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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일렉트로닉 듀오, 살라만다

2022.08.29

by 김나랑

    주목받는 일렉트로닉 듀오, 살라만다

    살라만다는 영혼의 듀오다. 서울 기반의 전자음악 프로듀서이자 DJ로 활동 중인 예츠비(Yetsuby)와 우만 써마(Uman Therma)가 만나 하나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음악을 만들고 튼다.

    리스너는 레프트필드 앰비언트 프로듀싱 듀오 살라만다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 살라만다가 그린 미지의 세계로 곧장 걸어 들어가고 만다. 두 발을 딛고 선 여기 아닌 어딘가로. 트랙이 끝나도, 음악이 사라져도 장면은 꿈결처럼 이어진다.

    살라만다는 2019년 3월에 발매한 <Our Lair> 싱글 앨범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의 레이블을 통해 세 개의 정규 앨범, 다수의 EP, 싱글 앨범을 발매해왔다. 라이브 공연 외에도 DJ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국내외 베뉴와 라디오 방송 플랫폼을 통해 믹스 세트를 공개해왔고, 최근에는 국내외 전시와 행사, 패션 브랜드를 위한 사운드트랙으로 참여하며 다채로운 활동과 신선한 시도를 이어간다. 경계를 지우고 장르를 넘나드는 두 사람은 생김새도 성격도 다르지만, 이들의 음악처럼 얼굴에서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읽힌다. 음악 작업을 향한 단단한 마음과 단번에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묘연함이.

    ‘살라만다(Salamanda)’는 신화에 나오는 불 속에 사는 도롱뇽에서 기인한 단어죠. 듀오의 이름을 ‘살라만다’라고 지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계기는 단순해요. 어느 날 둘이 카페에 앉아 만들고 싶은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할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이었어요. 살라가 만다의 다이어리에 그려진 도롱뇽 낙서를 보고 영감을 받아 순간적으로 짓게 됐죠. 도롱뇽이 영어로 ‘샐러맨더(Salamander)’예요. 하나의 활동명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를 ‘살라만다(Salamanda)’로 바꾸고, ‘살라(Sala)’와 ‘만다(Manda)’라는 활동명으로 나누어 우만이 살라를, 예츠비가 만다를 맡게 됐어요.

    최근 앨범은 지난 6월 발매한 <ashbalkum>이에요. 뉴욕 레이블 ‘휴먼 피치(Human Pitch)’를 통해 공개됐죠. 타이틀곡 ‘Overdose’를 포함한 10곡이 모두 황홀경처럼 펼쳐져요.   

    앨범을 준비할 때 항상 특정 주제 혹은 컨셉을 잡아 곡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이번 앨범은 욕조 안에 다양한 색의 형체가 가득 담긴 살라가 직접 그린 픽셀 그림을 보고 만다가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욕조에 몸을 담근 사람이 잠들어 꾸는 꿈에 대한 내용이에요. 수록된 트랙은 제각각 재미있고 요상한 꿈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업하면서도 리스너들이 이 곡을 들을 때 ‘과연 어떤 꿈일까’ 상상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만과 예츠비라는 이름으로 솔로로 활동할 때와 지금 듀오로 활동하며 만드는 음악 장르는 전혀 달라요.

    솔로로 활동할 때는 살라만다로서 만드는 앰비언트나 레프트필드의 장르가 아닌 주로 댄스 플로어에 중점을 둔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DJ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빠르고 파워풀한 브레이크, 정글, 풋워크, 베이스 장르의 음악을 틀거든요.

    두 사람이 하나의 팀으로 서로를 필요로 한 결정적 이유가 있을까요?  

    살라만다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이야기 나눌 때 알게 됐어요. 둘 다 댄스 플로어에서 지배적이던 하우스, 테크노 같은 장르가 아닌 컨템퍼러리, 익스페리멘탈, 앰비언트, 뉴에이지, 사운드트랙 같은 장르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왔고 또 그런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럼, 우리가 이런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자!’라는 한 가지 마음으로 영혼의 듀오가 됐죠. 처음에 바라고 그린 모습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에요. 같이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틀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보다 즐거울 순 없어요.

    기본적으로 앰비언트 음악은 그 특유의 잔잔하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살라만다가 만드는 앰비언트는 경계선을 지우고, 소리와 장르를 넘나들며 어디에도 없는 신비롭고 독특한 음악을 만든다고 느껴요.

    살라만다가 만드는 음악에 대해 설명할 때 편의상 앰비언트라는 장르로 이름 붙이곤 해요.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일컫는 앰비언트라는 장르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저희가 만드는 음악은 명상을 일으키거나 잔잔한 사운드보다 조금 더 생동감 있고 유쾌하면서 선명한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앰비언트 앞에 기존 장르 문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의미로 레프트필드를 붙여 소개하죠. 곡 작업할 때 특정 음악 장르나 틀에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고 재미있게 시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것이 함께 살라만다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살라만다 자체가 레프트필드라는 배경에서 태어난 건 아닐까 생각해요.

