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위한 사전 검색

쇼핑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모든 족쇄가 풀렸다. 방대하고도 자유로운 온라인 세상은 쇼핑을 위한 사전 검색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낳았다.

쇼핑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모든 족쇄가 풀렸다. 방대하고도 자유로운 온라인 세상은 쇼핑을 위한 사전 검색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낳았다.

누군가 주말에 뭘 했냐고 물었을 때 난 100% 솔직해질 수 없었다. 밀린 빨래와 설거지, 청소를 했다고 대충 얼버무렸는데, 밝히지 않은 40%의 시간은 토요일 늦은 저녁과 일요일 오후쯤 될 것이다. 그 시간에 나는 소파에서 맥북을 껴안다시피 하고서 맹렬히 온라인 검색에 빠져 있었다. 최근에 공들인 작업은 거의 한 달 동안 검색을 거듭한 하이더 아커만의 타이트한 앵클 부츠와 아랫단이 네 가닥으로 갈라진 셀린의 실크 캔버스 소재 트렌치 코트였다. 모델이 아닌 사람이 그걸 걸치면 어떻게 보일지 SNS를 검색하고, 사이즈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사이즈 가이드를 참고하고,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여러 버전 중 어떤 게 가장 나은지를 고심하면서 가격 비교까지. 대여섯 시간쯤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황금 같은 주말 오후를 가상 공간에서 별 소득 없이 흘려보낸다는 건 누군가에게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짓처럼 느껴졌다. 최근 구글은 나의 은밀한 취미를 정당화해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4%의 사람들이 옷이나 신발을 사기 전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하는데, 대부분이 구입 직전에 ‘반짝’ 검색을 하는 데 반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로 10대 중반~30대 중반)는 구입 며칠 전 혹은 몇 주, 몇 달 전부터 검색을 시작하는 비율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의 온라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쇼핑을 위한 사전 탐색 패턴이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도 연령대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24세는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세대’다. 이들이 쇼핑할 때 필요한 건 오직 스마트폰과 SNS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상담하고, 쇼핑한 뒤에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이들은 위 세대에 비해 동영상에 의존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비율이 두 배나 높다.

25~34세는 ‘검색 세대’. 온라인 정보에 의존한 첫 세대로 검색엔진의 ‘헤비 유저’로 불린다. 구입 전에 해당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웹사이트를 동시에 방문하는 비율이 밀레니얼 내에서 가장 높다. 마지막으로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양쪽에 발을 걸친 35~44세는 ‘멀티태스킹세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세 가지 디바이스를 골고루 사용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둘 다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구가 강하다. 기기 교체 주기가 짧고, 늘 시간에 쫓기는 탓에 온라인 소비율이 가장 높다. 이를테면 나는 패션쇼에서 본 옷이 매장에 배송될 때까지 6개월은 참지 못하지만, 가장 경제적 조건으로 물건을 사기 위한 시간과 검색의 수고는 아끼지 않는 세대인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27세의 패션MD 줄리아는 올해 초 F/W 컬렉션 쇼에서 본 벨 슬리브 블라우스에 ‘꽂히고 말았다’. 매장에 도착할 가을까지 기다릴 수도 없거니와, 실제로 그 쇼피스를 살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녀 역시 익숙하고도 체계적인 과정에 돌입했다. 구글로 시작한 검색은 숍스타일(Shopstyle)을 거쳐 소셜 미디어 피드로 넘어갔다. 가장 좋아하는 온라인 스토어 사이트를 체크하고 블로그도 검색했다. 혹시 빈티지 버전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이베이와 마켓 플레이스 엣시(Etsy)도 잊지 않았다. 어떨 땐 모니터에 20개의 창을 띄워놓았고, 후보군 리스트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다. 이 모든 과정은 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이 그리고 퇴근 후 밤에 TV를 보며 이뤄진 것들이다. 결국 줄리아는 패션쇼에서 그 블라우스를 본 지 한 달 반 만에 덜 비싸면서 만족스러운 버전을 발견했고 총 15시간을 소요한 끝에 최종 구매 버튼을 클릭할 수 있었다. 할렐루야!

항간에는 이런 패턴이 쓸모없는 인생의 낭비이며 파산에 이르는 쇼핑 중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과정의 필요성은 이미 여행 상품, 전자와 가정용 기기 산업에서 증명된 바 있다. 경쟁사 간 항공권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 30여 년간 항공권 가격은 무려 50%나 하락했다. 대형 항공사가 독식하던 시장에는 경제적인 저가 항공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온라인 패션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소비 심리학자 키트 얘로우(Kit Yarrow)는 백화점 역할이 소비자의 손에 넘어갔다고 설명한다. “백화점과 제조사는 우리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얼마에 살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죠. 그곳에 들어간 그 순간에 살 수 있는 것 중 고르면 됐으니까요.” 그러나 오늘날 쇼핑 개념에는 어떠한 물리적 제약이나 제한도 없다. 말 그대로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세상이다. 퍼즐처럼 각각의 조건을 원하는 대로 끼워 맞춰 자신에게 최적화된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에 목매지 않고 제품 자체와 가격, 세일 폭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그러나 때로 너무도 많은 가능성과 선택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매우 불안해하는 쇼핑객들을 많이 봅니다.” 얘로우에 따르면 FOMO(Fear Of Missing Out의 준말로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신드롬과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감과 지속적 불안감을 조성하고있다. 가능성이 무한대인 세상에서 그 누가 자신의 결정이 궁극의 베스트라고 100% 확신할 수 있겠나? 그리고 이렇듯 돈과 시간을 탕진한 후에도 가시지 않는 찜찜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탐색 과정을 더 길고 공고히하게 만든다.

여기엔 예상 가능한 반전 또한 숨어 있다. 검색에 쏟아부은 노력과 상관없이, 검색 과정이 반드시 최종 구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사전 검색을 새로운 ‘시대적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이유일지 모른다. 28세의 안나는 검색 과정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틈틈이 계속하는 거예요. 저에겐 일종의 오락이죠.” 얘로우는 자신의 저서 <새로운 소비자 심리 해독하기(Decoding New Consumer Mind)>에서 재닌이라는 여자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단순히 청바지를 사려는 게 아니라 불안감으로부터 도피하고 지배력과 노련함을 느끼고 싶어 쇼핑 과정을 즐긴다. “특히 창의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업무를 처리하며 틈틈이 정신적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과 쇼핑을 합니다. 어쩌다 살 순 있겠지만, 처음부터 뭔가를 구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죠. 진짜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기분 전환거리가 필요한 것뿐입니다.”

<보그> 편집부의 내 데스크톱은 연중 내내 꺼지는 일이 없으며(건물 전체가 정전됐을 때만 빼고) 24시간 일주일 내내 켜져 있는 컴퓨터의 크롬 브라우저에는 평균 네 개의 탭이 열려 있다. 그중 셋은 기사 작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하나는 언제나 디자이너 슈즈와 옷을 검색 중인 폴리보어(Polyvore)나 숍스타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하이더 아커만 부츠와 셀린 코트 검색이 집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이뤄졌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은 부츠는 하나 남은 사이즈를 세일 가격에 샀고, 셀린 코트는 결국 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쇼핑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허탈감과 실망감에 휩싸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반드시 뭔가를 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온라인 탐색 과정에서 우리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판매자에게도 얽매이지 않는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직접 볼 일 없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유용한 도움말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구입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매장을 향하더라도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사무실에서 일어났던 기분 나쁜 일들을 잊을 수 있다. 잠재적 쇼핑을 위한 사전 검색은 절대 소비적 취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