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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찾은 저스틴 민

2022.04.29

by 김나랑

    전주 찾은 저스틴 민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이 영화 <애프터 양>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애프터 양>을 상영했다.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은 아버지(콜린 파렐)와 어머니(조디 터너 스미스), 입양한 딸, 딸을 위해 구입한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민)이 등장한다. 양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면서 아버지는 수리 방법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가족, 인간성,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애프터 양>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애프터 양>의 인간에 대한 성찰은 작가주의 영화를 지지하는 영화제와 맞닿았습니다. 안드로이드 양이 인간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죠”라고 설명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내한하지 못했지만(그는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이다. 영화 <콜럼버스>로 로스앤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드라마 <파친코>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양을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민이 전주를 찾았다.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으나 그는 한국말을 약간 구사할 줄 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올 때마다 집에 오는 것 같다. <애프터 양>으로 관객을 만날 기회를 가져 기쁘다.

    코고나다 감독과의 첫 만남이 궁금하다. 

    어제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전주에 오지 못해 굉장히 아쉬워했다. 영화 <콜럼버스>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감독이었다. 그가 준 대본을 비행기에서 처음 읽고 엉엉 울어버렸다. 옆자리 승객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직접 만나 3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정체성, 인생, 영화 등 여러 이야기를 공유했다.

    어떤 부분에서 특히 눈물이 났는가?

    항상 내가 가진 것보다 좋은 것을 원해왔다. 흔히 미국이 추구하는 이상향, 더 좋은 일과 직장, 돈 말이다. 양이라는 캐릭터는 행복하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 고요함, 평온함, 기쁨이 느껴졌다.

    <애프터 양>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도 공개돼 호응을 얻었다. 팬데믹 시기에 이 영화를 선보이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이 영화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작고 소박하지만 중요한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양의 기억장치에 저장된 나뭇잎, 그림자 같은 것들 말이다. 관객은 이들을 상기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팬데믹 시기이기에 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시작될 때 가족이 함께 춤추는 시퀀스가 독특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장면이었다(웃음). NG도 엄청 냈다. 당시 콜린과 조디는 런던에 있었고, 나는 LA에 머물렀기에 줌으로 안무 레슨을 받았다. 촬영 3일 전에 만나 연습했는데, 살짝 당황스럽던 그 시간 덕분에 진짜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백인 아버지, 흑인 어머니, 중국에서 입양한 딸, 아시안계 안드로이드 양까지, 영화에서 다양성, 다문화 메시지도 느껴진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족은 미국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가족 형태다. 이 영화는 직접적이면서도 미묘하게 인종에 대해 탐구한다. 다만 냉소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바라본다. 여전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다. 갈수록 조금씩 개선되고 영화에서도 많이 다뤄졌으면 한다.

    양은 안드로이드지만 인간과 감정을 교류한다. 인간성과 로봇의 성질을 모두 가진 양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감독님에게도 관련해서 물어본 적 있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미스터리하게 가져가길 바란 것 같다. 여러 테이크를 촬영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 로봇처럼 보여야지, 인간적으로 보여야지, 하기보다는 양이 가족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체성을 느끼는 캐릭터 양을 연기하면서, 본인의 경험도 빗댔을 것 같다. 

    차를 우리면서 감동받는 콜린 파렐을 보면서 양이 자신도 그 감정을 느껴보길 바라는 장면이 있다. 나 역시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미국에 살지만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외모에 가끔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말도 조금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더 공감했다.

    영화의 결말을 말할 순 없지만, 이 독특한 마무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희망적으로 느꼈다. 양의 기억과 추억이 다시 가족과 연결되고 끈끈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해석이 그렇다는 것일 뿐, 코고나다 감독님 영화의 미학은 관객이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진수 프로그래머, 배우 저스틴 민, 이준동 집행위원장.

      에디터
      김나랑
      포토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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