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페미닌의 새로운 기준, 피비 파일로의 첫 컬렉션

2023.11.01

by 안건호

  • Sarah Mower

페미닌의 새로운 기준, 피비 파일로의 첫 컬렉션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 바로 어제, 피비 파일로의 웹사이트가 정식 오픈한 것. 그녀가 셀린느를 떠난 지 5년 만이자 지난 7월 27일, 피비 파일로 웹사이트가 고객 등록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피비의 복귀를 둘러싼 기대감은 패션계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 최근 많은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임하며, 그 기대감은 부풀어만 갔다.

01c, Courtesy of PP Ltd.
04c, Courtesy of PP Ltd.
15c, Courtesy of PP Ltd.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비는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실루엣과 이미지가 강렬한 것은 물론, 특유의 요상함과 에로티시즘, 유머가 웨어러블한 방식으로 녹아 있다. 대부분의 모델이 밑을 내려다보는 캠페인 이미지에서 엿볼 수 있듯, 피비는 자신감에 찬 여성들을 그려냈다.

Courtesy of PP Ltd.

브랜드 본사를 방문하자, 패션을 바라보는 그녀의 ‘여성적 시선’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런던의 한 건물 뒤에 위치한 쇼룸에서는 피비 파일로라는 럭셔리 브랜드가 새로이 탄생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베테랑 디자이너인 피비는 이미 인-하우스 아틀리에를 구축해 파리에서도 최고로 손꼽힐 만한 품질의 옷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품군 역시 다양하다. 테일러드 재킷, 레더 재킷, 코트, 캐주얼한 아이템은 물론 슈즈와 백, 선글라스, 주얼리까지.

피비는 늘 독창적인 실루엣을 선보였고, 옷 입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많은 이들이 피비를 그리워한 것도 그녀만의 스타일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정식 명칭은 컬렉션이 아니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하겠다)을 통해 피비가 제안하는 스타일은? 동그란 숄더 라인과 팬츠, 그리고 어떤 룩과도 잘 어울릴 하이힐.

그녀가 추천하는 하이힐의 스타일은 매우 구체적이다. 발등을 대부분 가리고, 굽은 높고 와이드하며 실루엣은 클래식하다. 요약하자면, 섹시한 스틸레토 펌프스다.

코트는 A2. 울 모헤어 소재의 밀라니즈 팬츠와 레더 소재의 소프트 스퀘어토 펌프 90. Courtesy of PP Ltd.

과장된 실루엣의 숄더 라인은 둥근 곡선이 가장 큰 특징이다. 1980년대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클로드 몬타나를 연상시킨다고 해야 할까? 페플럼 장식의 다크 브라운 레더 재킷과 와이드 팬츠를 입고 비스듬히 서 있는 모델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Courtesy of PP Ltd.
탈착 가능한 스카프를 더한 라우렐 레더 소재의 재킷. 스카프의 전면은 라우렐 레더, 뒷면은 시어링으로 마무리했다. 시가 컬러 드롭 팬츠의 소재는 멜란지 울 트윌.
탈착 가능한 스카프가 달린 레더 재킷. 멜란지 울 트윌 소재의 밀라니즈 팬츠, 모카 레더 슈즈는 클럽 로퍼 60. 모델이 손에 들고 있는 드라이브 백은 퀼팅 디테일이 특징이다.