    살라만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두 발을 딛고 선 여기가 아닌 미지의 세계를 떠올리고 상상하게 돼요. 어떤 곡은 꿈속을 유영하는 듯하고, 어떤 곡은 공상과학소설이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에 놓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 꿈을 잘 꾸거나 상상을 잘 하는 편인가요?

    NFP로 끝나는 MBTI를 지닌 듀오로서 둘 다 평소에 엉뚱하고 이상한 상상을 종종 하는 것 같아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가상 세계와 생명체에도 관심이 엄청 많고요. 이를테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정령들이죠. 이렇게 직접 경험하거나 무의식에 새긴 꿈과 상상은 음악을 만들 때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제공하거나 음악의 질감과 톤 등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모두에게는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조각이 있다.” ‘NTS Radio’의 한 영상에서 살라만다가 자신을 소개하는 내레이션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과거 기억의 조각 역시 살라와 만다의 일상과 음악 작업에 영향을 주는 편인가요?

    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과 기억, 그 시공간의 우리 자신으로 돌아가 그때 기분으로 곡 작업을 하려고 해요. 예컨대 ‘사과’라는 곡이 있다면, 사과를 표현하기보다 사과를 베어 문 어느 날을 회상하며 리스너 역시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만든 곡도 있어요. 지난해에 독일 ‘Tax Free Records’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 중 저희 트랙 ‘Butterfly’는 영화 <미드소마(Midsommar)>의 한 장면을 표현해보았는데, 어떤 장면인지는 들어보면 알아채실 것 같아요.

    잊지 못할 혹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최초의 음악적 경험의 순간이 궁금해요.

    홍대 근처의 스튜디오 겸 라이브 공연장 생기 스튜디오에서 매해 꾸준히 ‘비애클럽’이라는 파티를 진행하고 있어요. 촛불 조명 속에서 앰비언트, 익스페리멘탈 위주의 다채로운 DJ 세트를 누워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예요. 이 파티에서 살라만다로서 첫 DJ 세트를 선보인 뒤 다른 분들의 세트를 감상했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 전까지는 오프라인에서 이런 장르와 분위기의 세트를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더 많은 DJ 세트, 믹스 세트를 찾아 들어보면서 ‘우리도 멋있는 앰비언트 세트를 꼭 만들어봐야지’ 생각하며 새로운 영감과 곡 작업에 대한 의욕이 샘솟았어요.

    살라만다의 음악에선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접할 수 있어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재료 삼아 채집하는 ‘필드 레코딩’을 통해 소리의 다채로움을 더하죠. 특히 어떤 소리를 귀담아듣고 채집하나요?

    새소리나 바람, 풀, 벌레 소리 등 자연에서 오는 소리를 많이 수집해 음악에 사용하고 있어요. 그 밖에도 자전거 벨 소리나 공사 현장의 드릴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와 같이 도시 소음으로 규정되는 소리 역시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어 채집 후 편집 과정을 거쳐 음악에 녹여 사용하고요. 명백한 기준을 두고 일상의 소리를 활용하기보다 듣기에 음악적이라고 느끼는 소리를 채집한 후 편집해 사용하거나 타악기나 효과음으로 써도 재미있겠다 싶은 소리라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녹음 버튼을 눌러요.

    살라만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살라만다가 가장 이해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두 사람은 무엇을 가장 이해하고 싶은가요?  

    살라는 앞자리가 바뀐 후 계속 제삼자로서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요. 그것 말고는 달 표면의 촉감과 작은 공룡들을 바라보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머릿속이 궁금해요. 만다는 반려묘를 키우는데, 진심으로 집 고양이들을 이해하고 싶어요.

    우리는 어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음악을 통해 도피하기도 하고 음악을 통해 직접 부딪혀보자는 용기를 얻기도 해요. 두 사람에게 음악은 현실에서 어떤 매개로 작용하나요?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을 위로하려고 음악을 듣고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음악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잖아요. 가사가 있든 없든 모든 창작자는 감정이나 의도를 담아 작업물을 만들고, 리스너는 그것을 듣고 공감하거나 위로받고요. 창작자이자 리스너로서 음악은 도피 창구이자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매개체예요.

    앞으로 그리는 살라만다의 모습 혹은 듀오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무용 음악 만들기나 부자 되기 등의 답을 해왔다면, 요즘은 그냥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NTS Radio’ 영상의 내레이션 말미에 “우리는 당신에게 새로운 기억의 조각을 안겨주려고 한다”라고 말합니다. 살라만다가 대중에게, 우리에게 안겨주려는 ‘새로운 기억의 조각’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믹스나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 즐겁고 인상 깊어서 잊히지 않을 하나의 새로운 기억의 조각이 되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김나랑
    배단비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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