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이 남긴 <옷소매 붉은 끝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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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이 남긴 <옷소매 붉은 끝동> 이야기

2022-01-20T09:04:33+00:00 2022.01.20|

에밀리 디킨슨은 “초원을 만들려면 꿀과 클로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마치고 클로버로 가득 채운 이세영의 어느 푸른 날.

카메라를 응시하는 이세영의 얼굴에는 익숙하고도 낯선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슬리브리스 톱은 가니(Ganni).

꽃무늬 테일러드 베스트, 후프 이어링은 에이치앤엠(H&M), 통이 넓은 버뮤다 팬츠는 앳코너(A.T.Corner), 날렵한 앞코의 슬라우치 부츠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3D 프린터로 재미있는 형상을 구현한 ‘Spring Spring’은 류종대 작가 작품.

코르셋 디테일 크롭트 톱, 패치워크가 돋보이는 플레어 스커트, 벨트는 에몽(Aimons), 커다란 메탈 이어링은 에이치앤엠(H&M), 부츠는 가니(Ganni).

밑단에 비즈 장식이 달린 크롭트 톱은 가니(Ganni), 와이드 팬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레이어드한 미니스커트는 뮌(Münn), 이어커프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걸음이 빠른 편인가.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나 혼자니까 ‘느그적 느그적’ 걸어 다니는데 일할 때는 좀 그렇다. 언젠가 친구가 “너는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걸어가는데도 굉장히 빠르게 걷는구나. 어떤 삶을 살았니?”라고 물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학교 가다가 직장에 출근하는 어른들이 보이면 앞서가고 싶어서 재빨리 걸어 추월하고 그랬다.

무슨 일이든 다 알아야 하고 궁금해하는 성격인 것 같다. 한편 지금 입은 옷도 오버올이다.

‘작업복’이다. 전투적으로 일하러 나갈 때 챙겨 입는 옷이다(웃음). 일할 때는 메이크업이나 헤어 때문에 지퍼나 단추가 있는 옷을 입는 편이 갈아입기에 용이하다. 그래서 그런 옷을 유니폼처럼 정해놓고 입는다. 평소에는 클래식한 룩을 즐긴다. 오버사이즈 스타일도 좋은데 키가 크지 않아 종종 옷을 짊어진 기분이다(웃음). 조만간 엄청 큰 가죽 점퍼나 재킷을 한번 입어보겠다.

작품이 끝나면 배우에겐 캐릭터가 남는다고 말한 적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옷소매)> 덕임은 어떤 캐릭터로 남았나.

먹먹하고 절절하다. 그렇게 사랑스러웠는데 더는 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그 인물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질문을 받곤 하는데 덕임은 죽으며 끝나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다 안다고 하지 않나. 덕임과 정조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아무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을 거다.

역사가 곧 대본이기도 한 작품이다. 덕임의 삶에서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덕임은 궁녀로서 자기 일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사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시키지 않아도 하는 사람이었다. 전하가 보위에 오르는 날까지 목숨을 걸고 지켜드리겠다고 한 맹세는 이 아이의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는 목표와 정반대다. 자신이 원하던 바를 거스르면서 한 맹세가 정말 용기 있게 느껴졌고 멋있었다.

덕임이 배우 이세영에게 끼친 영향도 있을까.

일과 스스로를 분리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덕임이를 통해 달라진 것도 있다. 조선 시대 궁녀로서 제약과 한계가 많은 상황에도 이 아이는 주체적으로 살길 원했고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시대의 사람조차 꿈을 이야기하는데 지금 나는 과연 선택하며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 대해 고찰했다. 더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자 여겼다.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더라도 스스로 느끼는 성취와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비중과 상관없이 어떤 인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서사를 심어 보여준 작품이다. 여성 캐릭터가 많아 더 반갑게 받아들였다. <옷소매>에 출연한 여성 선후배 연기자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나.

