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미래 식량? 수상하고 초현대적인 단백질 분말의 정체

2023.05.29

by 류가영

    미래 식량? 수상하고 초현대적인 단백질 분말의 정체

    허공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수상한 초현대적 단백질 분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셰프 겸 작가 타마르 아들러(Tamar Adler)가 직접 핀란드로 향했다

    맨해튼 51번가에서 7번가에 이르기까지, 숯불에 구운 양고기 향이 겨울 공기 사이로 군침이 돌도록 퍼져 나가고 있었다. 뭐라도 입에 넣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예약해둔 프렌치 시푸드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Le Bernardin)까지 몇 발자국 남지 않은 상태였다. 오늘 밤 음미할 메뉴는 부드러운 가오리 날개나 송어 요리는 아니었다. 나를 기다리는 것은 르 베르나르댕의 공동 대표 에릭 리페르(Éric Ripert)가 뉴욕 최초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의 식품으로 요리한 메뉴였다. 네이처스 파인드에서 취급하는 건 해산물이 아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건 나사(NASA)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산성 온천에서 발견한 ‘푸사륨 균주 플라보라피스(Fusarium Strain Flavolapis)’, 즉 ‘파이(Fy)’로 만든 대체 단백질 식품이다. “꽤 환상적이죠?” 리페르가 첫 번째 코스 요리를 갖다주며 입을 열었다. 새빨간 토마토 소스에 둘러싸인 유콘(Yukon) 골드 감자, 니스식 샐러드와 카스텔베트라노 올리브가 네이처스 파인드 크림치즈로 덮여 있었다.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단 맛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이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곰팡이로 만든 크림치즈에서는 적절한 풍미와 함께 마스카르포네의 산뜻한 신맛이 감돌았다. 안에는 스위스 머랭과 비슷한 식감의 잔잔한 거품을 품고 있었다. 여기에 곁들인 쥐라의 화이트 와인 루세트 뒤 뷔제와 완벽히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파이 파우더를 솔솔 뿌린 헤이즐넛 프랄린 휘핑 무스 초콜릿 와플 콘과 무화과잎을 올린 네이처스 파인드 크림치즈 휘핑 아이스크림까지, 디저트도 기대 이상이었다. 식량 위기에 대한 암울한 소식을 접하며 심지어 음모론까지도 곧잘 믿어버리곤 하던 나는 한동안 인류의 미래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을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이 농업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거주 가능한 땅의 절반 이상이 이미 최대치로 경작되고 있으며, 2050년 예상 인구인 100억 명을 먹여 살리려면 전체 식량 생산량을 지금보다 70% 이상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인류의 폭발적인 단백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가축을 기르는 일은 여러 한계와 맞부딪혔다. 그럴듯한 대안으로 각광받던 식물성 버거의 인기도 이런저런 지적(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도 표토, 물, 화석연료 등 막대한 양의 자원이 소비된다는 사실 등) 때문에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리페르는 이런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안이 될 파이의 미래 가치에 완전히 매료돼 있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라미 피에르(L’Ami Pierre)에도 이미 파이로 만든 메뉴를 추가해둔 참이었다. “트레이 하나로 닭 20마리분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니까요!” 내가 소테른의 마지막 한 방울을 들이켜자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이처스 파인드의 크림치즈와 아침 식사용 패티는 현재 홀푸드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코펜하겐 레스토랑 노마(Noma) 출신으로 현재 네이처스 파인드의 요리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알렉산더 플롯킨(Alexander Plotkin)은 파이로 만든 소시지와 크랩 케이크를 즐겨 먹고 있으며, 맛이 아주 훌륭하다는 첨언을 보내왔다.

    식량의 미래를 걱정하던 내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나는 미생물로 고기를 만든다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고, 핀란드 에스포에 있는 솔라 푸즈(Solar Foods)에서 최근 7,000만 유로의 투자금을 유치받아 흥미로운 특허를 따냈다는 소식도 들었다. 수소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 박테리아에 공기를 주입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신기술이었다. 전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들에겐 파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설탕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이 핀란드산 미생물은 인간이 공기 중에 무한정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마법처럼 식량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당장 헬싱키로 날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놀라운 뉴스였다.

