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세계로: MCM의 부상
수지멘키스의 서울 리포트: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 사업가를 만나다
김성주 사장이 엄청난 크기의 가죽토끼를 움켜쥐고선 MCM 매장에 전시된 우주정거장을 향해 계단을 뛰어올라오지 않았더라도 어느 누구든 이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인 한국의 사업가를 따뜻하게 맞이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스러져가는 독일의 여행가방기업(본래는 마이클 크로머 뮤니크 Michael Cromer Munich 였다)을 인수해 서울을 근거지로 하면서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핫한 액세서리 회사로 바꿔놓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경 받아야 하니까.
이 패션거물의 또 다른 직업은 이 나라의 적십자사 총재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김성주 사장의 사무실 벽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재개발 도시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파노라마 뷰와 함께 2015년 인류에 대한 공헌을 인정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여한 대영제국 오피서 훈장(Honorary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이 걸려있었다.
이처럼 강력한 사업적 지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동시에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성주의 아버지는 원래 그녀가 강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반대했고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서 이 위치에 다다르는 것은 감명 깊은 성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9세의 김성주 사장은 회의실에 차가운 얼굴로 공포감을 불어넣는 사람이 아니다. 흰 셔츠에 매니쉬한 재킷, 그리고 좁은 바지 밑에 새하얀 스니커즈를 매치한 김성주는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나에게 곧바로 MCM이 최근 중국에서 열었던 패션쇼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MCM은 번쩍이는 조명 아래 한중 합작 아이돌 EXO가 부른 K팝을 배경음악으로 깔고선 베이징에 위치한 피닉스 TV의 거대한 국제미디어센터를 수십 명의 남녀모델로 가득 채웠다. 이 비디오는 왜 한국의 스타일이 중국의 패션 이데올로기가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김성주 사장은 아시아에서만 안주하려는 게 아니다. 김성주 사장은 2016년 6월 런던 남성복 컬렉션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또 다른 한발을 내딛는 것이다.
내가 베이징 MCM쇼의 3D 그래픽과 연극 같은 패션쇼 장면들에 빠져들기에 앞서 스크린은 아시아의 톱 아이돌 그룹 EXO의 비디오로 가득 찼다. 김성주 사장은 K팝 스타들이 최근 서울 매장의 오프닝 행사에 나타나자 만 천여 명의 팬들이 밀집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재미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어요. 아시아에서는 럭셔리 마켓을 주도하는 건 젊은 세대에요. 이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든 브랜드들의 뉴스에 정말 많이 노출되어 있어요. 그리고 브랜드를 아주 의식하죠. 이들은 컴퓨터를 하면서 자랐고 명품과 연결 된 방식이 기존의 방식하고는 매우 달라요.” 김성주 사장이 말했다.
서울의 MCM 매장 중 하나를 보자니, MCM 매장은 지역과 고객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예전에 이 브랜드의 DNA라고 할 수 있었던 화려하고 과장된 장식에서 변화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미국 드라마 <다이너스티>가 1980년대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조앤 콜린스가 맡은 역인 알렉시스 캐링턴 콜비는 MCM 가방을 들고 세계를 여행했다.
내가 방문했던 서울 매장의 진열대는 화려하고 과감한 스와로브스키 로고로 채워져 있었지만 장기적인 상표권 보유자인 김성주 사장이 브랜드를 사들이던 2005년 이후 제품들은 확실히 발전했다. 당시 연간 매출은 7천만 불 정도였다. 그 후 10년 간 나는 로봇, 툭 튀어나온 눈의 벌레, 그리고 토끼와 같이 귀엽고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가방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매끈하고 장식 없는 세련된 셀린느나 YSL스타일의 가방도 등장했다. 이태리에 새로이 생산기지를 세우면서 거둔 성과였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도달범위가 넓어졌고 2014년에는 35개국 300개의 매장을 바탕으로 6억 5천만 불까지 매출이 증가했다.
김성주 사장은 디올부터 지방시에 이르기까지 MCM의 청담동 매장을 둘러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은 K팝 가수 싸이가 널리 퍼트린 서울 “강남 스타일”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우리는 MCM이 본래 독일브랜드라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들과는 차별되길 원하지만 아시아에서 이런 엄청난 성공을 거뒀죠. 우린 젊은이들의 취향과 니즈를 이해합니다. 다른 브랜드들은 생각해내지 못했던 중요 포인트죠.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와 함께 성장했고, 그래서 인터렉티브한 브랜드와 기능적인 명품을 원합니다.” 김성주 사장이 설명했다.
