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들뜨지 않는 솔직함, 차민규

2018.03.27

들뜨지 않는 솔직함, 차민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꿈을 이룬 차민규.

데님 후드 점퍼와 쇼츠는 몽클레르(Moncler).

차민규는 생애 첫 화보를 <보그>와 함께했다. “원래 옷을 좋아해요. 가끔 인터넷에 2018 가을/겨울 컬렉션도 검색해 보는걸요.” 정작 훈련의 여파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녹초라 쇼핑할 시간은 없다. 그는 촬영 덕에 여러 옷을 입어보며 즐거워했지만 아직은 추운 3월 초, 보디 페인팅을 한 다리를 드러내는 가벼운 옷을 입고 야외로 나가자 몸을 떨었다. 빙상 선수들은 추위에 강할 거라는 내 무지 때문에 미안했다.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팬츠는 펜디(Fendi).

“매일 얼음 위에 서지만 숨이 차고, 땀으로 데워지지 않은 날이 없는걸요.” 그는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다. 금메달 선수와는 0.01초 차이. “특히 단거리에서는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어요. 다 잘하는 선수라 승부는 찰나에 결정되곤 하죠. 그렇기에 스피드스케이팅이 흥미진진한 종목이지만요.”

레더 크로스 백과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캡은 베아크(Veak).

금메달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제가 다리만 좀더 길었으면…”. 진심이다. 그렇다고 체격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식단을 관리하진 않는다. 촬영일에도 분식을 맛있게 먹고 귀가. “체격은 운동으로 극복해야죠. 어떤 자세가 좋을지 연구하고 저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힘쓰고 있어요.”

레더 크로스 백과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캡은 베아크(Veak).

역시나 선수로서 차민규의 가장 큰 장점은 코너링 기술이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덕분에 기술적인 부문에 있어 다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못하는 부분을 해낸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교수님의 전향 권유가 있었어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탔는데 나쁘지 않은 기록이 나와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꿨죠.” 이처럼 차민규는 대답을 애써 꾸미지 않는다.

트렌치 코트는 골든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e Brand).

초등학교 3학년 때 몸이 허약해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는 일화와 달리 “집 앞에 스케이트장이 생겨서 다니게 됐어요”라고 답한다. “처음 배울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재미있죠. 이걸 직업으로 삼으리란 결심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했어요.” 국가 대표나 메달에 대한 꿈 역시 오래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국가 대표와 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욕심이 생긴 것도 대학에 들어가서죠. 그때 실력에 자신감이 조금 붙었거든요.”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팬츠는 프라다(Prada).

팬들이 붙여준 차민규의 별명은 ‘일단 요정’이다. TV 인터뷰 때 문장마다 “일단은, 일단은”을 붙이며 어수룩하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그 별명이 일단은 마음에 들어요.(웃음)” 실제로 만나면 솔직하게 말도 잘하고, 농담도 한다. “카메라만 없으면 말 잘해요.” 동료들이 부르는 별명은 ‘차숑’이다. 남들이 볼 때 하나도 힘들지 않게 ‘숑숑’ 잘 나가서 ‘차숑’. “저는 탈 때마다 너무 힘든데, 웃기죠?”

팬츠는 프라다(Prada).

차민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둔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발목을 다쳤을 때다. “국가 대표는커녕 일단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을 수 있기만 바라면서 재활했어요. 솔직히 예전에는 몇 차례 그만두고 싶었어요. 근데 절실히 깨달았죠. 나는 정말 스케이트를 좋아하는구나.”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있길 바랐을 뿐인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저는 코앞의 목표를 세워요. 올림픽 3관왕, 이런 것보다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500m와 1,000m에 국가 대표로 출전하고 싶을 뿐이에요. 가끔 선수 생활이 끝난 후의 계획을 묻는데 생각해본 적 없어요.”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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