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아이슬란드, 세상의 끝에서 만난 것

2024.04.03

by 류가영

    아이슬란드, 세상의 끝에서 만난 것

    땅끝에서 만난 푸른 물과 얼음 조각 그리고 뜨거운 생명력. 자유분방한 사진가이자 코스메틱 브랜드 ‘로우스’ 창립자 누리아 발의 아이슬란드 여행 서사시.

    Skógafoss 스코가포스
    “영화 〈쥬라기 공원〉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전율하게 되는 웅장한 폭포예요. 그 강렬한 존재감은 사진으로 결코 온전히 담아낼 수 없죠. 효과적인 동선을 중시하는 여행자라면 예퀼사우르들론으로 가는 길목에 들르는 것을 추천해요.”
    Blue Lagoon 블루 라군
    “이미 아주 유명하지만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어요. 블루 라군의 초현실적이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는 감각의 경이를 느끼게 해주거든요. 저만의 팁이 있다면 공항으로 향하기 직전이나 땅거미가 지고 별이 뜰 무렵인 저물녘에 방문하는 거예요. 운이 좋으면 따뜻한 물속에서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사진가 누리아 발(Nuria Val)은 긴 다리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열정적인 여행자다. 수많은 여정 가운데 10년 전 아이슬란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낀 충격은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와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죠. 분명히 지구에 있지만 다른 행성에 착지한 것 같았어요. 모든 풍경이 충격적으로 비현실적이었거든요.” 지난 10월, 그녀는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다시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기운으로 가득한 낯선 땅의 감각과 풍경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담아냈다. 어느덧 아이슬란드의 대표 관광지가 된 블루 라군부터 아는 사람만 안다는 동네 와인 바까지, 누리아의 사진은 아이슬란드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장소를 비춘다.

    “빛이 흐드러지는 시간에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해가 뜰 때와 질 때가 그런 시간이죠.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진 빛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했어요.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이른 아침, 겨우 드러난 빛을 최대한 살려서 촬영했죠. 그럴 때마다 구름이 땅에 아주 가까이 드리운 모습이었는데 그 광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누리아가 회상했다. 물론 이번 여행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레이캬비크에 있는 덴마크 가구 브랜드 노르11(NORR11) 매장에서 그녀가 론칭한 식물성 화장품 브랜드 ‘로우스(Rowse)’의 팝업 스토어가 열린 것이다. “항상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왔어요. 제 브랜드의 정체성과 모든 이미지는 전부 자연으로부터 기인하는데 로우스의 팝업 스토어 역시 아이슬란드 풍경의 일부처럼 보이길 바랐죠.” 자, 이제 누리아가 아이슬란드에 남기고 온 발자취를 그녀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낱낱이 공개한다. 언 땅에 새긴 그녀의 자유분방한 행적을 따라 당신 또한 새로운 여정을 꿈꿔보길. (VL)

    Arnarstapi 아르드나르스타피
    “아이슬란드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어촌으로 빛에 따라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곳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이유 없이, 시시때때로 바깥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그저 눈에 담기만 하면 되죠.”
    Jökulsárlón 예퀼사우르들론
    “민트색 빙하 조각이 둥둥 떠 있는 예퀼사우르들론에서는 아름다운 얼음의 춤사위를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본 기억이 나요. 수정처럼 맑은 바다가 얼음 조각을 반사하면서 초현실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졌죠.”
    The Black Church of Budir 뷔디르 검은 교회
    “꿈을 꾸는 것이 아니었어요. 햇빛조차 낮게 깔린 어느 날 오후, 황금빛 들판이 거칠게 요동치는 풍경에 드러난 뷔디르 검은 교회가 여전히 특별한 잔상으로 남아 있어요.”
    Reykjavík 레이캬비크
    “레이캬비크의 오래된 항구에서는 신선하고 풍미 가득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데 레스토랑 시 바론(Sea Baron)에서 먹었던 랍스터 수프는 가끔 참을 수 없이 그리워요. 또 와인 바 티우 소파르(Tíu Sopar)는 타파스에 진심인 사람들과 내추럴 와인 애호가에게 특히 사랑받는 안식처죠.”
    Hallgrímskirkja 하들그림스키르캬
    “하들그림스키르캬 교회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중 하나예요. 탁 트인 스카이라인과 대비되는 뾰족한 형태의 외관이 무척 아름답죠. 아이슬란드의 차가운 바람을 피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곳이에요. 저 역시 슬그머니 들어가 성가대의 합창을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인 시간이었어요.”
    Gunnuhver Hot Springs 귄뉘크베르 온천
    “귄뉘크베르 온천 한가운데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수증기와 보글보글 끓는 온천수가 이루는 장관을 보고 있으면 인류의 기원으로 돌아가 지구의 맥박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Ásmundur Sveinsson Sculpture Museum 아우스뮌뒤르 스베인손 조각 박물관
    “고대 유물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모두 만날 수 있어요. 에로(Erró), 캬르발(Kjarval), 박물관 이름의 주인공인 조각가 아우스뮌뒤르 스베인손 등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예술가뿐 아니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도 많죠. 박물관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 정원도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요.”
    Hvammsvik Hot Springs 크밤스비크 온천
    “조용하고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특별한 온천이에요.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며 험준한 산이 이루는 경치를 바라보면 원시의 야생성이 느껴지죠. 온천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갔다가 다시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풍덩’ 잠수한 다음 개운한 기분으로 크밤스비크의 레스토랑에서 상큼한 오렌지 주스와 싱그러운 브런치를 음미하면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 거예요.”
    Seltún Hot Springs 셀툰 온천
    “셀툰 온천은 땅에서 열기가 솔솔 피어나는 이상한 나라였어요. 거칠게 호흡하는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지구가 얼마나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지 오롯이 느낄 수 있었죠. 색채, 냄새, 열기, 모든 것이 뒤섞인 생경한 풍경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사진
    NURIA VAL
    FLORENCE O’CON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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