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전시 3
6월 4일 개관하는 퐁피두센터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큐비즘을 다시 조명하고,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전에서는 러닝타임 80년의 한일 아트 로드 무비가 펼쳐집니다. 소외된 미술사를 복원한 리움의 전시까지. 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만나보세요.
혁신가들이 여는 새 미술관의 첫 장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파리 ‘열린 문화’의 상징, 퐁피두센터 미술관이 6월 4일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엽니다.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센터가 4년간 파트너십으로 운영할 퐁피두센터 서울 분관은 단순한 소장품 대여 전시를 넘어, 매년 파리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기획전과 동시대 한국 미술 전시를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출발점에 큐비즘을 배치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큐비즘이야말로 ‘본 것을 그대로 옮긴다’는 회화의 오랜 목표를 깨고 모던 아트의 문을 연 사건이었으니까요. 6월 4일 시작해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개관 전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피카소와 브라크가 대상을 여러 시점으로 분해해 한 화면에 재조립한 초기 실험에서 시작해 색채와 리듬을 앞세운 오르픽 큐비즘, 살롱을 통해 대중과 논쟁한 큐비즘, 전쟁 이후의 변주까지 8개 섹션으로 풀어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을 ‘피카소의 발명품’ 같은 단일 신화로 좁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로베르 들로네를 비롯한 43인의 작품 약 90점을 통해, 큐비즘이 여러 도시와 그룹, 매체를 거치며 끊임없이 분화한 국제적 운동이었음을 드러내죠. 한편 피카소가 발레 무대를 위해 그린 대형 막 ‘메르퀴르’(1924)가 국내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끕니다. 신고전주의적 인물과 큐비즘적 해체가 한 화면에서 공존하는 이 작품은, 큐비즘이 정물과 회화의 틀을 넘어 무대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된 순간을 보여줍니다. 한편 별도로 마련된 ‘KOREA FOCUS’ 섹션은 김환기와 유영국, 박래현, 이수억 등의 작업을 통해 서구의 시각 혁명이 한국적 현실과 정서 속에서 어떻게 다시 쓰였는지 살핍니다. 장소 퐁피두센터 한화 예매 홈페이지 예약, 성인 2만8,000원 인스타그램 @centrepompidouhanwha




러닝타임 80년의 로드 무비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로드 무비의 묘미는 목적지가 아닌 길 위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사람과 사건을 만나고, 때로 길을 잃거나 충돌하며 결국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죠.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본 요코하마 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이 전후 80년의 양국 미술 교류를 이 장르에 빗댄 이유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만남은 목적지에 바로 도착하는 직선 코스가 아니라, 광복과 패전, 냉전과 분단, 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굴곡 속에서 단절과 오해, 긴장을 동반한 여정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매끄러운 협력의 서사 대신 어긋남과 비대칭까지 끌어옵니다. 9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5개 섹션에 걸쳐 백남준, 이불, 이우환, 정연두, 다나카 고키, 다카마쓰 지로, 무라카미 다카시 등 43명(팀)의 회화와 조각, 사진, 뉴미디어 작품 200여 점을 선보여요. 광복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활동한 재일 조선인 작가들의 시선에서 출발해,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의 교류, 국교 정상화 이후 제도화된 미술 교류, 1990년대 젊은 세대가 연 새로운 관계,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서로의 역사적 고통을 마주하며 연대해온 과정까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죠. 흥미로운 점은 공식적인 전시 못지않게 개인의 이동과 비공식적 네트워크, 연대의 움직임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홍익대에서 수학하며 한국 작가들과 어울리다 무라카미 다카시를 초대한 나카무라 마사토의 일화처럼, 교류의 실제적 동력이 제도가 아닌 사람들의 발걸음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길 위에서 우연히 겹친 발자국들이 한 편의 로드 무비를 이루듯 말입니다. 1986년 과천관 개관과 함께 조성된 조각공원의 한일 작가 작품도 전시 일부로 포함돼, 야외에서도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예매 입장료 3,000원(과천관 통합권) 인스타그램 @mmcakorea




기록될 수 없었기에 자유로웠던, 다시 만난 환경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빛과 소리, 색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예술 장르. 1949년 루초 폰타나가 처음 선보인 ‘환경(Ambiente)’ 작업입니다. 환경 작업은 기성 작품처럼 벽에 걸거나, 사고팔 수 있는 단위로 환원되지도 않습니다.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쓰인 미술사의 질서 바깥에 있었던 셈인데, 이로 인해 이 장르는 여성 작가들에게 자유로운 해방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들의 작업은 주류 미술사에서 지워졌다는 것이죠. 게다가 환경 작업은 전시가 끝나면 해체되어 기록조차 거의 남지 않았으니, 여성 작가들은 미술사와 환경 예술사 양쪽에서 잊히는 ‘이중의 소외’를 겪은 셈입니다. 11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렇게 두 번 지워진 역사를 복원합니다. 2023년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기획돼 로마 국립 21세기 미술관과 홍콩 M+를 거치며 확장되어온 이 전시는 주디 시카고, 리지아 클라크, 마르타 미누힌, 알렉산드라 카수바, 정강자 등 11인의 환경 작품을 실물 크기로 되살립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 흩어진 서신과 도면, 비평 기사를 추적해 사라진 작업을 최초 공개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해냈죠.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기존 순회전에 없던 두 작품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환경 미술을 시도한 정강자의 ‘무체전’은 1970년 전시 도중 강제 철거된 이래 56년 만에 고증을 거쳐 다시 관객 앞에 섭니다. 또 마리안 자질라와 라 몬테 영이 1962년 구상한 빛과 소리의 환경 ‘드림 하우스’는 후대 작가 최정희가 합류한 협업의 형태로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돼, ‘복원의 시간’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지속의 시간’을 한자리에서 보여줍니다. 장소 리움미술관 예매 홈페이지 예매, 1만8,000원 인스타그램 @leeummuseumofart




- 포토
- 퐁피두센터 한화,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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