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루이 비통이 완성한 하이 주얼리 판타지

2022.08.08

by 손은영

    루이 비통이 완성한 하이 주얼리 판타지

    신화와 현실 사이를 떠다니는 마법의 양탄자 같은 나라 모로코. 이슬람의 신비로 가득 찬 모로코의 이국적인 정취 아래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의 판타지가 실현되었다.

    3년 전 디올이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고, 바로 지난달 생 로랑이 남성복 패션쇼를 펼친 도시.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수없이 많은 패션지에서 단골 촬영지로 선택하는 곳. 북아프리카에 자리한 모로코의 마라케시는 도티, 하렘, 터번, 카프탄 같은 토착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모스크와 붉은 사막,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 수채 물감 같은 파란 하늘 등 여전히 고색창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주류적 멋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의 어느 날 루이 비통이 하우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주얼리 컬렉션을 바로 이곳에서 선보였다(지난해에는 모나코에서 열렸고, 더 오래전에는 프라하와 카프리 같은 장소에서 열리기도 했다). 루이 비통 CEO 마이클 버크(Michael Burke)는 이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우스의 디자이너에게 상상력을 불어넣고, 클라이언트에게는 영감을 준다고 말한 적 있다.

    “우선, 저는 이것이 모두에게 놀라운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델 같은 훤칠한 키에 세련된 미모를 자랑하는 주얼리 & 워치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는 그녀가 발표한 네 번째 하이 주얼리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마라케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마라케시에는 특별한 영적인 느낌이 있어요. 이곳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컬렉션의 많은 테마를 구현하게 합니다. 영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에요(루이 비통이 선보인 네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타이틀은 ‘Spirit’이다). 달리 설명하자면 그건 두 손에 포착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죠. 하지만 또 그것이 아이디어에 또 다른 깊이를 더해줍니다. 게다가 마라케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패턴을 보세요.” 암피시트로프는 인터뷰가 진행된 로얄 만수르 호텔의 어느 호화로운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방이 기하학 패턴이에요! 그 위에 또 다른 기하학 패턴이 더해지고. 이런 요소는 루이 비통 주얼리의 일부 디자인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고객뿐 아니라 당신에게도 놀라운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루 앞서 나는 ‘다 엘 바샤(Dar El Bacha)’ 궁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엔 저지 드레스에 바부슈를 신은 모델들이 스피릿 컬렉션의 볼드한 주얼리를 착용한 채 하렘의 여인들처럼 앉아 있었다. 피지컬 프레젠테이션이 펼쳐진 다음 날 로얄 만수르 호텔에 마련된 신비로운 동굴 같은 공간으로 다시 안내됐다. 먼저 파랑 깃털을 빼곡히 채워놓은 방, 크고 입체적인 꽃이 벽과 천장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방, 용이 출현한 모래와 사막의 협곡을 표현한 갈색 방이 미로처럼 연결되었고, 곳곳에 세팅된 유리 쇼케이스에 125점의 하이 주얼리가 전시돼 있었다. 암피시트로프는 상상의 동물을 둘러싼 신화를 21세기로 가져와 컬렉션의 상징에 지극히 현대적인 자신의 비전을 불어넣었고, 우화적인 하이 주얼리 작품을 2012년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 초기부터 메종과 함께한 브라질의 유명 디자이너 듀오 캄파나 형제(Campana Brothers)의 설치 작품을 활용해 전시했다. “잿더미에서 일어나 비상하는 불사조처럼, 입에서 불을 토하는 용처럼, 루이 비통 여성은 놀라운 힘과 에너지, 낙천적 기질을 뿜어냅니다. 메종의 상징과도 같은, 여성을 자유롭게 하는 바로 그 여성성을 스피릿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루이 비통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스피릿은 바로 루이 비통 여성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비통이 상징하는 모든 것, 그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이지 않은 것, 특정 사물이 아닌 거죠. 비통의 에너지, 자유, 여행, 탐험, 늘 앞으로 전진하는 것, 미래에 대한 고민 등입니다. 그것은 신화적 존재들이 표상하는 비통의 여성들이기도 합니다. 불사조는 비행할 자유, 용은 보호를 나타냅니다.” 용과 봉황을 포함한 여러 신화의 생물에게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탁월한 보석과 조우해 더 놀라운 가치를 보여준다. 65캐럿이 넘는 장엄한 차보라이트를 소싱하고, 그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리랑카산 사파이어,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모잠비크산 루비, 순도 높은 다이아몬드를 모두 모으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컬렉션은 각각 메종의 가치를 반영하는 다섯 개의 우주, 즉 자유(Liberty), 품위(Grace), 환상(Fantasy), 광채(Radiance), 운명(Destiny)이라는 주제로 디자인되고 분류됐다. 이번 컬렉션은 하우스의 하이 주얼리 역사상 가장 많은 제품을 자랑하는 메종 최대의 컬렉션이다(5년이라는 길지 않은 주얼리 역사를 고려하면 놀라운 행보).

