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신발과 사랑에 빠진 디자이너 소상우

2018.08.02

by 우주연

    신발과 사랑에 빠진 디자이너 소상우

    더쿠플스 남성 슈즈 디자이너(The Kooples Men’s Shoes Designer) 소상우를 만났다.

    “신발은 거울에 비치지 않아도 모든 면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이죠. 그래서 더 자신만의 관점으로 선택 가능한 매력이 있어요.”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파리로 건너가 스튜디오 벨코(Studio Belçot)에서 패션학을 전공한 소상우는 랑방의 루카스 오센드리버(Lucas Ossendrijver) 팀에서 남성화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에게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남성 슈즈 디자이너가 그만두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막중한 임무가 그에게 주어진 것!

    “경험은 없지만 가능성을 보고 일을 맡겨준 회사의 주역들과 루카스에게 감사하죠. 한국인 특유의 강인한 승부욕으로 해낸 것 같아요. 다행스럽게도 컬렉션 성과는 무척 좋았고 덕분에 정식으로 고용됐어요. 정말이지 운이 좋았어요!”

    그의 말대로 정말 행운이 그를 파리 최고의 패션 하우스로 이끌었을까? 파리에 사는 이방인으로서 그는 프랑스어를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신발을 디자인하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왜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죠! 단어 하나라도 잊지 않으려면 늘 외우고 복습해야 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이해하며 행동으로 옮기고, 한 치의 게으름도 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그의 성격은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여성화에도 욕심이 생겨 이직을 고민하는 그에게 지방시 하우스에서 러브 콜이 왔다.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의 지휘 아래 여성 슈즈 디자이너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리카르도는 재능은 타고났지만 마치 활화산 옆에서 일하는 것 같았죠. 매 시즌 컬렉션 기간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으니까요. 회사 근처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빌리는데, 이탈리아에서 장인들이 오고 밤낮없이 일이 터지면 그런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필요했어요. 스태프들은 언제 이탈리아로 날아갈지 몰라 여권과 속옷을 꼭 구비하고 다녔죠.”

    리카르도와 함께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지금은 더쿠플스(The Kooples)에서 여성화를 디자인하며 좀더 현실적이고 동시대적인 시장을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 예술성과 상품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소상우.

    “예술의 정통성과 그 전통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맘에 들었어요. 주말이면 인스피레이션을 위해 ‘벼룩시장’을 찾곤 하죠. 재미와 공부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는 파리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이랍니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디자이너로는 가늘고 높은 힐(Talon Aiguille)을 유행시킨 로저 비비에(Roger Vivier)와 건축적 요소에서 영향을 받은 페라가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앤드류(Paul Andrew)를 꼽았다.

    나이키도 즐겨 신는다는 그에게 구두를 구입할 때 주의할 점을 물었다.

    “청바지와 셔츠에 구두를 신으면 스마트 캐주얼, 정장에 운동화를 신으면 드레시하고 감각 있는 캐주얼을 연출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신발은 스타일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평상시 신으면서 불편한 점을 기억했다가 구입할 때 그런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죠. 신발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신발을 신기보다는 다른 신발을 돌아가며 신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글/사진
      박지원(디자이너)
      에디터
      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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