월혜 역을 맡은 지은 언니와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배우들 모두 자기 캐릭터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한 기승전결이 있었고 후에 이 인물은 어떻게 끝나는가 정리가 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감독님에게 ‘그래서 이 인물이 마지막에 어찌 되는가’ 여쭤본다. 성덕임의 끝은 죽음인 걸 알았고 끝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했고 그래서 더 멋진 작품이었다.

덕임에게는 서상궁이 있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궁녀들이 등장했기에 선배 여자 배우가 많은 현장이기도 했을 것이다.

장혜진 선배님은 아무 말씀도 안 드렸는데 모든 걸 아시는 듯 “덕임아” 하며 안아주시곤 했다. 촬영 초·중반에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되게 많았는데 선배님이 현장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

궁녀 넷의 우정도 따뜻하게 그려졌다. “혼자가 아니니까 어려우면 서로 도우면 돼” 같은 대사가 회자됐다. 우정이란 사랑과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지탱해준다. 당신이 생각하는 우정의 힘은.

내게도 “우리 넷은 늘 함께여야 해”라는 대사가 감명 깊게 남았다. 예전에는 힘들면 혼자 힘들고, 남이 힘들면 도와야지 주의였는데 이 대사를 통해 서로 돕고 의지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하는 힘과 시너지를 믿게 됐다. 내겐 친한 친구가 셋 있는데 그들이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돌이켜보면 혼자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을 이들과 함께하며 뭐든 할 수 있었다. 자신감도 생기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 용기 낼 수 있다. 우정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아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사극만 다섯 번째다. 배우로서 사극과 잘 맞나.

나는 늘 하고 싶은 작품만 했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나와 맞는지 같은 생각은 안 해봤다.

사극 장르가 갖는 미덕은 뭔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사극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앵글로 눈이 즐겁다는 것. 하늘과 땅, 물이 한 화면에 담길 때 조화, 곡선과 직선이 만나는 예술적 각도, 한복이 선사하는 색채의 향연으로 보는 맛이 있다. 사극에선 발성이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당시 역사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나.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에 소홀했고 그 부족함을 알기에 방송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하려고 한다. 역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소홀했기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른 분야보다 역사를 모르는 건 창피한 일이다. 역사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이고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지 알아가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역사를 공부할수록 ‘나는 과연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한다.

<옷소매>를 보고 2019년 <왕이 된 남자>를 다시 정주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의 커리어에서 대표적인 사극 두 편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

사극은 세트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장소가 겹칠 수 있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르다. 물론 그때와 지금 체중 차이가 나서 내 얼굴은 달라졌다(웃음). <왕이 된 남자> 당시 밥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인물 자체도 절박한 인물이었고 현장에서 나 스스로도 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늘 웃고 있었지만 장면마다 인물이 해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잘해내지 못해서 작품 전체에 폐를 끼칠까 걱정을 많이 했다. <옷소매>는 7개월 가까이 찍으며 호흡이 길어져 애정과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예전에 어느 영화 잡지에서 아역 배우가 완연한 성인 배우로 다시 태어난 작품을 꼽는 기사가 있었다. 당신의 경우 영화 <수성못>이었다. 동의하나.

그때 내 인생이 굉장히 절박했다. 2014년 11월 <멜론 뮤직 어워드> 이후에 1년 내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살면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굉장히 충격받았다. 가만있을 수 없어서 교수로 살길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장학금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다. 이동할 때밖에 잠을 안 잤다. 그렇다고 쉬운 과목만 듣고 싶지 않아 에스프레소 여덟 샷씩 마시며 일어서서 수업을 들었고 동시에 화장품 사업도 했다. 그러다가 <수성못>을 만났는데 작품 자체가 당시의 나였다. 희정이가 더 짠했고 너무도 공감이 갔다.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달라지지 않으니 뭐라도 해야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어둠 속에서 빛을 찾으려고 하니까 막막한데 울 시간도 없었다. 나중에 기자회견 하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엉엉 울었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짠하다.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필모 자체가 차이가 있다기보다 마음과 태도가 달라졌다.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참 대단하다’ ‘어디 떨어져도 생존력은 있구나’ 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정말 후회 안 하게 열심히 살았다. 평소에 안 하던 연기 방법을 시도해보고 교수님께 도움을 청하러 가기도 했다. 그때부터 연기를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