    장장 12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나는 미생물에 대해 공부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의 존재를 최초로 밝힌 이는 네덜란드 출신의 미생물학자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Antonie van Leeuwenhoek)으로 1676년 어느 날, 자신의 치아에서 긁어낸 플라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그는 놀라움에 휩싸여 이런 기록을 남긴다. “정말 놀랍게도, 살아 움직이는 극미 동물을 볼 수 있었다. 눈으로 관찰하기에는 너무 작은 이 미생물 100마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한들 작은 모래알 하나의 크기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19세기 영국 의사 조지프 리스터는 감염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추론에 근거해 방부제를 발명했다.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는 각각 미생물이 다양한 질병 치료와 빵의 발효, 맥주 양조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미생물은 박테리아, 고세균, 균류, 조류, 원생동물과 바이러스 등으로 세분되며 광활한 지형도를 완성해갔다.

    얘기가 너무 지루한가? 경련이 나는 목을 붙잡고 경유를 위해 새벽 5시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원고 초안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 속도를 붙이겠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어떤 미생물(이를테면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와인과 치즈 발효에 쓰이는 미생물)은 우리에게 유용하지만 어떤 미생물은 그렇지 않다. 인체에는 수조 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960년대에 나사는 우주 비행사가 장기간 폐쇄된 공간에서 생존하는 데 미생물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나사는 결국 수소와 이산화탄소 같은 흔한 기체를 생명의 필수 구성 요소인 단백질로 전환하는 흥미로운 미생물의 존재를 발견해냈다. 이 연구는 기술의 한계로 50년 동안 중단됐다가 유한한 자원과 굶주린 인구, 기후 위기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에 봉착한 현대에 와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여독을 풀기 위해 곧바로 헬싱키의 중앙 항구 근처에 있는 어반 스파 알라스 시 풀(Allas Sea Pool)로 향했다.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진득하게 휴식을 취하던 내게 노부인들이 발트해에 뛰어들기를 권했고, 덕분에 심신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노곤한 몸으로 가벼운 샴페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즐기며 나는 다음 날 방문할 솔라 푸즈에서 어떤 미래적 풍경을 목격하게 될지 상상했다. 달걀노른자로 만든 크림을 뿌린 양고기 타르타르가 등장할 때는 미래의 손주들도 과연 이 타르타르와 차가운 샴페인을 함께 음미할 때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핀란드의 ‘국민 착장’인 양모 비니와 패딩 코트 차림으로 백팩을 멘 채 헬싱키 중앙 기차역 부근의 작은 공장으로 향했다. 아무 표시도 없는 문을 열자 ‘단백질의 해방자(Liberator of Protein)’라는 모토가 적힌 실험용 가운을 입은 과학자 무리들이 눈에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미생물 덩어리로 가득한 페트리 접시를 현미경으로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특허 번호 VTT-E-193585. 솔라 푸즈에서 ‘솔레인(Solein)’이라 칭하는 사프란 옐로 컬러의 작은 덩어리들이 그 안에 꿈틀대고 있었다. 여기에서 양고기와 달걀 노른자 크림이 탄생한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크기였다. 솔레인은 65~70%의 단백질(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 포함), 5~8%의 지방, 10~15%의 식이섬유, 3~5%의 철분과 비타민 B 같은 미네랄 영양소로 이루어져 있다. 솔레인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없어지지 않는 왕사탕’을 만들어내는 기계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 앞으로 안내 받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로 작동하는 이 기계를 통해 자연 광합성보다 20배 더 효율적으로 수소,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가 달걀과 우유, 치즈와 마요네즈, 육류를 대체하는 솔레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곧이어 솔라 푸즈 CEO 파시 바이니카(Pasi Vainikka), 제품 개발자 안나 해캐미에스(Anna Häkämies)와 시니 뫼퇴넨(Sini Möttönen)을 포함한 연구원들이 테스트 키친으로 모여들었다. 세바스티안 보르그(Sebastian Borg)라는 셰프가 그들 앞에서 고운 사프란 가루가 담긴 작은 유리 비커를 집어 들었다. EU에서는 ‘1997년 5월 15일 이전까지 EU에서 인간이 상당한 정도로 소비하지 않은’ 모든 식품에 대해 아주 배타적으로 ‘신규 식품(Novel Food)’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어떤 물질이 식품으로 인정받으려면 공중 보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안전하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보다 영양학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 지침에 따르면 솔레인은 아직 식품으로 분류될 수 없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거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파우더에 코를 가까이 대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조심스럽게 아로마 화합물에 혀끝을 갖다 댔다. 깔끔한 감칠맛에 포르치니 버섯 맛도 희미하게 느껴졌다. 가루에서 나는 풍부한 흙 내음은 놀랍게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 직후 터져 나온 나의 격렬한 기침에 자리에 있던 중역들이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제발 죽지 마세요”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다행히 식도가 아닌 기도로 미생물의 일부를 섭취한 것뿐이었다.

