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위 메탈 스터드가 의미하는 모든 것
남자의 눈썹을 장식한 메탈 스터드! 시대 저항, 성별 이분법의 파괴, 자신감과 그루밍의 기여도를 내포하는 액세서리로 돌아왔다.
에머랄드 펜넬(Emerald Fennell) 감독의 2006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 <솔트번(Saltburn)>의 주연배우 제이콥 엘로디(Jacob Elordi)의 눈썹 피어싱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가 맡은 극 중 인물 ‘펠릭스’는 인기남이다. 얼터너티브 로커처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을 한 부유하고 잘생긴 옥스퍼드대 학생으로, 한쪽으로 늘어뜨린 아베크롬비 럭비 셔츠를 입고 캠퍼스를 활보한다. 새롭게 사귄 친구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역할이지만, 관객은 아무래도 그에게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특히 그의 왼쪽 이마 위, 지극히 시대에 뒤떨어진 ‘메탈 스터드’에 집단적으로 이성을 잃으면서 말이다.
엘로디의 바벨 모양 눈썹 피어싱으로 수많은 남성이 야단법석을 떠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반항적으로 보이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이 부위의 피어싱을 ‘섹슈얼’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 펜넬 감독은 영화에서 눈썹 피어싱 요소를 넣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투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2000년대 이후 잠잠해진 유행을 다시 촉발시킬 것을 깨닫지는 못했을 거다. 엘로디는 눈썹 뼈 위에 붙인 두 개의 은색 구슬 덕분인지 어쩐지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 메탈 액세서리의 장점을 알아본 사람이 그만은 아니다. 뉴욕 전역을 통해 확산되는 것은 물론 방탄소년단 정국, 세븐틴 조슈아 등 K-팝 아이돌, 그리고 젊은 세대가 모여드는 거리만 봐도 눈썹에 액세서리를 착용한 남자들을 수차례 목격할 수 있다. 눈썹 피어싱의 유행이 다시 돌아온 걸까?
“눈썹 피어싱을 하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어요.” 뉴욕의 ‘노 아이돌스 타투 앤 피어싱(No Idols Tattoo & Piercing)’을 운영하는 타비타 리(Tabitha Lee)가 말했다. “남자들은 은색 구슬 피어싱으로 1990년대 후반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행이에요.” 이 피어싱 전문가는 눈썹 피어싱의 인기 상승이 2000년대 패션의 부활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Y2K 시절을 상기시키는 ‘트라이벌 타투’도 재등장하고 있죠. 배기 스타일의 옷, 저지, 오버사이즈 의상과 함께요.”
Z세대가 SNS상에서 오래전 유행을 발굴하며 Y2K 패션은 꽤 오래 부활기를 누리는 중이다. 새로운 세대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패션 역사를 파헤치며 영감을 얻는다. 타비타 리는 2000년대의 부흥에 그 시대 음악에 대한 재발견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한다. “특정 아티스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다시 유명해지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은 아샨티(Ashanti), 마이아(Mya) 같은 R&B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죠. 그러면서 힙합 가수 시스코(Sisqó)처럼 은발에다 눈썹에 링 피어싱을 착용한 아티스트를 보게 되고요.”
토론토에서 ‘예스 일렉트릭 타투(Yes Electric Tattoo)’를 운영하는 에이버리 시빌(Avery Civil)은 눈썹 피어싱의 귀환은 전적으로 199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붐을 일으킨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 ‘뉴 메탈(Nu Metal)’의 부활 덕분이라고 확신한다. “머드베인(Mudvayne),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가 떠오릅니다. 최근 등장한 아티스트 킴 드라큘라(Kim Dracula)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죠.” 뉴 메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BEEF)>에서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곡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고, Z세대는 데프톤즈(Deftones)의 곡을 들으며 그들의 미학을 공유한다. 10대의 고뇌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니까.
하지만 남자들을 현혹하는 엘로디의 피어싱은 기존 트렌드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시빌은 그 장신구가 현재 인기를 구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피어싱이 지닌 젠더 뉴트럴, 즉 중성적 매력 때문이라고 자신한다. 최근 몇 달 사이 눈썹 피어싱을 원하는 남성이 늘었지만, 고객 대부분이 ‘논바이너리(Non-binary,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사람)’다. “피어싱에는 성별 구분이 없어요. 특정 성별을 받아들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이 위안을 찾는 대상이죠.”
눈썹 피어싱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펑크 운동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인습 타파, 타인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던 197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뉴 메탈 밴드와 ‘포스트 그런지 밴드’, 잘생긴 외모의 밴드 사이에서 개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보이 밴드 멤버들이 피어싱을 선택하며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이 흐름은 개인에 따라 ‘에지 있는’ 반전을 더하는 스타들이 늘면서 눈썹 피어싱을 연출했고, 2019년 저스틴 비버가 오른쪽 눈썹에 세로로 스터드를 붙인 셀피를 뽐내며 잠시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2010년대에는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모두가 고통받던 팬데믹 기간 동안 눈썹 피어싱은 컴백의 조짐을 보였다. “최근에는 대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사람이 눈썹에 시술을 원하고 있어요.” 뉴욕의 피어싱 전문가 로비 밀리언(Robbie Milian)은 말한다.
스물세 살의 허트 로버츠(Heart Roberts)는 봄에 세로 모양으로 눈썹 피어싱을 새롭게 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 디자이너에 따르면 재봉틀에 손이 말려드는 사고를 겪은 뒤 눈썹 피어싱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떤 고통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가 웃으며 덧붙였다. “게다가 눈썹 피어싱을 한 제 모습이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얼굴에 금속을 끼우고 있다는 컨셉만으로 특별한 멋이 느껴졌습니다.”
로버츠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후반의 투지 넘치는 패션 에디터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당시에는 피어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어요. 펑크와 그런지 문화의 주요 부분이었으니까요. 저는 펑크 미학을 지닌 쪽이죠.” 그는 최근 젊은 세대가 겪는 세상 안팎의 소란스러운 상황이 이 트렌드의 부흥에 일조하며, 그들에게 깊이 공감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어두운 시기에 있다고 여겨요. 경제는 엉망이고, 모두가 전쟁 중이며,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혐오하며 싸우죠. 지금은 모든 것이 복숭아색이나 크림색처럼 부드럽고 따뜻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더 어두운 미학에 끌리는 ‘다크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눈썹 피어싱은 개인적인 이야기 그 이상, 현대의 존재를 특정 짓는 많은 의미를 담는다. 즉 모든 것이 엉망이고 짜증 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물론 눈썹 피어싱이 남자들에게 섹시해 보인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사실이 있다.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잘 가꾼 피부와 옷차림이다. 남자의 외모에 과하지 않은, 적당히 대담하면서도 맵시 있는 에너지를 더한다. “지저분한 수염, 관리하지 않은 외양의 누군가가 눈썹 피어싱을 한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거칠고 센 이미지를 연상할 거예요. 실상은 눈썹 피어싱을 연출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을 꽤 많이 들인 거죠.” (VK)
- 글
- ALEX NINO GHECIU
- 포토그래퍼
- 최나랑
-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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