퍼프 슬리브 톱은 에몽(Aimons), 팬츠는  뮌(Münn), 볼드한 형태의 칵테일 링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프린트 톱은 와이씨에이치(YCH), 경쾌한 옵티컬 패턴 팬츠는 파코 라반(Paco Rabanne), 스프링 모티브의 후프 이어링은 에이치앤엠(H&M), 레이스업 슈즈는 닥터 마틴(Dr. Martens). 버려진 플라스틱 파편을 재활용한 ‘Aff Chair’는 강영민 작가 작품.

퍼프 슬리브 톱은 에몽(Aimons), 전체적으로 대미지를 더한 팬츠는 뮌(Münn), 칵테일 링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구조적인 형태의 굽이 인상적인 뮬은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셔츠는 포츠 1961(Ports 1961), 팬츠는 준지(Juun.J).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와이낫어스(Whynotus), 타이다이 패턴을 더한 오버사이즈 재킷은 뮌(Münn), 이어커프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의사요한> <메모리스트> <카이로스> 등 결은 다르지만 강단 있는 인물을 주로 맡았다. 어떻게 해서든 나아가려고 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런 삶을 바라기 때문인가.

일할 때 외에 내게 진취적인 면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하지만 언제나 보는 사람이 재미있는 게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한들 시청자, 관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생각해보면 작품 속 인물이 주체적일 때가 많다. 굉장히 소극적이었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변한다거나 고통을 겪어도 배워 견뎌내거나. 좀비 이야기만 해도 좀비에 적응하고 힘을 합쳐 이겨내지 않나. 인물이 성장해야 재미있다. 결국 내가 보고 싶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배우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배우를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인데, 당신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듯 보인다.

배우란 연기하는 사람이고 작가가 쓴 이야기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사람이다. 유명인으로서 ‘이렇게 합시다’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좋지만,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연기를 잘하고 싶다. 배우도 기술이나 기량을 끊임없이 갈고닦지 않으면 도태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도 배신한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도 같다. 3년 전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생겨 열렬히 보고 있는데 스포츠는 정말이지 드라마 그 자체다.

승부욕을 즐긴다기보다 스포츠맨십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맞다. 스포츠 정신. 동료애. 정정당당함. 안타까운 건 축구 팀에 들어간 지 3년째지만 축구를 정말 못한다(웃음). 우당탕탕 가끔 골을 넣는 스타일이다. ‘체력 충전만 하면 되지’ 하던 시기가 있는데 지금은 재미있는 취미가 많이 생겼다. 누구나 지치지만 직장 다녀와서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사랑스럽고 멋지지 않나. 나도 그렇게 살아보자 싶었고 에너지가 생겼다. 스포츠 만화나 드라마도 좋아하는데 <슬램덩크> <마지막 승부> 같은 유의 작품이라면 너무나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수많은 길 중 너무 빨리 진로를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없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직업을 두고 고민했을 텐데 그건 지금도 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 재능이 있지 않고 연기를 좋아하니 오히려 일찍 시작해서 다행이다.

배우가 잘 맞는지 고민은 없었나.

열아홉 살쯤 주변 연기자들이 어떤 소문이나 사건에 휘말리는 걸 보며 두려웠던 적이 있다. 내가 내 길만 걸어간다고 잘될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했다. 연예인이 되기보다 연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연기 외에 배우로서 해야 하는 일이 힘들지만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역시 축복이다. 사실 배우 일에 불만이 있어 그만두겠다고 해도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모두 내 선택이다.

