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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LOSS

2022.08.14

by 송보라

    LOVE AND LOSS

    아리아나 그란데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시원한 고음의 팝 스타, 단단히 묶은 포니테일, 유니폼 삼아 입는 통통 튀는 베이비 돌 드레스과 싸이하이 부츠? 혹은 지방시의 새 뮤즈? 겉모습과 달리 아리아나는 상처를 안고 있다. 2년간의 성공과 비극, 성장의 롤러코스터에 대해.

    지난 2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노래는 빌보드 차트에서 1위, 2위, 3위를 거머쥐었다. 이토록 압도적인 빌보드 차트 점령에는 오직 하나의 선례만 존재한다. ‘Can’t Buy Me Love’, ‘Twist and Shout’, ‘Do You Want to Know a Secret’으로 방송 전파를 뒤덮었던 1964년의 비틀스다(아리아나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음악이 이룬 쾌거에 대해 특유의 구두점을 찍지 않는 간결한 트위터 화법으로 반응했다. “잠깐 뭐라고”). 특유의 높이 묶은 포니테일을 따라 하며 그녀가 인스타그램에서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뒤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도록 만들어준 열광적 팬덤이 있는 반면, 아직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대중도 있지만, 그녀는 대다수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가수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알고 보면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2주간의 악몽 속에서 작업한 앨범에는 지금까지 선보인 음악 중 가장 마음이 쓰라릴 정도로 개인적인 노래가 수록되어 있었고, 적어도 40개 도시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매일 밤 자신의 쓰라린 개인사를 노래해야만 했다.

    HEAD SPACE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건 어려웠어요.”
    아리아나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플로리다 보카러톤의 메이크시프트(Makeshift)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아리아나가 입은 카디건, 브라렛, 보이 쇼츠는 카이트(Khaite).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치유에 대해 계속 검색하고 상담 치료사와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모두들 ‘규칙적인 일상이 필요합니다. 정해진 스케줄 말이죠’라고 말했어요.” 아찔한 플랫폼 굽의 블랙 앵클 부츠를 벗어 던지고 다리를 꼬아 바투 앉으며 아리아나는 말했다. 참, 그 앵클 부츠는 세르지오 로시다. 부츠 안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브랜드명이 적힌 안창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리아나는 음악은 알지만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 “조금 극단적이거든요. 그래, 투어 돌자. 이런 식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건 어려웠어요. 노래는 흥겹죠. 대중음악이고요.”

    우리는 아리아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Thank U, Next>의 프로듀서인 토미 브라운의 캘리포니아 샌퍼낸도 밸리 내 노스리지의 한적한 골목 끝에 있는 홈 스튜디오에 자리 잡았다. (아리아나가 태어나고 6개월 후인 1994년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미국 도시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하늘에 펼쳐진 구름 사이로 비추는 흐릿한 빛이 교외의 낮은 주택과 아이스버그 장미와 후추나무가 점점이 피어 있는 앞마당 위로 흐드러졌다. 열성적 음악 팬으로서 비하이브(비욘세의 팬덤)와 리틀 몬스터(레이디 가가의 팬덤)에 필적하는 아리아나의 팬들 ‘아리아네이터’들은 그녀가 우중충한 날씨를 좋아해서 응석받이 어린 시절을 보낸 플로리다의 해변을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제발 춥고 축축하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되어줘, 저는 이래요. 사람은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걸 갖고 싶어 하죠.”

