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젊은 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곳 #친절한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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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젊은 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곳 #친절한도슨트

2023-01-15T01:17:40+00:00 2023.01.15|

만약 제가 갤러리를 운영한다면 전 세계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들이 대거 서울을 찾는 시기에 맞춰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을 열 겁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온 관계자들이진정한 한국 작가, 즉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한 작가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소문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연하지만, 이들은 한국 미술의 과거인 동시에 현재이며 또한 미래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특유의 기운을 품고 있죠. 열망이라 해도 좋고, 패기라 해도 좋습니다. 세상에 자신을 다 내보이지 못한 이들은 베테랑이 지닌 작업의 깊이와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대신 응축된 에너지, 생명력을 발산합니다. 불확실하고 불확정한 미술의 길에 들어서서 자기만의 호흡으로 달리기 시작한 이들은 이미 용감합니다. 이들의 균일하지 않은 언어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 전경,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 전경,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 전경,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그런 면에서 송은문화재단이 매년 연말이면 개최하는 <송은미술대상전>은 웬만하면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전시 중 하나입니다. 2001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송은미술대상전>이야말로 동시대 한국 미술의 젊은 시선을 담아내며 미술사의 첫 장을 기록해왔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 만하죠. 2021 20주년을 맞이해 참여 작가를 기존 4인에서 20인으로 확대, 그중 대상 1명을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영광의 1인이 아닐 겁니다. 지금, 오늘을 기록하는 20인의 존재지요. 올해의 주인공들을 일일이 호명해볼까요. 고재욱, 김영글, 김현석, 노은주, 박그림, 박아람, 박윤주, 손혜경, 안성석, 애나한, 이수진, 이희준, 장종완, 전보경, 전혜림, 전혜주, 정지현, 정희민, 최고은, 황원해 작가, 모두 축하합니다. 

장종완, ‘뉴 슈가_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2022, 리넨에 아크릴릭 과슈, 227.5×364.3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황원해, ‘Unwind’, 2022, 캔버스에 아크릴, 240×223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김현석, ‘환영의 변증법’, 2022, 2채널 비디오, UHD, 컬러, 반복, 인공지능 모델(Gpt-3, Stable Diffusion), 167×80×100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김영글, ‘머뭇거리는 사이’, 2022, 책상, 의자, 시들어가는 꽃과 꽃병, 종이에 펜으로 쓴 시, 가변 설치, 디테일 컷,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거의 1980년대생으로 구성된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한국 사회에서 MZ세대라 통칭되는 이들의 시선이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를 고스란히 비춰냅니다. 먼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전통적인 회화를 개념적으로 실험한 작업이 눈에 띕니다. 억울한 죽음을 기록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희생을 애도하기도 하고, 불안과 비극으로 점철된 현대사회를 희극적으로 그려내는 작품도 있군요. 도시화와 산업화, 도시 풍경과 일상 풍경 등도 자신이 속한 세계의 주관적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작가들의 특성을 말해줍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 실존을 디지털화하는 방식, 가상 세계와 만화 등의 이미지에서 추출한 여성, 소수자와 퀴어 정체성 등의 키워드도 읽힙니다. 이렇듯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모습은 생경하지만 의미 있는 지형을 그려냅니다. 

전혜림, ‘면면체-호작도’, 2022,캔버스 틀 구조물 위에 캔버스 천, 젯소, 아크릴, 유화, 234.7×224.5×167.5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애나한, ‘Pink Snare’,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나무, LED, 은박, 아크릴, 유포실사, 300×300×300cm, 디테일 컷(페인팅 33×45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최고은, ‘나의 오른손이를 보셨습니까?’, 2022, 시트지 프린트, 아크릴, UV 프린트, 미러_디크로익 필름, 라즈페리파이, 카메라_250×150×350cm,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고재욱, ‘모범적인 조연들’, 2022, Pla(전분 플라스틱)에 유채,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젊은 작업이 포진한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스무 명에 이르는 이들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그럴듯하게 엮어내야 한다는 강박 없이 한 작품 한 작품에 몰두할 수 있지요. 오프닝 날인 덕분에 종종 작가들이 보이더군요. 우스꽝스러운 선글라스를 끼고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노는 무리도, 지인들과 진지한 담소를 나누는 작가도, 저마다 다르게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교집합이 있다면, 다름 아닌 예술을 통해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알아내고자 한다는 게 아닐까 싶더군요. 젊은 작가들은 자기 행위의 유일한 주체이기를 욕망합니다. 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젊기 때문이 아니라 기꺼이 스스로 소우주가 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그 안에서 저도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2 18일까지 송은아트센터에서 이 색색의 소우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