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NG IT
파리의 밤, 리사의 밤, 에디 슬리먼의 밤. 파리에서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
루이 14세가 건축한 군 요양 병원이자,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앵발리드(Les Invlides) 주변은 프랑스 전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를 추모하는 인파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황금빛 돔 지붕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반대쪽에 마련된 셀린 쇼장 앞은 또 다른 인파로 가득했다. 블랙핑크 “리사!”를 연호하는 소리가 파리 창공을 쩌렁쩌렁 울린 것. 2020 S/S 파리 패션 위크. 그 시각 리사는 에디 슬리먼의 세 번째 여성복 컬렉션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 방에서 의상을 체크하고 있었다. 화려한 호피 무늬의 케이프 형태 롱 드레스와 블랙 부츠 혹은 세련된 화이트 터틀넥 풀오버에 에나멜 소재 랩 스커트를 번갈아 입으며 상반된 이미지에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내면에 감춰진 섹시함과 화려함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에디의 셀린처럼!” 리사가 크고 예쁜 눈으로 상냥하게 웃으며, 비교적 단정해 보이는 70년대풍 의상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뒤 손으로 머리를 살짝 흐트러뜨리자 영화 <마농>의 여주인공 카트린 드뇌브가 떠올랐다. 도발적이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바로 그 파리지엔 말이다. 이윽고 쇼장 앞. 그야말로 블랙핑크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들에게 눈인사를 보내며 깜깜한 쇼장으로 진입했다.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거대한 설치 조명을 보자 리사의 큰 눈이 더 커졌다. 은하계를 재현한 듯한 검정 스크린으로 강렬한 반짝임이 쏟아지는 가운데 적당히 헝클어뜨린 머리에 부츠컷 청바지, 무릎 길이의 미디스커트, 보잉 선글라스로 스타일링한 70년대 파리지엔들이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뮤즈에게 선사한 에디의 ‘뉴 셀린’은 어떻게 보였을까. “간결함 속에 숨겨진 절제된 화려함!”
- 패션 에디터
- 황혜영
- 포토그래퍼
- 김희준
- 스타일리스트
- 지은
- 해어
- 박세미
- 메이크업
- 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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