    아리아나도 어린 스타들이 덮어놓고 구입해볼 만한 거대하고 대리석이 깔린 저택을 베벌리힐스에 소유하고 있지만, LA에 머물 때면 토미의 집에서 보낸다. 아리아나는 블랙 레깅스에 ‘Social House’라 적힌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었다. 소셜하우스는 그녀의 친구이자 이제는 그녀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는 피츠버그 출신 팝 듀오다. 아리아나의 탄생석인 커다랗고 하얀 진주가 그녀의 손가락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게자리다. 자신의 껍데기 안에서 비로소 행복해지는 작은 게.) 사람들이 날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우리도 날씨 이야기를 한 것은 결국 ‘어려운 내용’에 에둘러 도달하기 위함이다. 에둘러 말하기는 얼마 안 가 끝나버렸다. 대화가 시작되고 9분 만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올해 그녀가 처음으로 주 공연자로 나섰던 코첼라 페스티벌이 언급되었을 때였다. “죄송해요. 울어버렸네요.” “제가 죄송하죠. 울게 만들어서.” 어색한 사과의 교환이 이어졌다. 이 페스티벌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래퍼 맥 밀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풀어놓았다. 맥 밀러, 본명은 말콤 매코믹, 그는 아리아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 전 남자 친구로 2018년 9월 우발적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나 다른 민감한 사안은 깊은 대화를 하다 보면 다루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깊은 슬픔은 우리의 대화에 블랙홀을 만들어 모든 파편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코첼라에 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페스티벌을 보러 가거나 그렇게 즐기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말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코첼라에 갔던 거였어요. 엄청난 경험이었죠. 그다음 해에도 또 갔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혼돈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면.”

    이제 막 26세가 되어 커리어에서 가장 성공적 순간을 맞고 있는 이 여성에게 지난 몇 년은 공공연하게 소란스럽고 잔인했다. 맥 밀러가 사망하기 15개월 전인 2017년 5월, ‘Dangerous Woman’ 월드 투어로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렸던 전석 매진 공연에서 아리아나가 앙코르곡을 막 끝냈을 때였다. 자살 폭탄 테러범이 인근 휴게소에서 폭탄을 터뜨렸고, 이로 인해 여덟 살 콘서트 관람객을 포함해 23명이 숨졌다. 충격과 동요에 휩싸인 아리아나와 당일 밤 관객석에 있던 어머니는 플로리다의 집으로 함께 돌아갔다. (“마음이 찢겨나가네요. 내 모든 진심을 다해, 미안해요. 이 말밖엔 드릴 말씀이 없네요.” 다음 날 그녀가 트위터에 올린 이 멘션은 한동안 트위터 사상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은 글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기 전에 맨체스터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했다.

    2주 뒤 그녀는 맨체스터를 다시 방문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생존자들을 찾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또 자선 공연을 열어 2,500만 달러를 모았다. 콜드플레이, 케이티 페리, 저스틴 비버 등이 게스트로 참여했고, 아리아나는 자신의 선정적 노래를 열창하며 무대를 누볐다. 이는 IS를 배후에 둔 폭탄 테러범이 아리아나의 도발적 팝 페르소나에 대한 항의로 벌인 짓이라는 추측에 따른 한 희생자 어머니의 요청이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그날 밤 공연의 이미지는 아리아나가 흐느낌 속에서 노래한 절정의 무대 ‘Somewhere Over the Rainbow’였다. 아리(친구들이 그녀를 부르는 애칭)에 대해서 모른다면, 그녀에 대한 오해로 기계로 목소리를 만진 프랑켄슈타인 가수라거나, 베이비 돌 원피스에 고양이 귀를 쓰고 멜리스마 창법 기교를 뽐내는 섹시한 사이보그라고 생각했다면, 이 모습이 그런 오해를 풀어줄 첫 번째 증거가 될 것이다. 이 공연을 위해 대서양을 건너온 그녀의 친구 마일리 사이러스는 이렇게 언급했다. “아리아나는 비밀이 없는 사람이에요. 현실과 대중문화가 원하는 판타지를 아름답게 혼합하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왔죠. 그날 밤 제 품에 안긴 아리아나가 인명 피해 충격으로 몸을 떠는 걸 느꼈어요. 맞대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 그대로 전해왔죠. 자신을 내려놓고 세상과 함께 울 수 있다면 진심은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우리를 치유해주는 것은 음악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죠.”

