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새파란 청춘, 혁오

2016.03.15

by VOGUE

    새파란 청춘, 혁오

    ‘혁오’는 지금 가장 뜨거운 밴드다. 90년대생의 감수성으로 만들어낸 그 싱그러운 사운드와 독특한 음색, 감각적인 분위기는 지금껏 국내 음악 신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이다. 혁오가 들려주는 시리도록 푸른 청춘의 음악.

    (왼쪽부터)현제의 체크무늬 셔츠는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티셔츠는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오혁의 라이더 재킷은 고크(Kohk at Kud), 티셔츠는 리차드슨(Richardson), 청반바지는 고샤 루브친스키, 운동화는 컨버스. 동건의 야구 점퍼는 참스(Charm’s at Bund), 검정 청바지는 리바이스(Levi’s), 슬립온은 반스(Vans). 인우의 래글런 티셔츠는 챔피온(Champion), 밀리터리 반바지는 고샤 루브친스키, 운동화는 반스.

    (왼쪽부터)현제의 체크무늬 셔츠는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티셔츠는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오혁의 라이더 재킷은 고크(Kohk at Kud), 티셔츠는 리차드슨(Richardson), 청반바지는 고샤 루브친스키, 운동화는 컨버스. 동건의 야구 점퍼는 참스(Charm’s at Bund), 검정 청바지는 리바이스(Levi’s), 슬립온은 반스(Vans). 인우의 래글런 티셔츠는 챔피온(Champion), 밀리터리 반바지는 고샤 루브친스키, 운동화는 반스.

    밴드 ‘혁오’의 음악에선 신선한 초여름의 냄새가 난다. 해 질 무렵의 센티멘털한 기분, 어스름 속에서 수줍게 반짝이는 예쁜 불빛의 어른거림, 타인들로 가득한 흥겨운 거리를 약속도 없이 혼자 걸어갈 때 주머니 속의 외로운 손과 왠지 모르게 설레는 발걸음 같은 것.

    93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인 밴드 ‘혁오’가 만들어내는 싱그러운 사운드와 보컬 오혁의 독특한 음색은 지금껏 국내 음악 신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이다. 힙합을 듣고 자란 세대가 만들어낸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 ‘혁오스러운’ 음악은 장르의 경계는 물론 오버와 언더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빡빡 깎은 머리에 피어싱을 하고 뜻밖의 감성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오혁은 프라이머리와 화제의 프로젝트 앨범 <Lucky You!> 작업도 함께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홍대 인디 신이 오랜만에 술렁였다. 아직 정규 앨범 한 장 없지만 요즘은 어딜 가나 혁오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중국에서 자란 오혁과 서울에 살던 다른 멤버들이 만난 건 꼭 1년 전이다. 홍대 예술학과에 입학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오혁이 먼저 혼자 곡을 만들어 밴드를 모집했다. 힙합 신에서 래퍼들에게 비트를 만들어 팔던 이인우가 드러머로 합류했고, 친한 누나의 소개로 한영애 밴드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던 임동건을 만났다. 레게와 네오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던 임현제는 같은 예고 출신 인우로부터 오혁의 데모 테이프를 받았다. “듣는 순간 촉이 왔어요. ‘이거 뭔가 있다!’ 이 친구의 목소리도 좋았고, 음악적으로도 끌리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현제의 예감처럼 지난해 9월 내놓은 첫 EP <20>은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 EP 앨범 작업을 끝낸 이들을 아직 개장하지 않은 텅 빈 수영장으로 불러냈다. 바닥을 드러낸 수영장은 물놀이 시즌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익숙한 줄 알았던 풍경의 낯선 얼굴은 어쩐지 더 생경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의 그림자나 천진한 표정 뒤의 예민한 속마음처럼. 그건 좀 슬픈 느낌이다. 스물셋, 혁오의 음악도 그렇다. 물 없는 물빛 수영장에서 파라솔을 펼쳤다. 온 사방이 시리도록 파랬다.

    새 앨범 제목은 정해졌어요?
    오혁 <22> 예요. 우리가 스물두 살에 만나게 됐고, 이번에 수록된 곡들도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많아서요. 첫 EP가 <20>인데, 숫자가 점점 커지면서 뭔가 성장해가는 듯한 뉘앙스를 주고 싶었어요. 가을에 나올 첫 정규 앨범 이름도 숫자가 될 거고요. 타이틀은 ‘와리가리’랑 ‘후카’ 두 곡이에요.