    고기 같은 질감을 내기 위해 압출기를 통과한 솔레인은 정말 고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맛볼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 대신 솔레인으로 달걀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보르그 셰프는 솔레인과 유채씨유, 물, 소금을 넣은 그릇을 내게 건넸다. 내용물을 살짝 맛보자 정말 날달걀 맛이 났다. 제품 개발자 해캐미에스와 뫼퇴넨은 이 대체 달걀을 응고시키는 방법을 현재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르그 셰프가 솔레인 달걀과 밀가루를 볼에 넣고 치대며 달걀노른자 20개를 넣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의 탈리아텔레 반죽을 탄생시켰다. 반죽은 실리 퍼티 장난감처럼 탄력 있게 말캉거렸다. 그다음으로 맛본 솔레인 크림치즈는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해캐미에스와 뫼퇴넨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가 최종 목표였어요”라고 고백했다. 나는 기꺼이 이 미생물 덩어리를 베이글에 한 움큼 펴 발라 먹을수 있을 것 같았다. 솔레인 크림치즈의 다양한 레시피를 보여주겠다면서 보르그 셰프는 솔레인 크림치즈를 마스카르포네처럼 활용해 구운 야생 노란 버섯, 시금치와 함께 파스타 소스에 넣고 섞었다. 우린 다 함께 토르텔리니를 만들었다. 요리의 주재료는 생경한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우리는 집에서 요리하듯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익숙하게 토르텔리니 반죽에 속을 채웠다. 보르그 셰프가 반죽을 오븐에서 꺼낼 때 풍겨 나오던 야생 버섯의 냄새는 정말이지 황홀했다. 짭짤하고, 크리미하며, 충분히 배부른 토르텔리니 요리는 한 끼 식사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해캐미에스는 솔레인이 아주 충분한 철분과 비타민 B, 식이섬유, 지방과 단백질을 품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솔레인을 칭송했다. CEO 바이니카가 이야기를 거들었다. “영양이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집중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대체 단백질을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양가가 충분한 균형 잡힌 초현대적 식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옆에서 보르그 셰프가 확실히 점성이 생길 때까지 솔레인 달걀을 라임, 레몬 껍질과 함께 휘저으며 솔레인 마요네즈를 만들어냈다. 곧이어 구운 브뤼셀 양배추와 사과 샐러드 위에 화룡점정으로 마요네즈 한 덩이를 얹은 근사한 또 하나의 요리가 완성되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흥미로운 솔레인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본 적 있다고 하자 점심 식사는 마크루트 라임 향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모두 함께 음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배불리 먹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캐미에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요거트, 스무디, 스크램블드에그, 팔라펠, 버거, 돼지고기, 단백질 바, 시리얼, 수프 등 솔레인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했다. 아주 희미한 빛만 하늘에 감돌고 있을 때 헬싱키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나는 이번 여정에서 과연 식량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회복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자 떠오른 솔라 푸즈 홍보 담당자의 이야기. “우리의 목표는 농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원이 극도로 집약된 상태를 그렇지 않은 상태로 바꿔 토지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농장과 실험실이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라 푸즈는 2024년까지 솔레인 토양에서 생산된 식품이 미국 시장에 유통, 판매될 수 있는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포함한 여러 화성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우주에서 솔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휴대용 생물 반응기도 개발 중이다. 우주에 민간 상업 및 주거 지역을 건설하는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의 의뢰로 건축가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설계해 내년에 오픈할 우주 호텔에서도 솔레인의 다양한 레시피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샴페인 코르크가 무중력 상태에서 터지든 안 터지든, 적어도 5,500만 달러, 약 718억원을 지불한 호텔 투숙객들은 야생 버섯 솔레인 토르텔리니를 음미하며 웅장한 모험과 위대한 미래를 향해 건배하게 될 것이다. VL

      TAMAR ADLER
      사진
      GETTYIMAGESKOREA
      에디터
      류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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