계속 배우 일을 하는 동인은 뭔가.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팬들 생각도 한다. 팬이 엄청 많진 않지만 가족처럼 여긴다. 되게 소중하고 서로 애절하고 짠하다. 서로 ‘고생한 거 다 안다’ 이런 기분이랄까. 그런 팬이 있어서 힘이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연기는 퀘스트를 깨나가는 것 같다. 어딘가 올라가면 끝나는 게 아니라 임무를 하나씩 수행하는 퀘스트. 어떤 영화에 ‘실패는 성공의 아버지’란 말이 나왔는데 굉장히 와닿았다. 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좋고 잘하고 싶지만 실패도 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과정일 것이다.

연기에 얽힌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여섯 살에 재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우물에 세 번 빠진 아이였다. 시소를 타다가 우물에 빠지고 우물 테두리를 걷다가 두 번째 빠지고 세 번째는 그네 타다가 빠졌다. 거의 땅에 있는 물인데 억지로 밧줄 잡고 올라오는 연기를 했다. 아프다고 하니 오빠가 약을 줬는데 그 알약은 초콜릿이었다(웃음).

어릴 때 한 연기는 지금 이세영에게 계속 영향을 미치나.

현장에 대한 인식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오랫동안 쉬다가 새로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했다고 봐야 한다. 아역 시절에 하는 연기는 본능적인 리액션에 가깝지 않을까.

SNS에서 봤는데 혹시 취미가 ‘다꾸’인가.

맞다. 빈티지 스티커를 사서 다이어리랑 아이패드를 꾸몄다. 대본은 아까워서 못 꾸몄다. 꿈이 굉장히 많았는데 다꾸란 내게 화가라는 꿈을 이뤄내지 못한 내 안의 작은 예술성, 마지막 남은 미적 가치, 나만의 예술 세계다(웃음). 내가 꾸미면 조잡하지만.

다이어리를 쓰며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기도 하나.

작심삼일이긴 한데, 3일을 100번 하면 300일이다. 올해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에 생존 본능만 갖고 살아서 올해는 나만의 시간도 가지고 건강하게 잘 챙겨 먹자 한다.

유튜브에서 과거 영상을 찾다 보니 알고리즘이 몇 년 전 출연한 <복면가왕>까지 안내를 해줬다. 가무를 좋아하는 편인가.

혼자는 아니라도 정말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 가무를 즐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분장실이나 의상실에서 항상 들썩들썩한다. 기분이 들뜨지 않다가도 춤을 추면 다 같이 웃게 되고 즐겁다.

일상을 채우는 BGM은.

현장에 갈 때마다 ‘브금’이 달라진다. 기가 죽어 있을 때는 때려 부수는 음악, 헤비메탈 듣는다(웃음). 사극에 출연할 때는 세레나데나 주로 웅장한 노래를 들었다. 영국 밴드 음악도, 몽환적인 노래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같은 옛날 노래도 좋아한다.

앞서 진행한 영상 인터뷰 말미에 “다음에는 더 재미있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유머가 중요한가. 

작은 일상이 모여 우리 삶이 된다.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선을 넘지 않아야겠지만 장난을 좋아한다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고충은 있지만 웃는 사람이 멋있다. 난 많이 웃고 싶고 함께 웃고 싶다. 유머의 취향은 말장난 쪽이다. 되받아치거나 틈새 파고드는 말 쪽이다. 주성치, 짐 캐리, 아담 샌들러가 구사하는 유머를 좋아한다. 그런데 코미디 연기는 정말 어렵다. 제일 어렵다.

혜빈 홍씨는 스스로 마음을 외면하는 정조에게 “주상, 부디 행복해지세요”라고 말했다. 조선의 왕도 행복을 챙기는데 이세영은 행복하기 위해 뭘 해야 할까.

기준이 낮다. 원래도 성향 자체가 늘 소박하게 살기를 원했는데 <수성못> 때 힘들던 시기 이후로 더 확실히 깨달았다. 행복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고 그 기준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나는 비교하지 않는다. 내 삶은 내 삶이고 남의 삶은 남의 삶이다.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샤워하고 밥 먹으면 행복하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