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입던 슬립 드레스, 요즘 20대는 이렇게 입습니다
20대가 엄마 옷장에서 가장 먼저 꺼내 드는 게 바로 슬립 드레스입니다.

슬립 드레스를 진지하게 다시 들여다본 건 올봄 런웨이와 거리에서 레이스가 범람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미디스커트 밑단에, 톱 네크라인에, 때로는 롱스커트 전체에 레이스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죠. 이건 패션이 어떤 특정한 무드를 수렴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말이에요. 파자마 드레싱이 일상복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와 침대에서 이불을 걷어내고 그대로 거리로 나온 듯한 감각. 이 모든 흐름의 종착지가 바로 슬립 드레스였죠.

@helenacanadas

@kinimickclement
케이트 모스와 기네스 팰트로가 슬립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나타났을 때, 패션계는 이미 알아봤어요. 나머지 세상이 란제리와 드레스를 두고 논쟁하는 동안 패션계는 조용히 다음 30년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결과는 명확합니다. 2026년 여름, 블랙 슬립 드레스에 플립플롭 하나면 설명이 필요 없는 룩이 되고, 크림 컬러 드레스는 맨해튼 교차로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죠. 놀랍게도 지금 이 장면을 재현하는 건 1990년대를 잘 모르는 세대입니다. 릴라 모스, 카이아 거버, 애플 마틴까지. 엄마들의 ‘리즈 시절’ 아카이브를 원래 자기 것처럼 꺼내 입는 세대를 보고 있으면, 취향이란 게 유전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정답이 원래 하나였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죠.


@itiscarine

@vorniiic
올 시즌 슬립 드레스 스타일링에서 가장 재미있는 접근은 레이어링입니다. 화이트 티셔츠와 데님 룩에 슬립 드레스를 겹쳐 입거나, 플로럴 슬립 미니 드레스에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을 착용하는 거예요. 좀 더 실험적으로는 스커트 위에 드레스를 기다란 톱처럼 살짝 넣어서 마무리해볼 수도 있죠. 단독으로도 얼마든지 매혹적인 아이템이지만, 슬립 드레스는 다른 아이템과 섞일 때 더 신비롭게 변모합니다.

@verbovss

@miacroft
슬립 드레스를 이야기할 때 레이스 얘기를 빼놓을 순 없겠죠? 새틴 위에 얹힌 플로럴 프린트는 레이스 덕분에 우려하는 것만큼 소녀 같지 않고, 특히 헴라인에 블랙 레이스 트림이 들어가면, 드레스는 더 이상 심플하지 않죠. 복잡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층이 생기는 거예요. 그 한 겹의 차이가 슬립 드레스를 단순한 여름 원피스와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로 밀어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맥시 디자인은 슬립 드레스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페도라를 눌러쓰는 것만으로도 어딘가로 막 떠나려는 사람처럼 보이는 마법이 생기죠. 슬립 드레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올여름 옷장에 딱 하나만 들여야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걸 고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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