    2018년부터 이 새로운 여정을 함께한 그녀는 루이 비통의 전통 패턴을 참신하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오랜 전통을 거스르지 않고 현대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모색했다. 먼저 그녀는 새로운 ‘LV컷’을 개발하고, 삼각형 셰이프와 비통의 V를 디자인 곳곳에 포함하며,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했다. “컬렉션의 다양한 제품에 크고 작은 삼각형을 더했어요. 이는 비통의 V를 뜻하고, 인간이 최초로 만들어낸 그래픽 심벌인 화살표와도 닮았죠.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는 우리를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녀는 원래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영국의 미술학교에 다녔는데, 회화에는 재능이 없었어요. 하지만 3D 디자인을 정말 즐겼어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제가 조각적 사고를 한다는 것을.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물체의 이면과 내부, 부피를 봅니다. 디테일과 비율에 대한 안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균형은 저에게 지극히 중요합니다. 금속 소재를 매우 좋아했고요. 그래서 주얼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더군요.“ 그녀는 그 후 7년 동안 주얼리 디자인에 매진했다. “오랫동안 공부한 셈이죠. 그리고 1년간 수습 기간을 거쳤습니다. 전부 8년이군요. 그러는 동안 손수 주얼리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어요.” 암피시트로프는 어느 분야든 진정으로 두각을 드러내려면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파리 작업실에 앉아 장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물론 그분들이 저보다 훨씬 뛰어나죠. 하지만 저는 보석의 질량, 금속의 성질 같은 공학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들과 일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덕분에 이런 비범한 작품이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비통의 장인 정신은 정말 놀라워요.”

    하지만 무엇보다 주얼리는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는 내 말에 동의했다. “저 또한 여자로서 주얼리를 착용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아주 잘 알죠. 편리성은 늘 인식하고 있어요. 귀고리는 너무 무거우면 안 되고, 목걸이는 몸의 움직임과 함께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녀의 타고난 감각과 일련의 노력은 몇백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주얼리 하우스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루이 비통의 하이 주얼리를 꽤 높은 수준에 올려놨다. 알다시피 루이 비통은 트렁크, 가방 브랜드로 출발한 패션 하우스다. 그래서인지 루이 비통의 주얼리는 다른 보석 메종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게다가 그녀가 합류하면서 주얼리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자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암피시트로프는 비통의 동시대적 주얼리 언어를 만들어내야 했다. 하우스의 주얼리 아카이브의 부재가 주얼리 메이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음, 분명 비통은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예요, 그렇잖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역사가 깊습니다. 가문의 놀라운 역사가 있고, 설립자의 유산도 굉장히 특별하죠. 저 역시 비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내부로 깊이 들어가면 그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비통은 늘 동시대적인 브랜드로 자리하길 갈망하죠. 분명히 굉장한 전통도 지녔고요. 하지만 그 전통에는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깃들어 있어요. 왜냐하면 비통은 항상 끊임없이 탐험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다음 단계로 전진하려 하죠. 당연히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많은 것을 읽고, 메종의 많은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었죠. 그런 다음 비로소 제가 생각하는 오늘날 비통의 하이 주얼리 언어를 만들 수 있었어요.”