수많은 파일로-파일(Philo-phile, 피비 파일로의 열렬한 팬층을 일컫는다)이 알고 있듯, 피비 파일로가 가장 ‘잘 만드는’ 아이템은 팬츠다. 이번 컬렉션은 팬츠 뷔페나 다름없다. 앞에서 볼 때는 평범한 듯하지만 지퍼가 뒷면에 달린 색다른 팬츠, 예티를 연상시키는 컬러와 질감, 해체적인 카고 팬츠 같은 ‘특별식’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데님, 레깅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피비는 시크한 룩을 완성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재킷에 달린 탈착 가능한 스카프가 완벽한 예시다. 넉넉한 길이 덕에 드레이프는 물론, 뷔스티에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컬렉션’은 정식 컬렉션이 아니다. 피비 파일로는 어제 출시된 제품군에 A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A1의 판매는 12월까지 이어지며, A2 판매는 2024년 봄에 시작된다. 브랜드가 컬렉션 대신 채택한 단어는 바로 ‘Edits’. 트렌드를 거부하고,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옷을 선보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 모든 ‘Edits’ 역시 A1처럼 공식 웹사이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한 피비다운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수년간 빈티지 시장에서 올드 셀린느를 찾아 헤매던 파일로-파일들이 슬퍼할 소식이 하나 있다. A1을 출시하며 피비 파일로는 과잉 생산을 최대한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야 피비 파일로의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면, 대부분의 아이템이 ‘솔드 아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칼라가 돋보이는 코튼 셔츠, 털 장식의 블랙 비스코스 트윌 팬츠, 레더 소재의 소프트 스퀘어토 펌프 90.
크림 컬러의 비스코스 트윌 팬츠. 전면부에만 달린 털 장식이 포인트이며, 손으로 빗어서 만들었다.
매니시한 매력의 블랙 울 캐시미어 코트와 스투코 코튼 포플린 빅 셔츠.
아세테이트 소재의 봄베(Bombé) 선글라스, 카고 재킷과 팬츠의 소재는 실크 비스코스 캔버스.
아세테이트 소재의 피크 선글라스. 차콜 컬러의 하이넥 톱은 메리노 울과 야크 울을 혼방해 완성했다. 날렵한 굽이 돋보이는 스퀘어토 슈즈는 클럽 로퍼 60. 팬츠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울 캐시미어 소재의 코트, 스투코 코튼 포플린 소재의 빅 셔츠, 멜란지 울 소재의 집 팬츠.
레더 소재의 코트 드레스, 새틴과 배라시아 울 소재의 집 팬츠.
비대칭 실루엣의 톱은 스투코 스트레치 실크 새틴으로 만들었다.
비대칭 실루엣의 톱은 스투코 스트레치 실크 새틴으로 만들었다.
멜란지 울 트윌 소재의 비대칭 실루엣 톱, 멜란지 울 트윌 소재의 밀라니즈 팬츠, 레더 소재의 스퀘어토 펌프 90.
아세테이트 소재의 봄베 선글라스, 레더 집 재킷, 레더 소프트 스퀘어토 앵클부츠 90. 거친 인상의 비스코스 트윌 스커트는 손으로 빗은 털 장식을 더해 완성했다.
본디드 새틴 소재의 숏 코트, 레더 소재의 클럽 로퍼 60. A2 팬츠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아세테이트 소재의 봄베 선글라스, 자바 브라운 컬러의 슈즈는 클럽 로퍼 60. 캐비아 색상의 더블브레스트 코트는 시어링 소재로, 하이넥 톱은 셔닐 실로 완성했다.
스투코 스트레치 실크 새틴 소재의 스카프 톱. 팬츠와 슈즈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울 캐시미어 소재의 오버사이즈 코트, 코튼 포플린 소재의 셔츠. 팬츠와 슈즈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손으로 빗은 털 장식의 비스코스 트윌 코트, 슈즈는 클럽 로퍼 60. 팬츠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아세테이트 소재의 봄베 선글라스, 울 트윌 소재의 밀라니즈 재킷, 코튼 포플린 소재의 칼라 셔츠, 멜란지 울 트윌 소재의 밀라니즈 팬츠. 백은 A2 제품으로 2024년 봄 출시 예정.
스트레치 실크 새틴 소재의 스카프 톱, 슈즈는 클럽 로퍼 60. 팬츠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입체적인 질감의 코트 드레스, 팬츠는 A2 제품으로 2024년 봄 출시 예정.
코트와 슈즈는 A2. 웨이브 프린팅이 특징인 레깅스는 폴리아미드 소재로 완성했다.
코트는 A2. 웨이브 프린팅이 특징인 레깅스는 폴리아미드 소재로 완성했다.
아세테이트 소재의 봄베 선글라스, 슈룸 멜란지 울 트윌 소재의 밀라니즈 재킷과 팬츠.
드레이프 실루엣이 돋보이는 크림 컬러 코트는 캐시미어 울로 완성했다. 팬츠는 2024년 봄 출시 예정.
Courtesy of PP Ltd.
Courtesy of PP Ltd.
사진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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