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슈퍼스타

홈쇼핑 원조 스타 간장게장은 이제 셰프에게 그 왕관을 물려줘야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장 트렌디한 음식을 우리 식탁에 배송해온 홈쇼핑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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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치 예약이 밀려 있는 이연복 셰프의 목란에 못 간다면 주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도마를 두드리는 청명한 소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썰려나가는 채소들, 칼질 한 방에 납작 패대기쳐지는 마늘!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전 부치듯 새우튀김을 익히고 소스에 버무리면 땡! 홈쇼핑은 이연복 셰프를 내세워 칠리새우를 30초 만에 완성해버린다. 방송은 ‘Sold Out’이라는 자랑스러운 자막을 띄운다.

스타 셰프의 간편식은 홈쇼핑에 등장한 또 하나의 스타다. 이연복 셰프의 칠리새우 & 동파육 세트는 론칭 두 달 만에 매출 80억원을 기록했고, ‘닭마스터’ 미카엘은 수비드 치킨을 선보여 1차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업계의 ‘카더라’ 통신에선 오세득 셰프에게 80개 업체에서 제안을 했다는 둥 백종원만 잡으면 평천하라는 둥의 얘기가 돌아다닌다.

홈쇼핑은 지금 이 순간 대중이 가장 원하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홈쇼핑 간편식에는 기댈 수 있는 ‘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마진 상품이고, 레시피만 알면 누구나 미투 상품을 만들 수 있기에 똑같은 상품이라도 누구를 내세우느냐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셰프’보다 ‘요리 연구가’라는 호칭이 익숙하던 시절에는 빅마마, 한복선이 홈쇼핑 스타였다. 셰프의 홈쇼핑 진출 성공에는 전문성이 있다. 화려한 홈쇼핑 화술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 20~30대 지갑까지 활짝 연 건 그 때문이다.

현대홈쇼핑 임정환 MD는 “셰프들은 고집이 있어서 소스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조정을 요청해도 타협이 안 된다”라고 말한다. 롯데홈쇼핑 남상연 MD는 “처음에 에드워드 권과 방송에서 프라이팬을 잡지 말자고 했다. 셰프가 자칫 장사꾼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식이 끓어 넘치는 돌발 상황에서 그가 본능적으로 프라이팬을 잡아 사태를 수습했을 때 콜 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고 했다.

물론 기본은 제품의 맛이다. 이연복 셰프는 마음에 들때까지 다시 만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아내가 방송마다 제품을 주문, 암행어사 역할을 한다고 한다. 홈쇼핑 MD들은 불시에 공장에 나가 제품의 퀄리티를 점검한다. 거죽만 남은 간고등어, 고무줄보다 질긴 LA갈비. 그동안 혹시나 하고 주문했던 제품이 얼마나 큰 실망을 남겼던가!

방송보다 빈약한 제품으로 논란도 많았지만 홈쇼핑은 늘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식품을 대중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수입 과일이 흔하지 않던 시절, 체리와 망고를 구매하기 가장 좋은 채널이었고, 랍스터를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단가를 낮춰준 것도 홈쇼핑이다. 가격 저항선도 많이 무너졌다. 3만9,900원에서 5만9,900원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제품의 질만 좋다면 9만9,900원까지도 지갑은 열린다. 자가 성장하며 깐깐해진 고객 눈높이에, 홈쇼핑 식품도 같이 커왔다.

“고기가 혀 위에서 춤을 춰요!” 홈쇼핑은 여전히 음식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24시간 내내 내보낸다. 봄이 되면 통영 도다리 쑥국 세트가 올라오고, 여름이 되면 주꾸미를, 겨울이 되면 과메기 어떠냐고 물어온다. 좀 호들갑스럽긴 해도 홈쇼핑은 먹고 사는 즐거움을 잊지 않게 해준다. 롯데홈쇼핑 남상연 MD는 조만간 줄 서서 먹는 맛집의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해줬다. “상상을 초월하는 맛일 거예요.” 밤 11시, 오늘도 리모컨과 휴대폰은 너무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