    물담배 ‘후카’는 알겠는데, ‘와리가리’는 대체 무슨 뜻이에요?
    현제 술래잡기 같은 거예요.

    오혁 초등학교 때 하던 ‘경찰과 도둑’이라는 게임 아세요? 서로 공을 뺏는 게임인데, 이번 앨범의 모티브가 인간관계거든요. 혁오 활동을 시작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지며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같아요. 더 나이를 먹어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다 그때처럼 왔다 갔다 하는구나.’ 그런 내용을 담은 곡이에요.

    네 사람의 인간관계는 어때요? 처음 만난 게 작년 5월이었죠?
    오혁 인우랑은 그전부터 알았어요. 첫 앨범을 제가 혼자서 녹음까지 하고 얘네들을 만난 거거든요. 처음엔 세션들과 공연을 했는데, 당시 드러머가 군대를 가서 새로 뽑은 게 인우였어요. 그땐 별로 안 친하고 어색했어요. 얘가 절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인우 뭘 안 좋아해?! 괜히 혼자 그런 생각 하는 거예요.

    오혁 그러다 제가 얘 여자 친구 상담을 한 번 해줬어요. 그때부터 얘가 갑자기 저한테 마음을 열더라고요.

    인우 근데 그 여자 친구는…

    현제 에휴~, She’s Gone.

    당시엔 그럼 누가 베이스랑 기타를 쳤어요?
    오혁 베이스는 없었고요.원래 구했어야 하는데, 베이스까지 구할 정신이 없어서 기타만 같은 학교 다니는 형이 도와줬어요. 앨범 녹음까지만 하고 이제 자기 걸 하겠다고 나갔죠.

    그 형은 지금 꽤 후회하겠네요. 장난 삼아 시작한 줄 알았던 밴드가 이렇게 잘됐으니. 
    오혁 아뇨. 처음부터 진지했어요. 제가 얘네들한테 첫 번째로 한 질문도 그거였어요. “넌 음악을 업으로 삼을 거냐”고. 다들 그렇다고 했고요.

    현제 우린 다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사실 뭐 그땐 그런 개념은 없었지만, 그래서 예고에 갔고, 대학도 실용음악과에 들어간 거고요. 다만 구체적으로 푸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 밴드는 어떻게 보면 저한텐 도전이었어요.

    동건 전 고등학교는 인문계였어요.

    현제 공부는 좀 하니?

    동건 나 수학 3점 맞은 적도 있어. 평균 50점 맞은 게 드물어.

    오혁 좋은 자랑거리다.

    동건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잘하는 게 음악이었어요. 친구랑 장난 삼아 기타를 연주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예대에 갔고, 그냥 계속하고 싶어요.

    인우 씨는 원래 초등학교 때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였잖아요. 김연아 선수랑 같이 스케이트 탔다고.
    인우 전 초등학교 때부터 한 게 음악이랑 운동밖에 없어요. 스케이트를 그만둔 후엔 피아노랑 플루트, 여러 가지 음악을 했는데, 드럼이 제일 멋있더라고요.

    오혁 인우는 성악도 했어요. 그래서 발성이 진짜 좋아요.

    인우 집으로 성악가가 오셔가지고 피아노 치면서 ‘오 솔레 미오’ 같은 거 연습했어요.

    오혁 얘가 그 유명한 리라초등학교 나왔거든요. 어릴 때 안 해본 게 없어요. 현제 그런데 너무 일찍 불태워버렸어, 한 방에.

    다재다능한 인우 씨는 전공이 뭐예요?
    인우 일본어요. 이번에 입학했어요. 실용음악과는 솔직히 가기 싫어서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랑 둘이서 6개월 동안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어서 선택한 거예요. 음악 하는 친구분이 거기 있다고 해서 원래 일주일을 계획하고 갔는데, 아주 좋아서 있다 보니까 6개월이 지나버렸어요.

    청재킷은 리바이스(Levi’s), 청보라색 티셔츠는 아디다스(Adidas), 스트라이프 팬츠는 뮌(Munn at Kud).

    청재킷은 리바이스(Levi’s), 청보라색 티셔츠는 아디다스(Adidas), 스트라이프 팬츠는 뮌(Munn at Kud).

