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FASHION INTO ATELIER – ⑩ AYA TAKANO (아야 다카노)

2016.08.02

by VOGUE

    FASHION INTO ATELIER – ⑩ AYA TAKANO (아야 다카노)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⑩ AYA TAKANO

    아야 다카노는 여전히 외계인을 좋아하고, 몽환적인 소녀 캐릭터를 그린다. 달라진 건 자유를 찾아 세상을 부유하던 그녀가 현실에 발을 디뎠다는 것이다.  아야 다카노가 입은 백조 문양의 니트 톱, 이호정이 입은 벨벳 블라우스, 백조 프린트 팬츠, 펌프스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아야 다카노는 여전히 외계인을 좋아하고, 몽환적인 소녀 캐릭터를 그린다. 달라진 건 자유를 찾아 세상을 부유하던 그녀가 현실에 발을 디뎠다는 것이다.
    아야 다카노가 입은 백조 문양의 니트 톱, 이호정이 입은 벨벳 블라우스, 백조 프린트 팬츠, 펌프스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3·11 대지진은 일본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예술가들이었다.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일본인뿐 아니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는 잘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건 아야 다카노의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인용구를 묻는 <보그>의 질문에 그녀가 답했다.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고갱은 아야 다카노가 학창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화가다. 변함없이.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삶과 함께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녀를 말할 때 ‘자포니즘과 SF 소설을 관통하는 세계관’ 혹은 ‘에로틱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혼재된 환상세계’ 같은 문장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무라카미 사단, 카이카이 키키의 신예’라는 수식어는 구태의연할 정도다.

    요코하마에 위치한 아야 다카노의 아틀리에는 매우 작다. 창문도 없고, 빛도 없는 이 작은 ‘외딴 방’이 소박한 이유는 크기의 정도를 떠나 개인의 욕망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그림을 그리는 행위로만 채워지는 무중력의 공간에서는 오직 작품이 빛을 발한다. 이 방에서 구현되는 미래 세계는 그것이 디스토피아인지 유토피아인지 분간할 수 없던 이전과는 다르다. 그림 속 소녀들은 허공을 보는 게 아니라 나를, 누군가를 바라본다. 그녀는 10대 소녀들을 구출하기 위한 구원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만이 더 이상 능사가 아님을 안다. 여전히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갔으면 하지만, 시종일관 백일몽 같던 미래의 이야기는 사유를 통해 현실의 온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Watching from the World of Clouds, 2008
    Acrylic on canvas, Height : 310cm / 122 1/16inches(6 panels) © 2008 Aya Takano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Guillaume Ziccarelli

    Feast, 2015
    Oil on canvas, 60.6×50cm / 23 7/8×19 11/16inches © 2015 Aya Takano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Fluffy, 2016
    Oil on canvas, 117×91cm / 46 1/16×35 13/16inches © 2016 Aya Takano/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View of the exhibition “Aya Takano" at Museum Frieder Burda, Baden-Baden, Germany, 2010
    © 2010 Aya Takano/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Volker Naumann


    지난 2014년 신작 ‘May All Things Dissolve in the Ocean of Bliss’를 내놓을 즈음 아야 다카노는 “신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같은 해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의 개인전에서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쓰지 신이치를 초빙해 아티스트 토크를 열기도 했다. 2015년 부산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생명 창조와 탄생의 원형으로서의 바다의 형태로 펼쳐졌다. 지진 당시 멧돼지, 사슴 등이 물 위를 떠다니는 광경을 목격한 그녀는 이들을 천상의 동물로 그려냈다. 지금 그녀의 그림은 여전히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울지언정 보다 인간적이고, “나를 억누르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절규할 때보다 자유롭다. 기자 간담회에서 그녀가 말했다. “지진 후 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생활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술과 고기를 끊고, 그림 속에서 성적 에너지를 걷어냈어요.” 모든 것이 떠내려갔음에도 여전히 천국 같은 세상, 아야 다카노가 ‘순환의 예술’로 추구하는 ‘영원’이다. 2017년 3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 파리 페로탱에서 예정된 전시가 이를 증명할 것이다.

    별무늬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별무늬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Hyea W. Kang, Courtesy Galerie Perrotin, Artwork © aya takano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모델
      이호정
      헤어 & 메이크업
      임희성
      어시스턴트
      오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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