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아야 할 2024년 주요 패션 트렌드
2024년 가장 주목받은 컬렉션을 꼽으라면, 단연 무대 없이 치러진 피비 파일로의 온라인 컬렉션입니다.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떠난 지 5년 만의 복귀작이었으며, 예정된 9월 공개 일정이 미뤄지자 한 달 내내 피비에 대한 이야기로 패션 계정이 떠들썩할 정도였죠. 일정을 미룬 것이 2024 S/S 컬렉션 디자이너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는지, 컬렉션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브랜드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떠나는 사람도 새로 등장한 인물도 있었죠. 2024 S/S 컬렉션을 끝으로 사라 버튼은 알렉산더 맥퀸을 떠났고, 가브리엘라 허스트 또한 마지막 끌로에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톰 포드가 떠난 자리를 피터 호킹스가 차지했고, 구찌는 사바토 데 사르노, 헬무트 랭은 피터 도, 까르벵은 루이스 트로터가 새로이 등장했죠. 케어링 그룹 중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이끄는 패션 브랜드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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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균형과 얼어붙은 경제 상황, 정치적 분쟁에도 디자이너들은 2024 S/S 런웨이만큼은 안전지대로 정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던 이들은 클래식의 회귀를 이야기하며 이전보다 차분해진 팔레트로 나섰죠. 물론 그 와중에도 빨간색은 살아남았지만요. 한겨울에도 시스루로 라인을 드러내던 과감함은 뒤로하고 봄/여름 컬렉션에도 셔츠에 아우터까지 꼼꼼하게 챙겨 입었습니다. 트렌치 코트, 펜슬 스커트, 팬츠 수트, 청바지 등 옷장의 필수 아이템으로 무장한 절제된 시크함이 유행하고 있죠.
뉴욕을 거쳐 런던, 밀라노, 파리 컬렉션까지 1만1,000여 개 이미지를 스캔한 패션 검색엔진 태그워크(Tagwalk)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태그가 붙은 룩은 지난해에 비해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대 태그가 붙은 룩 또한 42% 증가했죠. 반면 (브랜드) 로고 태그가 붙은 룩은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미니멀하고 심플한 1990년대 스타일의 유행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캐롤리 베셋 케네디‘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든 룩에서 그녀가 떠올랐죠.
올 봄과 여름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요? 좋은 소식이라면 당신이 이미 봄의 핵심 요소 대부분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이트 청바지에 잘 재단된 블레이저, 메리 제인 스니커즈는 올해 내내 유행할 듯하죠. 어젯밤 신은 하이힐에 양말, 노트북, 지갑, 열쇠 등 물건으로 가득 찬 큰 볼링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도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미우 덕분에 가능해졌죠. 그는 자신의 쇼가 현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라고 말했습니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움, 독특한 캐릭터의 포용, 삶의 즐거움(Not beauty, but beauties, an embracing of unique characters, the joy of life)”이라고요. 우리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해볼까요?
마이크로 쇼츠
이 정도 길이라도 남아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지난해 팬츠리스 룩이 등장하면서 앞으로의 트렌드가 어떤 흐름으로 갈지 아찔했죠. 물론 이 정도 길이감도 쉽지 않지만, 올 시스루 드레스에 비하면 절충안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우선 밀라노에서 구찌와 프라다가 쇼츠를 선보인 데 이어 파리에서도 샤넬을 비롯해 알렉산더 맥퀸, 이자벨 마랑의 모델들까지 짧은 쇼츠를 입고 캣워크를 걸었죠. 확실히 올해 트렌드라는 얘기죠.
화이트 드레스
데님과 네온이 휩쓸던 자리는 블랙과 그레이, 화이트, 브라운 등 무채색이 차지했습니다. 유독 화이트 컬러 드레스가 눈에 띄었고요. 투명하고 얇은 소재부터 자수 장식과 촘촘한 세공까지, 디자이너들은 화사함과 생동감을 품은 파스텔 컬러 룩 가운데 백조 같은 흰색 드레스로 변신해볼 것을 권했죠.
