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비니의 뚜렷한 존재감

2016.03.17

by VOGUE

    비니의 뚜렷한 존재감

    패션이 우리 몸 구석구석 닿지 못하는 곳이란 없다. 올겨울엔 그 표적이 머리 꼭대기다. 보다 대담하고 큼직하게 등장한 비니를 보라!

    스타들의 옷차림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당대 스트리트 걸들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해본 적 있으신가? 리한나, 리타 오라, 카라 델레바인 등등. 그런 뒤, 이미지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색색의 비니가 그녀들의 얼굴과 함께 보일 것이다. 방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제 패션 중심에 비니가 있다.

    사실 비니는 20세기 블루칼라 계층의 보온과 안전을 책임졌던 물건. 그래서 이름도 머리를 뜻하는 속어 ‘bean’에서 비롯됐다(캐나다에서는 ‘토크’라고도 지칭된다). 그러니 비니의 신분 상승, 패션지수 상승도 블루진과 라이더 재킷에 견줄 만하다. ‘번스톡 스피어스’의 형형색색 베일 비니는 이미 인터넷에서 수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기발한 모자 만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디자이너 ‘유지니아 킴’의 미키 마우스 폼폼 비니는 비니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될 만하다. 이쯤 되면 비니가 대세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액세서리 디자이너 ‘제니퍼 베어(<가십걸>에서 블레어의 시그니처였던 비즈 헤어밴드의 주인공)’ 역시 노동자들이 쓰던 모자에 매료됐다. “헐렁한 토끼털 폼폼 비니와 화려한 크리스털 헤어밴드를 함께 매치해보면 어때요?” 과연 그녀다운 참신한 스타일링 조언. 스팽글을 잔뜩 뿌린 니트로 재미를 본 ‘마커스 루퍼’의 주얼 비니 또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다.

    이렇듯 지금 패션 피플들은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의 한 장면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비니를 쓰고 있다. 그중에 손으로 성글게 짜서 청키한 질감을 자랑하는 비니는 수많은 ‘골무 모자’ 가운데 한 수 위다(쟈뎅 드 슈에뜨 쇼에서 시폰 드레스 차림의 모델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 바로 그 모자!). 그래서 유명 니트 브랜드들은 전세계 곳곳의 장인들에게 비니 제작을 의뢰하고 있다. 그들의 손맛이 더해진 채 두껍고 통통한 뜨개실이 거대한 바늘에 감겨 커다란 골무 형태로 완성되는 중. 덕분에 영국 태생 니트 브랜드 울앤더갱(Wool and the Gang)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도록 귀여운 니트 비니가 한가득이다(어느 장인이 이 앙증맞은 비니를 제작했는지는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장인’ 공개는 요즘 니트 브랜드들 사이에서 붐이다). 뉴욕에서 탄생한 미샤 램퍼트(Mischa Lampert) 홈페이지에서는 개인이 좋아하는 실 색깔을 클릭하면, 이 실로 나만의 비니를 제작하는 서비스도 마련해놓고 있다(추가 비용 20달러와 인내하는 시간만 있다면!).

    남성복 편집 매장에서도 비니는 빠질 수 없는 스테디셀러다. 좀더 두툼하고 입체적인 남성용 비니야말로 올겨울 여자들에게 더없이 스타일리시한 아이템(보이프렌드 재킷처럼). MSK 숍에 진열된 ‘유즈드 퓨처’나 ‘아워 레가시’의 비니는 여성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 “사이즈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남녀 구입 비율이 거의 동등합니다”라고 매장 직원은 전한다. “오히려 여성 고객들에게 남성용 비니가 더 잘 어울립니다.” 남성복 브랜드 레이버 데이(Labor Day)는 이번 시즌 그레이, 올리브 그린, 네이비로 구성된 컬러 비니를 제안했다. 디자이너 아내가 이 비니를 쓰고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눈썰미 좋은 여자 고객들로부터 엄청난 문의가 들어왔다는 후문. 그러니 적어도 올겨울만큼은 남자 친구의 비니를 슬쩍 써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니트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만의 비니를 의뢰하거나. 참, 동대문 시장에서 실을 구입해 손맛 나도록 직접 뜨는 방법도 있다.

      포토그래퍼
      JO HUN JE
      스탭
      글 / 한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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