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배우들
작품을 만드는 데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곁에 두고 싶을 겁니다. 우리는 이들을 두고 흔히 ‘페르소나’나 ’뮤즈’라 부르죠. 페르소나는 원래 연극배우가 쓰는 가면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점차 인생이라는 연극 무대에 선 배우를 뜻하는 말로 변화했습니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종종 영화감독 자신을 대신해 세계관을 상징할 배우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흔히 대가라 불리는 영화감독도 각자의 페르소나가 있을 텐데요, 감독의 작품관을 대변하는 페르소나는 누가 있을까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함께 작업하는 감독과 배우를 살펴볼게요.
#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
20여 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본 송강호는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넘버 3> 촬영 중이어서 다른 영화를 찍을 스케줄이 되지 않았죠. 이를 안 봉준호 감독은 “언젠가 당신과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이들은 어느덧 대한민국 최고가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이들은 믿고 보는 조합 중 하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으로 대한민국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고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함께 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막역한 사이가 된 두 사람.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호명되자 송강호와 얼싸안고 가장 먼저 기쁨을 나눴죠.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때 송강호를 마이크 앞에 세우며 영광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서로를 배려했습니다.
# 윤종빈의 페르소나, 하정우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옵니다. 이들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이죠. 윤종빈 감독은 영화학을, 하정우는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두 사람은 1년 선후배 사이라고.
2005년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첫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까라면 까’야 하는 군인들의 씁쓸한 초상. 그 안에서 하정우라는 배우가 빛을 발하죠.
이후 두 사람은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까지 함께 하며 흥행몰이를 이어갔습니다. 영화계 대표 절친이자 파트너라고 볼 수 있죠.
하정우는 최근 진행된 자신의 팬 미팅에서 앞으로 2년간 정해진 스케줄을 팬들에게 숨김없이 공개했는데요, 그중 윤종빈 감독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고 깜짝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그는 2000년대 들어 만든 작품은 거의 모두 디카프리오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갱스 오브 뉴욕>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에비에이터>, <디파디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디카프리오가 90년대에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에서 그는 잘생기고 소년 같은 이미지로 대중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죠.
이후 스콜세지 감독을 만난 디카프리오는 영화에서 터프하고 거친 이미지와 복잡한 내면을 내보이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그는 단순히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연기력을 더한 무게감 있는 배우로 인정받았습니다.
# 팀 버튼의 페르소나, 조니 뎁
마치 한 몸처럼 붙어 다니는 이름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입니다.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월드를 상상한 것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배우는 아마도 조니 뎁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의 영화에 마니아층이 생기고, 내놓는 영화마다 어느 정도 흥행은 보장될 정도죠.
<가위손>의 쓸쓸했던 캐릭터 에드워드는 곧 조니 뎁 자체였죠.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명이었던 조니 뎁을 캐스팅한 팀 버튼 감독.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죠. 이때부터 팀 버튼 감독의 작품에서 조니 뎁은 가장 중요한 축이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목소리)>,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 섀도우> 등 세기도 숨찰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함께 하게 됩니다.
비현실적인 판타지에서 가장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팀 버튼과 조니 뎁의 시너지겠죠.
# 왕가위의 페르소나, 양조위
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홍콩 영화의 전성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 있죠. 왕가위 감독과 배우 양조위. 다소 우울한 분위기가 베이스가 되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에서 양조위는 그 이상의 깊이를 연기합니다. 말보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은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2046>, <일대종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습니다. 말 그대로, 그 시절 뜨거웠던 서로의 ‘화양연화’를 함께한 셈이죠.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스타일리시한 왕가위 감독의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술 작품이 된 양조위. 이들의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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