덩어리도 크고 좀 세게 씹어야 되는 강한 텍스처의 샐러드예요.” 녹두전은 녹두를 섞은 뇨키고, 미역국은 미역의 맛과 잘 어울리는 라비올리 파스타에 소스로 미역국을 곁들인 음식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유일하게 빠지지 않는 달팽이 요리도 있다. 한식과 프렌치가 복합된 이 요리들을 가리켜 그는 ‘컨템퍼러리 서울 퀴진’이라 표현했다. “지금 이 도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서울은 온갖 사람들이 다 모인 도시잖아요. 맛있는 건 기본이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어요.” 허기진 도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이준의 여섯 번째 추억 여행은 꽃 피는 봄까지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