    그녀는 이후 오리지널 곡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듬해 봄이 되어 네 번째 앨범 <Sweetener>의 첫 번째 싱글 ‘No Tears Left to Cry’를 발매했다. 이 곡은 참사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댄스튠의 곡이었다(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Get Well Soon’에는 맨체스터 테러 사건의 생존자들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곡의 후반부에는 침묵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며,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날짜에 맞춰 5분 22초간 재생된다). 그러나 2018년 11월, 맥 밀러의 사망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유명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과의 짧았던 약혼을 파혼한 이후 아리아나는 눈물이 모두 마르려면 아직 한참 남았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는 그녀의 유명한 트위터 멘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전에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고 한 거(no tears left to cry), 기억해요? 그때 세상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겠죠. 하하, 그럴 줄 알았지?”

    이 전형적 블랙 유머와 자기 비하로 점철된 말은 지난 2년간 일어난 일을 마주 보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 노래를 통해 많은 걸 공유했고, DM이나 팬과의 직접적 대화를 통해서도 소통해왔어요. 팬을 소중히 하고 싶고, 그분들의 마음에 위안이 될 만한 것을 공유하려고 해요. 물론 팬들과 공유하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것도 많죠. 제 문제니까요. 팬들도 이 마음을 알 거예요. 팬들은 말 그대로 제 눈을 통해서 알거든요. 제가 혼란스럽거나, 기쁘거나, 피곤할 때나 팬들은 다 알아줘요. 우리가 가진 신비한 힘이죠. ET와 엘리어트 같이요.” 아리아나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인 채 이 대화에 임했음을 인정했다. “저는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그런 일에 대해 세상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어떤 말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무대 위에 있는 저는 완벽하게 세련되고, 본업을 잘 소화해내는 연예인이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저는 단지 배워나가는 과정을 겪는 사지가 절단된 불구자일 뿐이에요.” 그녀는 피식 웃어버렸다. “저는 확실히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이면서 가장 운이 나쁜 여자이기도 해요. 저는 위태로운 줄다리기 중이에요.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과 제가 겪어온 일로 입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들쑤셔지는 걸 참아야만 하는 것, 또 내 인생에 찾아온 아름다운 것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과 이것들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사이에서 말이죠. 제 트라우마가 그렇게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주니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아리아나는 플로리다 보카러톤의 비싸고 호화롭게 지은 지중해 스타일 저택이 즐비한 최고급 주택단지에서 자랐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녀의 어머니 조안 그란데는 맨해튼의 명문 여대 바너드칼리지에서 공부했고, 지금은 해양 통신 장비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아버지 에드워드 부테라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아리아나가 여덟 살 때 부모는 갈라섰다. 그녀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가정에서 캐릭터처럼 자랐다. 세 번째 생일 테마는 ‘죠스’였다. 제이슨의 마스크를 쓰고 집 주변을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할로윈이 되면 조안은 동물의 내장을 사서 그릇 안에 담아 둥둥 떠다니게 했다. “우리 가족은 특이하고 괴상하고 시끄럽고 딱 이탈리아 사람들 같아요. 늘 섬뜩한 것에 열광했고요. 어머니는 고스 추종자예요.”

    THREE OF HEARTS
    아리아나와 그란데의 어머니 조안(Joan)과 할머니 마저리(Marjorie). 아리아나가 입은 드레스는 끌로에(Chloé).