    오혁 씨는 집에서 음악 하는 걸 반대했다면서요?
    오혁 2년 가까이 설득했죠. 부모님께선 음악을 하고 싶으면 결과로 보여주라고 하셨는데, 중학생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제 딴엔 오디션이랑 노래 대회를 다 참가하는 식으로 노력을 했죠. 당시엔 붙었냐 안 붙었냐, 그런 식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었으니까.

    오디션 결과는 어땠어요?
    오혁 전부 다 붙었어요. 그때 SM, JYP, YG 다 봤는데, SM 오디션은 카메라까지 통과했어요. 저도 왜 합격한 건진 모르겠어요. 그런 게 반복되고, 계속 곡 만들고 노래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렸죠. 결정적으로 공연에서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를 부른 게 뭔가 도장 찍는 느낌이 있었던 거고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지 않은 건 나름의 음악적 소신인가요?
    오혁 그런 건 아니었고요. 고 1 때 SM에서 서울로 오라고 했는데, 안 갔어요. 학기 중이기도 했고, 저랑 색깔이 안 맞잖아요. 전 절대 춤을 추지 않을 거고, 그 기획사들에서 만든 음악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요. 뭐, 생긴 것도 이렇고.

    <괴짜가족>의 별 땜빵 ‘진’이랑 닮았어요.
    오혁 그 만화책은 두 편밖에 안 봤어요. 머리를 민 건 그냥 저랑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고등학생 때 처음 밀고 잠깐 다시 길렀다가 스무 살 때 다시 밀었어요. 피어싱도 그때한 거고요. 지금은 편해서 이러고 다녀요.

    거꾸로 하면 밴드의 이름이기도 한 ‘오혁’은 한자로 무슨 뜻이에요?
    오혁 빛날 오에 빛날 광이오.

    현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원래 혁이가 ‘혁오’로 활동하던 거라, 밴드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괜찮은 게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이렇게 가게 됐어요.

    혁오의 이름으로 처음 합주하던 날, 기억나요?
    현제 그땐 인우가 없었어요. 중간에 좀 갈등하느라 잠시 팀을 나갔거든요. 혁이가 어디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난생처음 보는 이상한 합주실이었어요. 드럼도 상태가 이상하고. 동건 심벌은 깨져 있고.

    오혁 야, 거기서 수많은 밴드가 심지어 앨범 녹음을 해.

    동건 와우!

    현제 여하튼 셋이 거기 모여서 드럼 없이 입으로 ‘하나 둘 셋’ 하고 합주를 시작했어요. 진짜 이게 뭘 하자는 건지, 약간 좀 그랬죠.

    오혁 합주가 아니라 잼을 하자고 만난 거니까.

    현제 그렇지, 근데 평소 학교에서 잼을 할 때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그렇게 반신반의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기다렸죠.

    그럼 인우 씨는 언제 다시 팀으로 돌아온 거예요?
    인우 그게 애들이 드럼 칠 사람을 못 구해서, 에반스 라운지에서 공연할 때 제가 땜빵을 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냥 흡수된 거예요. 이젠 그런 생각 안 해요.

    현제 그럼, 집은 나가도 팀은 나가면 안 돼.

    원래는 동건 씨가 기타고, 현제 씨가 베이스였잖아요. 그건 왜 바뀐 거예요?
    오혁 누가 더 잘해서가 아니라, 둘이 가지고 있는 바이브가 달랐어요. 현제는 좀더 소울풀했고, 동건이는 하드록을 좋아하고. 음악적인 필터링은 결국 저를 통해서 나가는데, 제가 만든 트랙에 있어선 현제의 바이브가 더 잘 붙을 것 같아 체인지했죠.

    현제 앨범이 나온 후에 그렇게 됐으면 저희 사이에도 어정쩡한 게 있을 수 있는데, 서로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얘기를 꺼내서 타이밍이 좋았어요.

    동건 합주 한 번인가 두 번 하고 나서 바꿨어요. 고래다방에서 얘들이 얘기하더라고요.

    베이스의 매력은 뭔가요?
    오혁 남자다움이죠. ‘박남’!

    동건 매력이랄 건 모르겠고 그냥 얘들 뒷받침해주는 게 좋아가지고요. 굳이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에요.

    현제 아, 아빠의 마음! 근데 어울려.

    주로 영어로 가사를 써왔어요. 이번 앨범에선 어때요?
    오혁 되도록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사실 영어로 가사를 쓰는 데 별 이유는 없어요. 듣는 게 다 영어로 된 음악이다 보니 그랬던 거죠.