나는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매장을 방문하면서 MCM이 국내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미묘하게 차이를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명동 MCM 매장에서는 MCM 글자가 메탈로 된 매장 전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고 쇼윈도에는 “스페이스 오디세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내부는 더욱 극적이었다. 우주캡슐 하나가 발사 직전이었고 가방들을 감싼 투명 아크릴 공이 무빙레일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 우주여행은 중국시장을 노린 거였다. 그리고 라인석들이 촘촘히 박힌 하얀 가방부터 은색 반짝이로 뒤덮인 옷에 이르기까지 매장에 채워진 제품들은 “블링블링이 최고야!”라고 외치는 듯 했다.
이는 김성주 사장이 나에게 이야기해준, 런던의 클래식한 백화점인 헤로즈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와는 확연히 반대로 들렸다. 당시 김성주 사장은 MCM의 럭셔리한 유니섹스 백팩을 입점시키는 것이 실용적인 모더니티의 본질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MCM은 스트리트 웨어이자 하이엔드입니다. 럭셔리하면서 키치하죠.”
MCM이 중국에 안착하면서 김성주 사장의 목표는 아직 명품 시장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 되었다. 범 아시아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의 뿌리를 되찾고 미국에서의 예전 인기를 되살리는 것이다. “이렇게 아시아에 튼튼한 기반을 두고선 우리는 유럽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다른 이들이 그 반대의 길을 걸을 때 말이죠.” 김성주 사장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일반적인 글로벌 성장에 빗대어 말했다.
“우리의 마케팅이나 제품군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 거두고 있는 엄청난 성공을 바탕으로 우리의 컬렉션을 재검토하고 있어요. 우리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론칭 했고 지금 매우 잘 되고 있어요. 우리는 많은 걸 배우고 있죠. 최종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제품을 세밀하게 재조정하고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많은 정보를 제공주거든요.” 김성주 사장의 말이다.
서양에서 MCM이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사례는 미국 인기드라마인 <가십걸>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욘세와 리한나가 MCM 가방을 들었다는 점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나는 김성주가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과 신선하고 젊은 감각의 브랜드라는 믿음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비록 MCM이 독일 태생이며 펜디 스타일의 털북숭이 캐릭터와 같이 대부분의 가방 장식이 눈에 익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사업가가 들려준 여러 이야기 또한 매혹적이었다. 유리천장을 뚫어버린 강인함으로 처음엔 가족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은 감명했다는 이야기 뿐 아니었다. 그보다도 나는 그녀가 구찌에서 일하던 시절,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구찌가 전통적인 이태리 기업에서 벗어나 가장 엣지 있고 시크하며 모던한 브랜드로 탈바꿈하던” 시절의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또한 그녀가 뉴욕 블루밍데일즈의 전설적인 구매기획자 고(姑) 마빈 트라우브와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MCM이 거둔 성공에 대한 또 다른 증거였다.
김성주 사장은 MCM의 부활은 유럽 유산의 정통성이 세세한 디테일들과 결합해 아시아 고객들의 마음을 흔든 덕이라고 보고 있다. 그 디테일들은 기존의 명품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아시아 고객들과 소통을 통해 만들어졌다. “독일어로는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어요.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시대정신)죠. 그게 바로 MCM이에요.” 김성주 사장이 말했다.
다른 언어로는 정확히 번역할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아시아에 그 정수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MCM의 성공비결이다. “우리의 인생은 그저 여정일 뿐이에요. 우리는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계속 움직입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21세기 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거죠.” 김성주 사장이 말했다.
English Ver.
From Asia to the World: The Rise of MCM
In this third installment from a series of reports from Seoul, Suzy Menkes meets one of South Korea’s most successful fashion entrepreneurs
Even if Sung-Joo Kim were not clutching a super-sized leather rabbit and running up the stairs of her MCM store to reach an installation of a space station, you would have to warm to this dynamic, enthusiastic South Korean entrepreneur.
Anyone who can take a fading German travel-bag business (originally Michael Cromer Munich) and turn it into a thriving accessories company grounded in Seoul, but sold across the world, deserves respect.
The fashion tycoon’s other day jobs include being president of her country’s branch of the Red Cross. And on her office wall, with its panoramic views across the re-constructed city, ringed by mountains, there is a citation from 2015 from Queen Elizabeth II declaring Sung-Joo Kim an Honorary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for services to humanity.
To have a powerful business position and a strong sense of corporate responsibility is exceptional. To reach this position as a woman, in a country where her own father originally rejected her strong, independent stance, is an impressive achievement.
But Sung-Joo Kim, 59, is not one of those icy figures striking fear across the boardroom. She strode in – white shirt, mannish jacket and narrow trousers ending in immaculate sneakers – and immediately showed me the video of the fashion show that MCM had recently held in China.
Among the flashing lights and K-Pop soundtrack by the South Korean-Chinese boy band Exo, MCM filled the huge arena of Phoenix TV’s International Media Centre in Beijing with scores of male and female models. This video showed me why Korean style is the fashion ideology of China.
But Sung-Joo Kim is not just basking in Asian fame. She has new lands to conquer in June 2016, when MCM takes part in London Collections Men – another step towards giving the brand global recognition.