    아리아나는 일찌감치 본성을 드러냈다. 조안은 아리아나가 세 살 때쯤 차에 탔던 날을 떠올렸다. 엔 싱크의 노래가 틀어져 있었고, 어린 아리아나는 몇 번이고 JC 샤세즈의 고음을 완벽하게 따라 불렀다. 집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었고, 아리아나와 이부 오빠 프랭키, 어머니 조안은 언제나 노래를 불렀다. “레퍼토리는 휘트니, 마돈나, 머라이어, 셀린, 바브라, 가창력 좋은 여가수들이었어요. 게이, 디바, 디바, 게이, 고음 내지르는 디바, 이런 식이었죠.” 조안은 프랭크 시나트라와 딘 마틴의 음악도 자주 틀었고, 아리아나의 가족은 오래된 뮤지컬 영화, 특히 주디 갈랜드와 미키 루니의 작품을 즐겨 보았다. 조안은 이렇게 회상했다. “아리아나는 그 배우들이 얼마나 완벽하고 정확한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고, 주의를 기울여 공부했어요.” 가족은 어느 뮤지컬에 꽂히면 끝장을 보았다. 조안에 따르면 이 가족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저지 보이스>를 거의 60번이나 봤다.

    지역 아동 극단에서 몇 년간 활동한 아리아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13>에서 역할을 맡게 되었다(당시 14세였다). 이 뮤지컬이 막을 내리고 몇 주 후 그녀는 케이블 TV 니켈로디언의 드라마 <빅토리어스>에서 괴짜 조연 캣 발렌타인으로 캐스팅되었는데, 이 쇼를 통해 아리아나는 초등학생들의 스타가 되었다. “제 자신을 배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제가 열네 살이었을 때, R&B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대체 무슨 노래를 부를 건데? 절대 안 될 거다, TV 프로그램 오디션이나 보러 가라, 기반부터 다져놓고 세상에 나가야 한다, 넌 재미있고 귀여우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 때까지 준비나 해라.’ 다들 이랬어요. 그래서 그 말을 따랐죠. 그 TV 프로그램에 나오고 나서 저는 얘기했어요. ‘이제 됐죠? 이제 음악 해도 되나요?’” <빅토리어스>에 출연하는 동안 아리아나는 쉴 때마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최고의 보컬인 아델,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아리아나가 19세 때인 2012년 8월, 고도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Emotions’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이 영상으로 그녀는 유망주로 부상했다. 이후 그녀는 정신없이 일하며 6년 동안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모두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세 차례의 월드 투어를 성공시켰다.

    아리아나의 스타일은 자주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한다. 유니폼 삼아 입는 통통 튀는 베이비 돌 드레스와 싸이하이 부츠, 관능주의자와 스쿨걸의 불편한 혼합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다. 그녀가 롤리타를 이용한 음란 산업의 꼭두각시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지 않다. <Sweetener>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맨체스터 테러 사건 이전과 이후 아리아나와 오랜 시간 음악 작업을 함께 해온 퍼렐 윌리엄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19금 버전의 디즈니 캐릭터 같아요. 생기 넘치죠. 하지만 자신에 대해 정확히 인식합니다. 이러한 메타 인지는 그녀의 일부예요.” 그녀의 이미지를 문제 삼는 반응에 대해 단호히 대답한다. 그 모습을 좋아하는 것뿐이다. “제가 연기하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갖고 싶은 거예요. 나 자신의 과장된 버전 같은 캐릭터 말이에요.” 이러한 캐릭터는 저를 보호해주죠. 하지만 팬들을 위해 캐릭터를 파괴하고, 나도 그냥 사람일 뿐이라는 걸 분명히 하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쟁취해낼 만한 것이니까요. 캐릭터가 파괴되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해요. 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충동적이고 열정적이고 감정적이면서 그냥 무모하거든요. 음악은 정말 솔직하고 진실하지만. 할로윈에 제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드래그 퀸들이 제 분장을 할 수 있다면, 저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거죠. 가까운 드래그 바에 가보면 알게 될 거예요. 이 부분을 가장 뿌듯하게 여겨요. 그래미상을 받는 것보다도요.” (여담이지만, 아리아나는 올해 <Sweetener>로 최우수 팝 보컬 앨범 상을 수상하며 첫 그래미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리아나의 커리어 내내 이 캐릭터는 놀랍도록 한결같았지만, 그녀는 최근에 들어서야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반은 제가 하고 싶은 노래, 반은 음악계에서 제 자리를 확고히 만들어줄 노래를 만들었어요. 많은 싱글은 우스울 정도로 아무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죠. ‘Side to Side’를 싱글로 내놓은 사람이 할 얘기인가 싶지만. 좋아하는 노래예요. 하지만 사실 그냥 섹스에 관한 재밌는 노래일 뿐이죠.” 수천 명의 아홉 살짜리 소녀들이 듣는 가운데 성관계를 너무 많이 해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 없는지 물었다. “분명 결국 다들 하게 될 거예요. 장담해요. 인터뷰 진행자님 아이도 섹스를 하게 될 거고요. 그러니 이 노래가 무엇에 관한 노래인지 물어보면 그냥 알려주세요.” <Thank U, Next> 트랙이 지닌 영리한 측면은 아리아나에 대해 대중이 갖는 냉소적 시각을 뒤집어 다시 평가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2월을 점령한 세 싱글 트랙을 살펴보자. ‘Break Up with Your Girlfriend, I’m Bored’, ‘7 Rings’ 그리고 타이틀곡. 표면적으로 여성 간 경쟁을 담은 듯 보이는 노래는 사실 자기애에 관한 것이고, 물질주의에 대한 찬가는 자매애를 드높인다. 그리고 오만한 디스 트랙이 될 줄 알았던 곡에는 감사와 성찰의 중요성이 담겨 있었다.

