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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60만 명 이상 가슴 확대 수술을 하지만 열 명 중 한 명은 과거로 돌아가길 원한다. 커진 컵의 무게만큼 마음의 짐이 늘어날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십 그 이상의 진실.

스트라이프 재킷은 YCH, 브라 톱과 하이웨이스트 브리프는 데이즈 데이즈(Daze Dayz), 약지에 낀 반지는 타니 바이 미네타니(Tani by Minetani), 검지에 낀 반지는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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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가슴이란 참으로 미묘한 기관이다.아름다움을 칭찬하는 것도 무미함을 핀잔하는 것도 모두 결례가 되고, 이성, 아니 동성끼리도 본능적으로 서로의 것을 탐색하지만 면전에서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싯업 보드에 누워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조차 퍼지지 않는, 위풍당당한 가슴의 소유자를 만나면 조용히 속으로 질투할 뿐이다. ‘했네, 했어!’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가슴 확대 수술은 2016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성형수술이다. 통계로 확인된 것만 약 164만 건이다. 성형외과 의사들 역시 오해 풀기에 적극적이다 “유방암과 관계없고요, 수유와도 상관없어요. 터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맺음말로 이런 여담을 들은 적도 있다.“ 작게 해서 후회하는 사람은 봤어도 크게 시술해서 원망 들은 적은 없어요. 만족도가 매우 높은 수술이죠.” 정말 모두 그럴까?

나의 절친 P는 지난 4년 동안 가슴 수술을 네 번 했다. 그녀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거듭 수술대에 오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4년 전에 나 살쪘다고 지적했던거 기억해? 사실 그때가 첫 수술 직후였어. 박스 티셔츠밖에 입을 수 없었지. 가슴이 너무 컸거든.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구할 수 없을 정도여서 구매 대행으로 F컵 브래지어를 주문해야 했단다. 어깨, 허리 등 통증이 엄청났는데 그중에 가장 아픈건 마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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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가슴? P는 원래 약간 헐거운 B컵 볼륨의 소유자였다. 그녀가 가슴을 돈 주고 사기로 결심한 건 모유 수유 후. “젖과 함께 젊음도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엄마가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 하면서도, 윗가슴이 납작해지며 볼품없이 처지기 시작하는데 겁이 덜컥 나더라.” 그녀는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스스로를 사랑했고, 남자에게 사랑받는 자신 역시 소중했다. 그녀 인생에 존재하는 세 가지 사랑 중 두 가지가 동시에 사라질 것 같은 위협. P는 즉시 온갖 후기를 섭렵하며 병원 서칭에 돌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촉감이 부드럽다” “누웠을때 퍼짐이 자연스럽다” “모양이 기가 막히다” “남친도 모르더라” 등의 간증이 줄 잇는 모 가슴 전문 성형외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에 이른다.

“꽉 찬 B컵을 원해요.”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좁은 몸통에 새가슴, 당신이 가장 예뻐 보이는 사이즈는 따로 있다”며 더 큰 사이즈를 권했다. 어차피 큰 결심했는데 그렇게 ‘적당히’ 키우고 나면 후에 반드시 후회들 하더라는 충고도 곁들여졌다. 그녀는 에둘러 저항했다. 둔해 보이는 건 싫으니 패드 없는 브래지어를 할 수 있을 정도, 아무 옷이나 척척 걸쳐도 태가 나게 해달라고 우아하게 설명했다. “그게 내 첫번째 실수였어. 그런 애매한 말을 의사가 찰떡처럼 알아들었으리라 믿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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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실수는 지나친 비밀이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내원했던 터라 자신의 몸에 어느 정도 크기의 팩이 채워질지 최종 체크해줄 보호자가 없었던 것. “제3자가 입회하면 환자가 마취된 사이 임시 물주머니에 채워지는 물의 양으로 크기를 가늠해줄 수 있대. 내 경우엔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맡겨버리게 됐지.” 결국 P는 무려 310cc의 보형물을 넣은 채 마취에서 깨어났고 배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부풀어 오른 가슴 언덕을 마주하게 됐다. 모두 부기라더니 몇 달이 지나 상태가 안정된 후에도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책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는 셈이라 어깨와 허리가 아픈 건 기본,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둔하고 멍해 보이는 자신의 몸이었다. 결국 6개월 만에 가슴을 교환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은 P에게 의사는 혀를 찼다. “당신이 원래 원했던 사이즈는 하나 마나 한 것 이지만 그렇게 원한다면 한번 해보죠.” 그렇게 보형물 교체 수술이 시작됐다. 이미 커다란 보형물이 들어가 몸속에서 자리를 넓게 잡고 있었던 터라 그보다 작은 것을 넣어 고정하려면 가슴 밑부분을 붙여 방을 줄여야 했다. 작아진 가슴을 안고 안심한 것도 잠시, 이번엔 접착제가 문제였다. 염증 때문에 고열에 시달리며 복통이 찾아왔고 응급실에 실려가는 고초를 겪은 후 어쩔 수 없이 3차 수술에 돌입했다. 가슴을 다시 열어 접착제를 모두 제거하고 세척과 소독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안에서 탈이 났던 터라 이번엔 밖에서 가슴 밑을 꿰매 방을 줄였다. 이 모든 과정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듯, 죽을 듯한 고통 속에서 진행됐다. “잦은 전신마취가 걱정돼 수면 마취를 택했는데 그때 꾼 꿈을 아직도 잊지 못해.” 작은 관에 갇혀 사방의 벽이 그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조여드는 압박감과 고통이 극에 달하자 그녀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내가 사람인지 벌레인지, 아니 먼지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무의 상태, 상상이 되니?” 사랑받는 여자로 거듭나기 위해 한 선택이 자신을 소멸 직전까지 내몰다니. 비록 꿈이었지만 그건 아이러니를 뛰어넘은 공포였다.