Before I had time to absorb the 3-D graphics and fashion-as-theatre vision from the Beijing show, the screen was filled with a video of Exo – Asia’s top boy band. When the K-Pop stars made an appearance at a recent opening of a Seoul store, 11,000 fans showed up, Sung-Joo Kim said. “We had a lot of fun shooting this series! It’s because in Asia the young generation tends to lead the luxury market. They are vey exposed, firstly from the Internet, to what’s going on with all the brands. Secondly, they are very brand conscious. They are born with a computer and the way they relate to luxury is so different from the traditional way.”
Looking at one of Seoul’s MCM stores – and the shops tend to have different personalities according to the district and the clients – I could see a switch from the glitzy, over-the-top embellishment that had once been the brand’s DNA. That was when the US global TV sensation “Dynasty” set the tone for 1980s style and Joan Collin’s character, Alexis Carrington Colby, travelled the world with MCM luggage.
On my visit, the shelves of the Seoul store had some Swarovski bling and bold logos, but the merchandise has certainly developed since Sung-Joo Kim, the long-term license holder, bought the brand in 2005 when its total annual sales were around $70 million. A decade on, I was looking at cute, make-you-smile bags that suggested robots, bug-eyed insects and rabbits. But there were also smooth, plain bags in sleek Céline and YSL style. They were the fruit of a newly established production base in Italy, expanding the reach of a brand whose sales rose to $650 million in 2014 through 300 stores in 35 countries.
It seems that Sung-Joo Kim has a different strategy from the global luxury houses, from Dior to Givenchy, that surround the MCM store on upscale Cheongdam-dong, the heart of Seoul’s “Gangnam style”, promoted by K-Pop singer Psy.
“We want to be different from the rest in the fact that MCM has origins in Germany, but has had this great success in Asia,” said the CEO. “We understand the tastes and needs of young people, which is the key that everybody else hasn’t been able to figure out. The young generation are born with computers, so they expect brands to be interactive and for luxury to be functional,” she explained.
I realised how nuanced the approach to the local market has to be when we visited another store in Seoul’s Myeong-dong shopping area downtown, where the MCM letters shone brightly from a metal shop front and lettering on the windows announced “Space Odyssey”. The inside was even more full-on: a space capsule poised for take off, and a moving rail with Perspex baubles encasing the bags.
This journey into space was aimed at the Chinese market, and the store’s content – from white bags splattered with rhinestones to clothing with silvered sparkle – seemed to shout “Bling’s the Thing!”
This seemed in stark contrast to the story that Sung-Joo Kim was telling me, about how she convinced Harrods, London’s classic department store, to stock unisex, luxury backpacks as intrinsic to practical modernity. “It’s streetwear and high-end; luxury and kitsch,” she said of the brand’s offering.
Now that MCM is installed in China, Sung-Joo Kim’s aim is to achieve something not yet seen in the luxury market: for the brand to return to its roots in Europe and early popularity in America via its pan-Asian success. “With this strong base in Asia, we could go back, while everyone else has followed the reverse path,” she said, referring to the usual global progress from Europe or America to Asia.
“Even though we will need to adjust our marketing and product offer, we are reviewing our collection because of the great success we are having in America,” Sung-Joo said. “We launched our E-commerce in America in February and it is doing very well. We are learning a lot because communication with the final customer provides a lot of information to fine-tune our offers and make them even stronger.”
Another example of MCM’s success in the West was its appearance in the American television hit, “Gossip Girl”, while a triumph was having Beyoncé and Rihanna carry the bags.
I felt exhilarated by Sung-Joo Kim’s enthusiasm and the sense that this was a brand with a fresh, youthful take, in spite of its Germanic roots and the fact that most of the bags’ decoration – such as the Fendi-style furry characters – looked familiar.
This entrepreneur’s back-story is also intriguing, and not only in her strength of character in breaking the glass ceiling in a way that initially shocked her family but ultimately impressed them. Rather, I was fascinated that she had worked at Gucci when, in her own words, “they turned around from being such a traditional Italian company to being the most edgy, chic and modern brand”. The fact that she had also worked with the late Marvin Traub, the legendary retail impresario of New York store Bloomingdale’s, is another clue to MCM’s retail success.
Sung-Joo Kim’s view is that the rejuvenated MCM brand has touched the heart of Asians because of the authenticity of its European heritage melded with the small details – not the traditional luxury stereotypes – needed to communicate with the Asian consumer. “You can sum it up in one German word: zeitgeist. That is very MCM,” she said.
To have taken a word that has never found a precise translation in any other language, yet to distill its essence to Asia, is MCM’s success story. “Our life is just a journey,” Sung-Joo Kim continued. “We are constantly moving, not only physically but mentally, so that we can assist the needs of the new 21st-century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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