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로 떠난 디자이너 필립 림
새로운 자극을 찾아 콜롬비아로 떠난 디자이너 필립 림. 안데스산맥과 원시 우림, 근사한 해변이 기다리는 이 낯선 천국이 선사한 기쁨.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멋진 곳을 여행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이긴 하지만, 다들 잘 아는 패션 도시인 런던, 밀라노, 파리만 가고 또 갈 뿐이에요. 모든 것이 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필립 림(Phillip Lim)은 지난해 여름, 즉흥적으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라 동남아를 여행했다. 2주 뒤 낯선 곳을 처음으로 가본 경험에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곧 친구 두 명과 함께 가을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너무 인기 여행지가 아니면서 다니기 힘들지 않은 곳을 찾았어요. 현지 문화도, 해변에서의 시간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콜롬비아를 권했다. 여러 문화의 경계에 있으면서도 초현실적인 풍경을 지닌 곳. 그곳에는 안데스산맥, 울창한 우림, 열대 해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립 림과 친구들은 망설이지 않고 콜롬비아를 선택했다.
DAYS 1~2 MUSEO BOTERO & STREET FOOD “솔직히 보고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었어요.”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에서 림과 친구들은 포시즌스 호텔 카사 메디나 보고타에 묵었다. “전 에스코바르, 코카인, 마약 범죄 등만 생각했어요. 그런 거친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국 문화에 대해 자긍심이 깊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보고타의 구 시가지인 라 칸델라리아(La Candelaria)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색창연한 멋이 있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건물과 바로크 양식 교회, 아르데코풍 관공서 건물이 자리한 곳. 주요 관광지 역시 이곳에 모여 있다. 16세기에 조성된 볼리바르 광장(Plaza de Bolívar), 보테로 박물관(Museo Botero, 달리, 샤갈, 데 쿠닝 등의 작품이 가득한 곳), 오로 박물관(Museo del Oro, 콜롬비아가 생기기 전 이 지역의 황금 작품이 많은 곳) 등이 볼거리. 산 알레호(San Alejo) 벼룩시장에서 알파카 소재 판초와 손으로 엮어 만든 모칠라(Mochila) 백을 사는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출출할 땐 푸드 코트에 들러도 좋다. “치즈가 든 옥수수 빵인 알모하바나(Almojábana)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숙취에 좋다는 칼도 데 코스티야(Caldo de Costilla)에도 푹 빠졌어요.”
DAYS 3~4 BIRDS, HIKES AND HAMMOCKS 림과 친구들은 보고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날아가 커피를 재배하는 아르메니아(Armenia) 지방으로 향했다. 부유한 콜롬비아인들이 별장을 두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림은 도심에서 약 20km 떨어진 농가를 개조한 호텔 아시엔다 밤부사(Hacienda Bambusa)에서 묵었다. 하루는 지프와 기사를 빌려 코코라 협곡(Cocora Valley)에 가서 하이킹을 하고 새를 구경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우림에 들어가면 사방에 새가 있고, 식물은 마치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듯 울창했죠.” 또 하루는 안데스산맥이 배경처럼 펼쳐진 식민지 마을 살렌토(Salento)를 돌아다니며 보냈다. 이들은 이틀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호텔 해먹에서 느긋하게 한잔하는 시간도 낼 수 있었다. “사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맥주?’라고 물었어요. 당연히 아침을 먹고… 맥주를 한잔할 수밖에 없었죠.”
DAYS 5~8 BEACH AND BIKES 마침내 이들은 카리브해의 16세기 항구 마을 카르타헤나(Cartagena)에 갔다. 카르타헤나는 역사적인 성벽 도시와 고층 건물이 많은 신도심으로 나뉘었다. “음식과 음악에서 아프로-카리비언 영향을 느낄 수 있어요. 보고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관능적이고 활기찬 분위기가 있어요. 그리고 열대의 푸른 바다는 정말 끝내주더군요.” 그들은 서른 개의 객실이 있는 구도심 중심의 카사 산 아구스틴(Casa San Agustin, 천장에는 서까래가 걸쳐 있고, 마당에는 부겐빌레아가 피어 있었다)에서 사흘을 묵었다. 이 지역은 아직도 말이 과일 수레를 끄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큰부리새를 닮은 중세 마을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림은 보트를 빌려 로사리오(Rosario) 제도에 가서 스노클링을 했다. 바수르토(Bazurto) 시장에서 방금 잡은 새우도 사 먹었다. 림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것이 특히 좋았다고 한다. “마지막 날이었어요. 어릴 때처럼 몇 시간이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죠. 땅거미가 지자 광장은 거대한 살롱으로 변했어요.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심지어 운동하는 사람도 있었죠. 꼭 가봐야 한다는 레스토랑을 예약해두었지만 취소해버렸어요. 그 대신 길거리에서 파는 맛있는 숯불구이 치킨을 먹었죠.”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글쓴이
- 레베카 미스너(Rebecca Mis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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