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ATELIER – ⑥ DANIEL ARSHAM (다니엘 아샴)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⑥ DANIEL ARSHAM (다니엘 아샴)

다니엘 아샴은 누구라도 미래로 순간이동시킬 수 있다. 농구공, 전화기, 턴테이블 등 우리의 일상을 변모시킨 그의 작품은 고고학 박물관에 간 듯 역설적으로 ‘지금’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다니엘 아샴은 누구라도 미래로 순간이동시킬 수 있다. 농구공, 전화기, 턴테이블 등 우리의 일상을 변모시킨 그의 작품은 고고학 박물관에 간 듯 역설적으로 ‘지금’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과장된 실루엣의 스커트 수트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뉴욕 롱아일랜드의 공장 지대를 지나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지는 이스트리버 강변에 다니엘 아샴의 아틀리에가 있다. 투박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흰 가운과 흰 장갑을 착용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조용하고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그는 지금 전 세계 미술계를 통틀어 가장 부지런히, 역동적으로 활동 중인 다니엘 아샴이다. 과학자 같기도, 연구원 같기도, 고고학자 같기도 한 그는 동시에 모두이기도 하다. 단서는 아틀리에 곳곳에 숨어 있다. 흰 벽면 아래로 사람이 기어들어 굳어버린 듯한 작품, 탁구공을 픽셀처럼 만든 구름, 순식간에 얼었다가 서서히 풍화된 듯한 형상인 실물 크기의 전화기, 농구공, 항공 점퍼, 턴테이블, 전자 기타 등. 먼 미래의 어느 날, 고고학 박물관을 찾는다면 바로 이런 풍경이 아닐까?

뉴욕 롱아일랜드의 공장 지대를 지나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펼 쳐지는 이스트리버 강변에 다니엘 아샴의 아틀리에가 있다. 투박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흰 가운과 흰 장갑을 착용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조용하고 상냥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그는 지금 전 세계 미술계를 통틀어 가장 부지런히, 역동 적으로 활동 중인 다니엘 아샴이다. 과학자 같기도, 연구원 같기도, 고고학자 같기도 한 그는 동시에 모두이기도 하다.

다니엘 아샴은 시간의 잔해를 박제한 듯한 작품을 대면한 누구라도 미래로 순간이동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강렬하게 기억하도록 한다. 그가 대리석, 유리섬유, 먼지, 암석 가루 같은 재료를 찾는 데 열중하는 것은 돌이야말로 영원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재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에서 모은 돌을 이용해 필름 카메라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소멸의 흔적을 새겨놓는다. 물질의 본질을 바꾸는 연금술사로서의 그는 이런 시간이 변이된 형태를 통해 “과거가 곧 현재이고, 현재가 곧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마이애미 출신의 그가 어린 시절 허리케인이 남긴 파괴력을 대면한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언급한 적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에게 시간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절대적인 진실에 가깝다.

유난 떨지 않고도 즐겁게 촬영에 참여한 그는 곧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촬영 컷의 일부를 올렸다. 그는 20만 팔로워, 말 그대로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을 매료시킨 건 고고학적인 미술 작업뿐만이 아니다. 조각을 영상화한 SF 영화 (변질된 환경을 다룬 디스토피아적인 영화에 제임스 프랭코가 출연했다), 퍼렐 윌리엄스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키보드(퍼렐의 가장 첫 악기였던 카시오 키보드를 화산재로 재현했다), 전설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과의 협업으로 선보인 무대 연출(스튜디오에 걸린 ‘Pixel Cloud’가 이 작품 의 세트 일부다), 2005년 즈음 에디 슬리먼이 이끄는 디올의 LA 매장 피팅룸(그에게 브랜드 로고는 현재를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등 팬들은 각자가 기억하는 다니엘 아샴의 모습에 ‘좋아요’를 누른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만큼이나 다니엘 아샴의 활동은 매우 전방위적이다. 예술 생태계를 개척하며 영역을 확장 중인 그의 다원적인 활동을 단순히 ‘스타 미술가의 행보’라는 말로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날마다 획기적인 예술적 사건이 일어나는 아틀리에의 풍경은 더욱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니엘 아샴의 진지한 행보를 주시하게 만든다.

미니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싸이 하이 부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미니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싸이 하이 부츠는 발렌시아가(Balenci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