    음악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졌어요?
    오혁 우선 밴드 사운드가 되었고요. 좀더 신나요. 동건이와 같이 작업한 한 곡 외에 작사, 작곡은 일단 제가 했지만, 편곡은 다 같이 했어요. 그래서 더 정교해졌고요.

    현제 그게 지난 앨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인 거 같아요. 혁이가 편곡적인 부분까지 다 터치해온 상태에서 작업한 게 아니라서요. 함께 만들어간 거죠.

    <20>의 첫 번째 트랙은 ‘Lonely’, 그리고 마지막 트랙은 ‘I Have No Hometown’이었어요. <22>는 어떻게 시작될까요?
    오혁 1번 트랙은 정착하고 싶다는 얘기예요. 감정적의 의미로. 2번은 아까 말씀드린 ‘와리가리’. 그리고 3번이 ‘큰 새’예요. 밤하늘에 보름달이 뜬 줄도 모르고 사는 여유 없는 삶을 한탄하는 곡이죠. 뭔가 낭만을 즐길 새도 없이 사는 것 같아서요. ‘뱁새가 황새 따라 가려 하면 다리가 찢어진다’던 부모님 말씀도 생각나고. 말로 잘 정리가 안 되는데, 열심히 살았지만 여전히 힘들고, 뭐 그런 거죠.

    네 사람의 요즘 고민은 뭐예요?
    현제 여자 친구랑 어떻게 하면 잘 지낼까가 고민이죠.

    인우 전 고민이 없어요.

    동건 인우는 바쁘지 않은 게 고민이에요.

    인우 그렇지, 계속 바빴으면 좋겠어요. 쉬는 날은 집에 혼자 있거든요. 다들 여자 친구가 있어서.

    오혁·동건 넌 맨날 술 먹잖아!

    인우 외로워서 그래.

    오혁 전 낯을 너무 많이 가려요. 진짜 심각할 정도로. 누군가를 소개받거나 대외적인 자리가 계속 생기는데, 그런 걸 굉장히 불편해하거든요. 게다가 이미지도 제가 좀 세잖아요. 현제 같은 친구가 낯을 가리면 귀엽다고 할 텐데, 이렇게 생기다 보니까 버릇없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겉멋 들었다고도 하고. 그래서 그런 자리를 아예 안 가요. 그걸 극복하는 게 고민이에요.

    (왼쪽부터)현제가 입은 레터링 프린트 니트와 검정 바지는 카나브(Kanave at Bund),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인우의 프린트 티셔츠는 조 거쉬(Joe Gush), 반바지는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운동화는 반스(Vans), 동건의 조이 디비전 록 티셔츠는 조 거쉬, 바지는 리바이스(Levi’s), 클리퍼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왼쪽부터)현제가 입은 레터링 프린트 니트와 검정 바지는 네이브(Knave at Bund),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인우의 프린트 티셔츠는 조 거쉬(Joe Gush), 반바지는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운동화는 반스(Vans), 동건의 조이 디비전 록 티셔츠는 조 거쉬, 바지는 리바이스(Levi’s), 클리퍼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밴드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보니,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현제 구체적인 음악적 장르나 이런 것들은 하면서 계속 생각해볼 문제고요. 앞으로 정규앨범까지 달리기 위해선 시간 배분을 잘해서 방향성을 잡고 뭔가 시도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해요. 녹음부터 믹스까지 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 거 같아요.

    오혁 뭘 해도 늘 아쉽죠.

    현제 그래서 아쉬움을 좀더 채우고 싶어요. 뭔가 계산되어 있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번 앨범은 영국에서 마스터링 작업 중이라고 들었어요. 스튜디오가 어디예요?
    오혁 ‘메트로폴리스’라는 스튜디오인데, 저도 영국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애비로드’랑 쌍벽을 이루는 데라고 하더라고요. 프라이머리 형이랑 사운드 같은 부분에 대해 얘기하다 추천을 받았어요. 지난번에 나온 싱글 를 거기서 했는데, 되게 만족스러워서 계속하고 있어요.

    지난 3월에 나온 프라이머리와의 프로젝트 앨범은 어떻게 기획된 거예요?
    오혁 예전에 제가 ‘리듬 파워’라는 힙합 하는 형들에게 곡을 팔았는데, 거기에 가이드로 깔린 제 목소리를 프라이머리 형이 들었나 봐요. 저희 앨범 이 나오기 하루 전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형의 정규 앨범에 두 트랙 피처링 작업을 하기로 해서 만났고, 그 작업을 끝낸 상태에서 프로젝트 앨범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왔어요. 작사는 제가 다 했고 공동 작곡으로 참여한 거죠.

