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출 챌린지, 도전?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시대가 왔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매월 카드 명세서는 예상보다 더 큰 숫자를 보여줍니다. 월급은 바람처럼 빠르게 통장을 스쳐가고 남는 것은 허탈함뿐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체감경제고통지수 분석에 따르면, 15~29세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5년 집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연령대의 경제고통지수가 11.5~18.8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청년들은 모든 세대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을 크게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통은 곧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즐기자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일단 지르자는 ‘플렉스(Flex)’ 등의 트렌드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정반대의 개념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하여 ‘무지출’. 코로나19 후폭풍과 고금리, 고물가 등 경제 위축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무소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작된 것이 바로 ‘무지출 챌린지’입니다. 무지출 챌린지는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는 물건을 사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날을 늘려가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생필품의 범위는 자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지출 챌린지는 자신의 소비 습관을 재점검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는 ‘#무지출, #무지출챌린지, #무지출도전’ 등의 해시태그가 생겼고, ‘절약 브이로그’도 등장했습니다. 식재료를 새로 사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을 소비하는 ‘냉장고 파먹기’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매일 점심을 사 먹었다면 도시락으로 대체하고, 비싼 커피 대신 저가 프랜차이즈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도 무지출 챌린지입니다.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불필요한 OTT 서비스 구독을 해지하고, 통신 요금제는 알뜰 요금제로 바꾸는 것도 이에 포함됩니다.
무지출, 무소비 등은 실제로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KPR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SNS, 웹상의 빅데이터 약 12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의 소비 심리와 행태가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기간 무지출, 무소비 언급량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 상반기에 30%가량 증가했고, 플렉스나 욜로의 언급량은 11% 하락했습니다. 또 무지출, 무소비와 관련된 단어로 냉장고, 포인트, 중고 거래 등의 언급량이 올 상반기에 평균 51% 증가했죠.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는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컵라면만으로 끼니를 이어간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밥을 얻어먹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입니다. 그런 도전은 의미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죠.
소비하기 전 ‘꼭 필요한 지출’과 ‘하지 않아도 되는 지출’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 썼는지도 모르게 나가는 자잘한 낭비를 조금이라도 덜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절약에 한 걸음 다가간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소비하기 전에 ‘꼭 사야 하는지’ 한 번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통장 잔액을 더 남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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