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강수진, “Life goes on!”

기적의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의 수장이 되기까지, 변함없이 선명하고 또렷한 강수진의 꿈.

패션 화보

강수진, “Life goes on!”

기적의 발레리나에서 국립발레단의 수장이 되기까지, 변함없이 선명하고 또렷한 강수진의 꿈.

세계 곳곳의 화려한 무대를 누비던 발레리나 강수진. <보그>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고혹적이다.

세월의 무게를 담담히 받아들인 그녀의 얼굴과 오랜 세월 무용으로 다진 작고 아담한 몸매에서는 당당함과 우아함이 엿보인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녀의 용모와 애티튜드는 세련된 로로 피아나의 철학과 많이 닮았다.

실크 새틴으로 완성한 블라우스와 롱스커트에 레깅스를 믹스 매치했다.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로 완성한 터틀넥 니트와 니트 조거 팬츠.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블랙 실크 블라우스와 잔잔한 프린트를 입은 실크 롱스커트.

여유로운 실루엣의 니트 카디건과 스커트에서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묻어난다.

화려한 무대의상이 아닌 수트 차림의 강수진에게선 또 다른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따뜻한 브라운 컬러 수트는 울과 캐시미어 플란넬 소재로 완성했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로로 피아나(Loro Piana).

이번 생은 발레리나 발레가 운명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어머니의 권유로 타이밍 좋게 시작한 도전이었고, 충분히 즐겼다. 새로운 내 모습도 많이 알게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작품을 하며 역시 드라마 발레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코미디 발레에 도전한 후 나의 유머러스한 면을 발견한 것처럼. 표현도 다양해지고 사랑도 많아졌다. 국립발레단에 있는 지금은 나의 조언이 보탬이 되어 성장하는 제자와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감사하다. 거기에서 또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나의 커리어 하이 사람들은 ‘강수진’ 하면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공동 우승과 브누아 드 라 당스(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상으로 1999년 한국인 최초로 강수진이 수상한 후 현재까지 김주원, 김기민, 박세은까지 네 명의 한국인이 수상했다)를 떠올린다.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는 상징성 때문일 거다. 하지만 Life goes on! 계속 나아가야 한다. 매 순간이 커리어 하이라는 생각으로.

<오네긴>의 타티아나 수많은 역할을 연기했지만 은퇴작으로 고른 <오네긴>은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할 수 있고,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 작품이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타티아나로 무대에 설 때마다 발레리나로 살 수 있어 참 행복했다.

생애 최고의 조언 현역 시절 발레단 리더가 해준 “You have to know what you want to(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해)”라는 말을 가장 자주 떠올렸다. 결국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하는 법이니까. 돌이켜보면 인복이 참 많은데, 고등학생이었던 나를 스카우트한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장 마리카 베소브라소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 마르시아 하이데 등 좋은 타이밍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Today Is a New Day 여전히 매일 아침마다 되뇌는 말.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지만 변수는 늘 존재한다. 단체장으로 살아가는 지금은 내 일만 잘하면 되는 무용수 시절보다 그런 변수에 촉각을 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다시 시작’이라는 말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사람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다시 동기를 부여해주는 말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최초 4연임 2014년에 처음 국립발레단장 및 예술감독으로 부임할 때부터 지난해 4연임이 확정됐을 때도 목표는 한결같았다. 국립발레단의 성장과 발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말이다. 서로 다른 취향의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용수들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한다. 레퍼토리도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국립발레단만의 안무와 공연을 갖추기 위해 시작한 ‘KNB 무브먼트 시리즈’가 벌써 9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올해 역시 파리 올림픽 기념 공연과 영국에서의 공연 등 설레는 일정이 많다. 여전히 발레 생각뿐이다.

소통왕 리더 무용수와 발레단 직원을 존중하되 하고 싶은 말은 한다.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변함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그 말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타이밍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조언도 환영한다. 평소 발레단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단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니까. 조언을 듣고 진실하게 실천하는 사람은 결국 빛을 본다고 믿는다.

예술가에게 타고난 자질보다 중요한 것 동생들과 남편까지, 주변에 예술가가 많은데 다들 자기만의 개성이 확실하고 ‘크레이지’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빛나는 재능도 퇴화하는 법이다. 나 자신을 믿되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모든 지난한 과정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나? 그렇다면 밀어붙여라. (VK)

포토그래퍼
박배
패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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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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