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술관

미술관들이 두 번째 미술관을 짓는다. 지상이 아닌 웹상에 세운 미술관에 ‘온라인 전시’를 연다. 관람객은 각자의 시공간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들은 국경 너머까지 자신을 널리 알린다. 손안에 미술관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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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서나 동시에 관람 가능한 24시 미술 전시는 없다. VOD 다시 보기도 없다. 전시란 정해진 기간, 정해진 장소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영화에 비해 확실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운 건 단연 미술계다. 그래서 ‘온라인’을 선택했다. 온라인 전시란, 말 그대로 전 세계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온라인 사이트에서 여는 전시를 말한다. 소장품을 웹상에 올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온라인에 동시에 올리거나 별도의 온라인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온라인 전시를 충실히 진행 중이다. 테이트 미술관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등 네 곳의 오프라인 미술관 외에 ‘테이트 온라인(www.tate.org.uk)’을 다섯 번째 미술관으로 운영한다. 지금 테이트 온라인에 접속하면, 테이트 브리튼에서 10월까지 전시되는 바바라 헤프워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자필 편지, 손때 묻은 작업 도구까지 담긴 영상이 그녀의 작업실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훑고, 육성 인터뷰는 물론 기념품 쇼핑까지 관련 콘텐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테이트 온라인에는 1500년부터 지금까지 작가 3,000명의 작품 7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야말로 거대한 미술 큐브다.

MoMA(뉴욕 현대미술관) 역시 온라인 전시의 경력이 탄탄하다. 소장품 20만 점 중 6만 점을 온라인으로 충실히 구현해내는데, 특히 학습에 최적화한 모마 러닝, 휴대폰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미술관 경험을 공감각적으로 확장시킨다. 파리 뮤제(parismusees.paris.fr)는 빅토르 위고 박물관, 발자크 박물관, 낭만주의 박물관을 비롯, 14개 시립박물관이 모여 협회를 설립해 공동으로 소장품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온라인 공동 전시 이후 오히려 오프라인 관람객도 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비엔날레온라인(www.biennaleonline.org)은 전세계 30개국의 큐레이터에게 신진 작가를 추천받아 이들 작품을 온라인으로만 공개한다. 그 결과는? 2013년에는 두 달 만에 15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고 40만 뷰를 달성했다. 유튜브에서는 독창적인 동영상 20편을 선정하여 거꾸로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하는 ‘유튜브 플레이(Youtube Play)’를 개최하기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전시로 작가들은 명예를 높였고 관람객들은 상상력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www.google.com/culturalinstitute)가 있다. 60개국 700여 개 기관과 협력해 웹상에 구현해놓은 이 미술관은 어떤 사이트보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보기 좋다. 올 5월 프로젝트를 재구성하며 이미지를 70억 픽셀까지 끌어올려 붓 터치 느낌, 유화의 갈라짐까지 표현해냈다. 큐레이팅 감각도 좋아서 ‘아트 프로젝트’ ‘역사적 순간’ ‘월드 원더스’ 등 큰 분류는 물론 세부 전시 구성도 눈길을 잡아끈다. 전문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도 명쾌하고 쉽다. 구글이니까 검색에 탁월한 건 기본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올 들어 구글과 손을 잡고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자체적으로도 꾸준히 홈페이지에 소장품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코리안 아티스트 프로젝트(www.koreanartistproject.com)는 2011년부터 작가들의 온라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진경 큐레이터는 “IT 기술은 점점 발달하는데 작가들 자료는 찾기 힘들고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아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작품은 물론 인터뷰, 영상 등으로 아카이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큐레이터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최정화, 이용백 등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면, 2년 전부터는 공모전을 열어 온라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작가의 참여가 더 많아졌다. 파노라마로 촬영해 작품을 3D로 구현하기도 하고, 가상공간에 영상을 플레이하기도 하며, 전시장 중앙에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원형으로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하는 등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온라인 전시를 선보인다.

물론 기술이 더 발전한다고 해도 온라인 전시가 미술관 산책이 주는 감동을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드넓은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정도는 돼줄 수 있지 않을까? 작품을 둘러싼 아카이브는 예술을 만나는 순간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게다가 관람료도 공짜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장이 되기도 하고, 작품 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처럼 작품 이미지를 어디든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 배포’를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더욱 많은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올 초 프리어 새클러 미술관 온라인 사이트에 아시아 유물 4만 점을 공개하면서 “온라인 전시는 예술의 민주화를 의미한다”는 말을 남겼다. 출근길,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대신 그림을 감상해봐도 좋겠다. 온라인 미술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