하이 라이즈 팬츠
시즌 실루엣을 정의하는 조나단 앤더슨을 믿어보세요. 로에베에서의 10년을 기념하며 슈퍼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보였거든요. 팬츠에는 가슴 아래를 고정하는 코르셋이 내장돼 있을 정도로 하이 라이즈 스타일이었습니다. 좋은 소식은 알라이아, 에르메스, 루이 비통, 생 로랑 등의 디자이너들이 증명했듯 적당한 길이의 바지는 즉각적으로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장미 정원
튤 드레스 안으로 싱그러운 연분홍색 긴 줄기의 장미를 꽂은 시몬 로샤는 꽃 하나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장미라는 특수성이 더해지기도 했죠. 봄을 맞으며 곳곳에 꽃을 배치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장미’를 향한 디자이너들의 세레나데는 4대 패션 도시 전역에 울려 퍼졌습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쇼 며칠 전 발망 컬렉션의 대부분을 도난당한 후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고, 꽃이 만발한 런웨이를 앞두고 “Rose is a rose is a rose”라는 문구가 담긴 거트루드 스타인이 1913년에 쓴 시 ‘신성한 에밀리(Sacred Emily)’를 인용했습니다. 사라 버튼은 핏빛 장미를 마지막으로 26년간 몸담은 알렉산더 맥퀸을 떠났죠. 장미 프린트, 꽃 장식, 입체적인 아플리케, 꽃잎 모양 실루엣 등 레이 가와쿠보부터 리차드 퀸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폴로 클럽의 부활
미우치아 여사가 폴로 셔츠가 다시 돌아올 거라 말하면,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요? 미우미우가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쇼로 떠오른 가운데, 남성용 보드 쇼츠부터 러플 장식의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골드 브로케이드 시프트 드레스, 시퀸 장식 블라우스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활용된 겸손한 칼라 코튼 스타일은 올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컨트리클럽 분위기는 드리스 반 노튼과 디스퀘어드2에서 럭비 셔츠로 나타났고, 샤넬과 더 로우는 각각 플립플롭과 스파 타월로 룩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연출하는 비결이 궁금하다고요? 우선 머리부터 헝클어뜨리세요!
시스루 스커트
드레스 전체가 시스루 소재였거나 란제리 스타일의 드레스가 유행한 것에 비해 2024년은 좀 더 차분해지고 있습니다. 하늘하늘하고 청량한 느낌의 스커트를 밤낮으로 입을 수 있는 레이스 룩으로 변신을 시도했죠. 캐롤리나 헤레라, 코페르니, 지방시, 알투자라까지 시스루 펜슬 스커트에 톱 핸들 백을 매치해 여성스러운 무드를 만들어냈죠. 시스루라고 여성스럽기만 한 건 아닙니다. 루이 비통처럼 여러 겹을 레이어드하거나 디올처럼 수트 스타일링으로 연출하거나, 까르벵처럼 오버사이즈 이너와 아우터로 노출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메탈릭
지난가을 인기를 얻은 메탈릭의 인기는 2024 파리 올림픽의 기대감으로 올봄 새로운 엔진을 달았습니다. 스팽글, 라메, 메탈릭 소재가 액세서리를 벗어나 룩 전체로 번진 거죠. 랄프 로렌에서는 크리스티 털링턴이 리퀴드 골드 드레스를 입고 조각상 같은 자태를 뽐냈고, 베르사체에서는 클라우디아 쉬퍼가 체커보드 스타일에 체인을 연결해 유연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크래프트의 시대
클래식의 회귀는 수공예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냈습니다. 특히 마티유 블라지의 영리한 트릭은 보테가 베네타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죠. 가죽으로 만든 플란넬 셔츠와 데님 팬츠를 입은 케이트 모스로 데뷔전을 치르는가 하면 2024 S/S에서는 폼폼 장식의 네트 드레스와 깃털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프린지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글렌 마르탱은 재고가 없는 데님과 저지를 잘게 찢어 페인트칠 효과를 낸 파티 드레스를 만들고,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녹여 재킷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난여름부터 이어진 크로셰를 활용하거나 레이저 커팅 가죽으로 공예 분위기를 더한 브랜드도 많았죠. 수공예에 대한 탐닉은 어디까지 갈까요?
재즈 에이지
1920년대 재즈 시대의 프린지가 이토록 우아했나요? 봄을 맞아 캐서린 크리스털 휠, 메탈 프린지, 반짝이는 그로밋으로 장식한 프라다의 제안은 환상적인 테일러링으로 완성되었죠. 금빛 프린지, 반짝이는 헤드피스,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로 시즌 내내 이어져온 이 트렌드는 이제 2024년 가죽 헛간 재킷과 블레이저로 리믹스되어 프린지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있습니다.
돌아온 1990년대 미니멀리즘
전 세계가 다른 결의 경기 침체로 접어들면서 대담한 로고 플레이나 화려한 컬러감은 사라지고 신중한 시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절제된 라인을 선보인 피비 파일로의 10월 컬렉션이 이를 확실히 보여줬죠. 이 분야의 확실한 아이콘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사망 25주기가 올해라는 점은 미국 대선을 코앞엔 둔 지금, 냉철한 미니멀리즘이 가장 적절한 태도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하고요. 낙타색 펜슬 스커트, 회색 테일러링, 흰색 셔츠, 보이프렌드 스타일의 청바지를 선보인 주요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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