KITX - Runway - Mercedes-Benz Fashion Week Australia 2017

3차 수술 후 P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후기에서 읽은 것처럼 누울 때 자연스럽게 퍼지지 않는 것은 물론, 돌아누울 땐 보형물이 움직이는 듯한 이물감도 느껴졌다. 가끔씩 찌릿하는 통증이 있을 때면 혹시 탈이 난 게 아닐까 싶어 문득문득 겁이 났다. “돈 주고 산 가슴은 완벽히 내 것이 되지 않더라. 왜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았을까?”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은 가슴이 큰 여자들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니가 언젠가 ‘의젖’의 시대가 갔다며 이젠 엉덩이가 탄탄하고 복근이 잡힌 날쌘 몸매가 트렌드라고 말했을 때, 입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내가 너무 조급했구나 후회했지.” 돌이키는 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린 안다고 보형물을 제거하고 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비루해질 가슴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하는 사이 3년이 지났다.

Gay Times Honours - Red Carpet Arrivals

가슴, 리부트 서칭과 상담을 반복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P는 드디
어 제거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답을 주는 의사를 만났다. 수술 시간
은 총 30분도 안 됐고 바람 빠진 풍선이 될 거라는 P의 우려와는 달리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가슴을 갖게 됐다.

빈자리는 어떻게 됐을까? P가 잠든 동안 일어났던 일을 전문적으로 묻기 위해 내가 직접 UBA 성형외과 박성철 원장을 찾아갔다. “누벼준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흉근 사이를 박리해서 보형물을 넣어놨으니 다시 그걸 딱 붙여 단단히 꿰매놓았죠.” 제거하는 건 보형물만이 아니다. 그것이 자리 잡으며 생겨버린 피막도 남김없이 없애야 했다. 남은 건 모양. “환자들은 자신이 과거 가슴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빼고 나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요즘 재수술 환자 다섯중 한 명은 완전히 보형물을 제거하길 원하는데 그럴 땐 남은 볼륨을 최대한 모아 작지만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줍니다. 상실감을 줄여주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죠.”

혹시 P도 일찍부터 모양을 잡는 수술에 도전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랬더라면 좋았겠죠. 흔히들 ‘가슴 성형=부풀리기’라 생각하지만 주변 일대의 지방을 다듬어 유방을 돋보이게 하는 것도, 남은 지방을 모아 볼륨을 만들어주는 것도 모두 가슴성형이랍니다.” 박 원장은 오랫동안 여성의 가슴을 수술하면서 볼륨이 행복과 정비례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턴 체계적으로 잘 빼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노력은 P에게서 보형물과 함께 트라우마까지 제거해냈다. “몸이 깃털같이 가볍더라. 마음은 더 가벼워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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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커져서 행복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세상, P는 돌연변이였던 걸까? 박 원장은 제거하려는 사람이 상상 이상 많다고 귀띔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불편해서, 아파서, 딱딱해서, 내 것 같지 않아서, 모양이 싫어서, 너무 커서, 너무 작아서 혹은 그냥 막연히 불안해서… “모든 수술은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어요. 가슴이 커지면 그만큼 잃는 것도 분명 있죠.” 따라서 점점 다양해지는 보형물과 시술법, 각 재료의 장단점과 수술 후의 득과 실, 자신이 팔을 많이 쓰는지, 운동을 좋아하는지 등의 생활 습관까지 모두 고려하고 숙지하지 못한 상태로 수술에 임한다면 후에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글로 배워 마스터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똑같은 크기의 보형물을 넣더라도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피부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어요.” 뭔가를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걸 뼈 가까운 단단한 곳에 넣는 것이 아니라 물렁한 살 사이에 넣다 보니 피부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슴 성형의 한계죠.”

물론 P는 매우 드문 예이지만, 동시에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실화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성형수술이니까 괜찮을 거란 안일함, 가슴만 커지면 섹스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어깨 펴고 사우나를 활보하는 즐거운 상상만으로 수술을 감행하기엔 당신의 가슴은 좀 많이 소중하다. 무엇보다 유방 크기가 달라졌다고 당신을 둘러싼 세계가 바뀌진 않는다.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먼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이 볼륨인지 자신감인지. 전자를 사서 후자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지다면, 그리고 건강을 해치지않고 안전하게 아름다워지게 하는 의사를 만났다면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한다. 하지만 1%라도 망설이고 있다면 조금 더 고민해도 늦지 않다. 당신의 가슴 바로 밑에서 팔딱팔딱 뛰는 마음은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다치기도 쉬운 곳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