    맨체스터 사건이 아리아나 커리어의 변곡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록 그녀는 폭탄 테러에 관한 이야기에 움츠러들고 자기중심으로 생각할 법도 하지만. “제 트라우마가 아니에요.”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른 그녀는 말한다. “유가족의 몫이죠.” 그리고 이내 덧붙인다. “그분들의 상실이고, 그래서 이 인터뷰를 읽은 유가족이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릴 거라 생각하니 그냥 심경을 다 털어놓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잠시 멈추고 몸을 추슬렀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하나 되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은 뿌듯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희생자 그 누구도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죠. 모두들 이렇게 말했어요, 와, 이 놀라운 결과를 좀 보라고,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뤄낸 게 없죠. 안타까워요. 영원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을 거예요. 그간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일에 파묻혀버렸어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녹음실로 돌아가 퍼렐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어요. 마법 같은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퍼렐은 밝은 빛이 곧 다가올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했죠. 그런 게 진짜 있긴 한 거지?”

    맨체스터 사건 이후 아리아나는 거침없는 총기 규제 옹호론자로 나서며 지난해 파크랜드 총기 참사 사건 생존자들의 주도로 열린 ‘마치 포 아워 라이브스’ 시위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Dangerous Woman’ 월드 투어 마지막 날 홍콩에서 버지니아 샬러츠빌로 넘어가, 샬러츠빌에서 열린 극우 성향 집회에 대한 반발로 개최된 콘서트에서 공연을 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LGBTQ를 지지하며, 그녀의 또래 가수들이 팬덤의 일부가 떨어져 나갈 것을 염려해 정치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렬한 반대 입장을 취한다. “음악 좀 못 팔아도 제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싶지, 돈 벌자고 스위스가 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 해도 되나 요? 뱉어놓고 나니 조금 걱정되네요. 스위스 사랑해요.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이 또 들고 일어나시겠네요.”

    녹음실은 아리아나가 정말이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다. 맥 밀러가 사망했을 때, 토미 브라운, 가수 빅토리아 모넷,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 아론 그로스 같은 친구들이 그녀가 살고 있던 뉴욕으로 찾아왔다 “친구들은 음악이 저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고 있죠. ‘아리아나가 음악을 하게 하자’ 대략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제 인생에서 그 몇 달간의 시간이 기억에 없어요. 술에 절어 있기도 했고, 너무 우울했거든요. 작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끝났는지, 노래 10곡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기억나지 않아요. 성인이 된 후 제 곁엔 항상 연인이 있었어요. 매일 밤 굿 나잇 인사를 할 사람이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Thank U, Next>는 자아실현의 순간이었어요. ‘와, 이제 이 모든 것을 마주해야 해. 더 이상 의존할 곳은 없어. 스스로 치유해야만 하는 거야.’ 이런 생각으로 두렵던 순간이었어요.”