    확실히 참고할 만한 기존의 ‘무언가’가 없다는 사실은 많은 자유를 선사한다. “어떤 것이 미래의 언어가 될 것인지 직접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전임자가 했던 일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참 환상적입니다. 내가 메종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게다가 하우스는 제게 많은 자유를 주었어요. 항상 아티스틱 디렉터를(하우스엔 세 명의 아티스틱 디렉터가 있다) 지지해주는 훌륭한 CEO가 있죠. 이렇듯 여러 아이디어와 소스가 곧 하우스의 연료가 됩니다.”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마이클 버크 회장은 팬데믹으로 원석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여행을 다니기 굉장히 어려웠으니까요. 만약 팬데믹이 1년 더 지속되었다면, 재앙이 따로 없었을 겁니다. 2년 정도 지나고 난 뒤, 실제로 보지 못한 원석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원석을 직접 봐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죠. 원석을 보지도 않고 구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가능하지만, 색깔이 있는 보석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버크는 루이 비통이 ‘세계 최고의 원석 공급책’과 함께 일하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꽤 상징적인 아카이브의 존재가 작업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아뇨.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메종의 아카이브는 분명 트렁크의 역사와 운송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각각 다른 운송 수단을 위한 러기지를 창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죠. 항공에서 증기선까지, 선박에서 기차 또 자동차로. 저는 그 점이 정말이지 흥미로워요. 왜냐하면 그건 항상 루이 비통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비통의 기록 보관소에는 주얼리가 없었습니다. 이 점이 흥미로웠어요. 비통은 첫 로고를 만들었고, 그 첫 로고를 등록했고, 누가 보더라도 모든 면에서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그 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하학적이고 현대적인 표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모든 곳에 LV 로고를 가져다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요?” 주얼리 착용자들은 주얼리가 언제까지나 경이로운 대상이기를 바란다. 암피시트로프의 말대로 브랜드를 드러내는 한편 지나치게 브랜드를 강조하지는 않는 것이 루이 비통 주얼리의 핵심이다. “너무 한쪽에 치우치면, 빨리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스피릿 컬렉션은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썼다. “내러티브 자체가 몹시 시적이고 신비롭다 보니, 디자인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일된 디테일을 만드는 데 주력했죠.” 버크 회장의 지원 아래 원석 사용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꽤 큰 사이즈의 작품을 디자인하는 그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하다. “주얼리를 착용할 때 무겁지 않게 만드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연극적이고, 드라마틱하며, 중요도가 높은 작품, 더 섬세한 작품도 있습니다. 아니면 거대한 소투아르도 있지만 사파이어가 달린 간결한 목걸이도 있어요. 이런 두 영역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어요.”

    18캐럿 사파이어를 수놓은 화이트 골드 목걸이부터 아프리카 부족 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은 골드 목걸이까지 그녀가 일관되게 내세운 모토는 바로 모더니티다. 여기에 다양한 기하학적 연출이 주얼리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모던하죠. 비통의 하이 주얼리가 지나치게 장식적이지 않다는 점에 현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비율을 아주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스톤과 장인 정신으로 매우 야심 찬 발상을 하곤 합니다. 저는 고객이 나이 들었다고 느끼거나 그렇게 보이게 하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젊은 여성이 우리 주얼리를 착용하기를 바라니까요.”

    그렇다고 루이 비통만의 시그니처 컨셉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스피릿 컬렉션의 눈에 띄는 특징은 삼각형과 V자형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그리고 다이아몬드에 구현된 모노그램 플라워컷(특허를 받은), 다미에 체커보드, 트렁크 같은 하우스의 미학 코드도 함께 등장한다. 삼각형을 비통(Vuitton)의 V와 정교하게 결합해 그래픽 패턴과 텍스처를 완성했다. 전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판타지(Fantasy) 목걸이는 옐로 골드 V형 무늬와 다이아몬드 파베 삼각형 패턴이 모여 완성됐다. 아프리카 부족 목걸이에서 영감을 받은 데스티니(Destiny) 목걸이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며, 여기엔 정교하게 선별한 모잠비크산 루비를 사용했다. 또 리버티(Liberty) 목걸이는 세분화한 다미에 패턴 디테일과 트렁크의 모서리 모티브를 디자인에 활용했다. 콜롬비아산 에메랄드와 희귀한 18캐럿 사파이어를 수놓은 화이트 골드 목걸이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갑옷 같다.

    4만 시간이 걸린 작품 125점으로 구성된 스피릿 컬렉션은 확실히 비교 대상이 없는 뛰어난 기교를 자랑했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쉴 새 없이 등장한 2박 3일의 마라케시 여행 동안 향긋한 지중해산 과일을 닮은 시트러스 컬러와 형형색색 스톤의 장대함이 카사블랑카를 여행하는 부유한 귀족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무수히 많은 내추럴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은 아라비안나이트의 꿈결 같은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디자이너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가 만들어가는 루이 비통의 주얼리는 확실히 일정 틀을 거부한 유동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여기에 다채로움과 젊고 모던한 개성이 계속 더해질 것이 분명하다. (VK)

    에디터
    손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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