    주로 힙합을 듣고 자란 세대가 밴드 음악을 한다는 게 흥미로워요.
    인우 저희도 힙합 좋아해요. 전 나중에 따로 힙합 프로듀싱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랩 말고, ‘더 위켄드’ 같은 분위기 좋아하거든요.

    오혁 좋아하는 게 많을 수는 있잖아요. 반찬처럼. 음악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앨범엔 힙합 그루브를 기반으로 만든 곡들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혁오의 음악은 기존 인디 밴드 음악과는 달라요. 홍대 앞에서 활동하지만, 집은 강남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혁 크크. 우리가 좀 절절한 게 없긴 하죠.

    다들 어디 살아요?
    오혁 태어난 지 5개월 때 가족이 중국으로 이민을 가서 연길이랑 심양이란 곳에도 있었고, 제일 오래 산 건 베이징이에요. 지금은 홍대 근처에 살고요.

    현제 전 김포요. 동건인 분당, 인우는 신당동 살아요. 합주실은 홍대 부근에 있고요.

    뮤직비디오에도 꽤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오혁 이번엔 세 편이 나올 거예요. 정규 앨범도 아직 안 나왔는데, 벌써 8편째예요. 뮤직비디오 개수로만 치면 8집 가수라고 저희들끼리 그래요. 예산을 많이 들이거나 양을 더 늘릴 생각은 없지만, 뮤직비디오는 우리가 하는 음악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니까 계속 이렇게 할 거예요.

    뮤직비디오에 혁오의 뮤즈로 세우고 싶은 모델이나 배우가 있어요?
    오혁 있어요! 모나 마쓰오카라는 일본 모델인데, 98년생일 거예요. 예전에 ‘베이프’ 룩북에서 보고 진짜 신기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엄청 잘나가시더라고요. 프라이머리 형이랑 작업할 때 컨택했더니 파리에 있다고 해서 불발됐어요. 한 번쯤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노상호 작가가 작업한 <20>앨범 커버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어요. 이번 앨범의 커버도 그림인가요?
    오혁 이번에도 노상호 작가가 작업했어요. 첫 앨범과 비슷한 느낌인데, 색감이 좀더 밝아지고 그 안의 디테일이 달라졌죠. 지난번처럼 되게 큰 사이즈고요. 첫 번째랑 두 번째 아트워크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작품이 돼요. 기존 작품의 연장선이죠.

    앨범 커버를 아트워크로 하겠단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예요?
    오혁 처음부터 아트워크로 하고 싶단 욕심이 있었어요. 사진이랑 둘 다 할까도 생각했고. 그러다 같은 학교 선배인 노상호 작가를 알게 됐고, 형 전시 때 우리가 참여했어요. 그 작업을 좋아해서 혁오 앨범이 나올 땐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된 거죠. 하다 보니까 되게 좋은 것 같아 계속하는 거고요.

    작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사운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죠?
    오혁 그게 혁오의 첫 공연이었어요. 김동희 작가님이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저희가 거기에 맞는 소리를 설계하는 작업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요?
    현제 부산의 힙합 클럽에 갔을 때, 관객들이 우리 노래를 같이 불러줬어요. ‘위잉위잉’. 첫 떼창이었죠.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건 11월 1일!

    현제 그걸 기억해? 이야, 이렇게 쑥 들어온다니까.

    오혁 올 초에 에반스 라운지에서 한 공연도 좋았어요. 우리가 개관 이래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게 제가 2012년에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공연한 장소거든요. 그땐 밴드도 없고 아무것도 없을 때였어요. 관객이 한 열 명 왔나? 그것도 다 제 친구들. 그래서 좀 뭉클했어요.

    익숙해지다 보면 뭉클한 순간도 점점 줄어들겠죠. 
    인우 초심을 잃어서는 안 돼요.

    꼭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어요?
    오혁 코첼라요! 이번에 헤드가 비욘세랑 푸 파이터스였잖아요. 메이저와 언더의 적절한 조화인 거 같아요. 사실 글래스톤베리에 가고 싶었는데, 거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형들이 이미 다녀와서. 저희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걸로.

    현제·동건 근데 코첼라가 뭐야?

      에디터
      이미혜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스탭
      스타일리스트/ 김요한, 헤어/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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