    <Thank U, Next>를 맥 밀러의 죽음에 대한 회답이라고 불러도 괜찮은지 그녀에게 묻자 눈물이 되돌아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사과했다. 마리아 칼라스 스타일로 눈 가장자리에서 위를 향해 솟아오른 그녀 특유의 두꺼운 아이라인은 절대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연결해버리는 사람들의 말을 참아내기 어려워서 그래요.” 그녀는 맥 밀러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으며, 미디어에서 연애 사실에 따라 그녀를 정의하려고 들면 불쾌해했다. 그러나 예외는 2018년 5월에 벌어졌다. 맥 밀러가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후 그의 팬이 트위터에서 아리아나에게 이별당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힐난하자 맞받아쳤고 이는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녀의 대답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남자가 자기 관리 하나 못하는 걸 여자 탓으로 돌리다니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런 짓 그만 좀 합시다.”

    요즘 아리아나는 SNS에 자신의 아픈 감정을 풀어놓는 것을 멀리하고 있다. 대신 포니테일과 그녀의 반려견(그녀는 일곱 마리의 반려견과 피기 스몰스라는 이름의 미니피그를 기르고 있다)의 멋지도록 포근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소속사 직원에게 알리기 전에 DM을 통해 팬들에게 신곡 일부를 들려주기도 한다. “다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전 제 소속사 직원들이 하는 말보다 팬의 의견이 더 중요하거든요. 비하하는 건 아니에요. 이건 저와 제 팬들 간의 관계죠.” 아리아나는 늘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어머니 조안은 말한다. “아리아나는 모든 이들의 고통을 떠안아요. 훌륭히 감당해내긴 하지만, 가슴이 찢어질 듯한 슬픔을 맞닥뜨릴 때면 우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저는 딸을 걱정하지만 늘 이렇게 얘기해요.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은 완벽한 거라고.”

    아리아나의 인간관계에서 의아한 부분 중 하나는 피트 데이비슨과의 강렬했지만 다소 짧았던 약혼이었는데, 실은 밀러와의 결별에서 비롯된 자기 파괴적 행동이었다. 친구들은 그녀가 LA와 그곳에서의 패턴을 벗어나 뉴욕으로 떠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친구들은 ‘이번 여름을 재미있게 한번 보내자’고 했죠. 그렇게 피트를 만나게 되었는데, 놀랍도록 기분 전환이 되었어요. 바보 같고 즐겁고 유별나고 정말 비현실적이었지만, 저는 그를 사랑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에 대해 잘 몰랐죠.”

    물론 예술은 경험을 통해 풍부해지기 마련이고, 아리아나는 2년간의 쓰라린 개인사를 음악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가능한 한 그녀는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냈고 이는 최고의 앨범 수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가끔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좋다. 그녀는 현재 리부트되는 영화 <미녀 삼총사>의 사운드트랙을 쓰고 프로듀싱하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라이언 머피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 프롬>에 출연한다. 이 작품을 통해 정식으로 연기에 도전한다. 물론 촬영이 끝나고 모든 관계자들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제가 원하는 제 모습을 그려보고 있어요.

    더 강하고 굉장하고 대담한 제 모습을요. 때로는 자신보다 팬들을 위해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요. 생각해보면 그동안 그런 노력은 피해왔어요. 왜 그런지 아시죠? 어느 순간이 되면 상담 치료사를 밀어내지만, 이내 다시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게 되잖아요. 다들 공감하시죠?” 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은 상담사 좀 알려주시겠어요?”

      에디터
      Rob Haskell
      포토그래퍼
      Annie Leibovitz
      헤어
      Josh Liu
      메이크업
      Hannah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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