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코 다이빙부터 AI 가이드까지, 2024 여행 트렌드 17

2024.04.04

by 김나랑

    에코 다이빙부터 AI 가이드까지, 2024 여행 트렌드 17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다이빙부터 집을 바꿔 살아보는 홈 스와핑까지, 〈보그 라이프〉가 올해 여행 트렌드를 말한다.

    2022년이 여행 회복의 해였다면, 지난해는 어느 때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나는 해였다. 여행자들은 북극 탐험, 럭셔리 요트 크루즈, 최초의 우주여행 등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하늘, 철도, 도로, 바다로 향했다. 올해 여행에는 새바람이 분다.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그 계획의 중심에 둘 것이다. 깊이 있는 경험,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여행을 마친 후에도 지속되는 웰니스(건강하고 행복한 삶)를 충족하는 순간 말이다. 느긋하게 고독과 별을 즐기고, 새롭고 흥미로운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며 자신만의 웰니스에 몰두할 것이다.

    에코 다이빙

    스쿠버 센터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얼마나 고려하는지를 기준으로 다이빙 포인트를 선택하고, 여행을 마친 후 바다의 회복에 집중하는 다이버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영국의 해양 생태 자선단체 리프 월드 재단(Reef-World Foundation)은 다이버의 95%가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운영 업체에 예약하고 싶어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다이빙 강사 협회(Padi)는 지난해 4월 22일 세계 지구의 날에 유엔 환경 계획 및 리프 월드 재단과 함께 에코 센터 인증을 시작했다. 센터 운영자들이 이 친환경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환경 발자국을 줄였다는 증거 제시를 비롯해 매우 엄격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초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11개에 불과하던 참여 업체가 현재 100개에 달하며, Padi는 2030년까지 회원사 10분의 1에 해당하는 660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카리브해와 함께 동남아시아에 가장 많은 업체(20개 이상)가 있습니다.” Padi의 줄리 앤더슨(Julie Andersen)은 말한다. 이 인증으로 다이버와 그들의 여행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에코 센터에 따라 수행하고 보고하는 보존 작업의 유형이 다릅니다. 카리브해의 업체는 해안선 재생의 핵심인 산호 이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멕시코 바하에서는 고래 보호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민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앞으로 모든 다이버가 어디서든 수강할 수 있는 Padi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많이 출시될 것이다. 오는 8월에 시작하는 전 세계 상어와 가오리 조사(Global Shark and Ray Census) 프로그램, 12월 전에 다시 열리게 될 산호초 보존 스페셜티 코스 등이 포함된다.

    천체 명상

    천문학은 문명이 시작된 이래 존재해온 학문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고 정신적인 안정을 취했다. 사회가 어느 때보다 확장된 가상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수록 우주에서 우리의 지평을 더욱 넓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천체 관광은 말 그대로 천문 현상을 관측하는 여행이다. 공해와 인파, 교통 체증이 없는 곳에서 오로지 저 멀리 있는 하늘에만 집중하며 몇 시간 동안 머리 위의 별, 행성, 별자리를 바라볼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웰니스 맞춤형 호텔과 스파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투숙객은 그곳에서 혜성과 별자리를 관측하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의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영국의 포트 림(Port Lympne) 호텔은 룩아웃 버블(Lookout Bubble)이라는 이름의 버블 모양 유리 돔 객실을 오픈했는데 투숙객은 여기서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아라비아만 동쪽에 자리한 줄랄 웰니스 리조트(Zulal Wellness Resort)는 광활한 카타르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하늘 때문에 점성술에 필요한 별을 읽기에 적합한 장소이기도 하다.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려는 가족들과 어린이들은 이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전용 워크숍과 별 관측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사파리 운영 회사 데저트&델타(Desert&Delta)는 보츠와나와 나미비아에서 별을 감상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 상품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염전으로 꼽히는 막가딕가디판(Makgadikgadi Pans)처럼 외진 곳에 텐트를 치고 밤하늘의 별빛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에 있는 사파리 캠프 츠왈루(Tswalu) 역시 코란나버그(Korannaberg)산의 나무 데크에 별 관측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올해는 놀라운 일식에서 화려한 유성우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천문 현상이 예측되는 해이며, 게다가 영국 유력지 <가디언>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다음 흑점 극대기(11년의 태양 활동 주기 중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홈 스와핑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늘면서 해외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비싼 숙박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 스와핑은 한 번에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해외에 있는 집을 무료로 빌리고 그 대가로 자신의 집을 제공하는 완벽한 솔루션이다.

    휴가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홈 스와핑은 비싼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현지인의 집에서 무료로 숙박하는 것을 의미하는 카우치 서핑과 집 바꾸기의 개념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왔지만, 새로 나타난 깔끔한 플랫폼 몇몇이 오늘날 홈 스와핑의 모습을 재정의하고 있다. 리스본과 로스앤젤레스처럼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운영되는 트윈 시티는 불과 8개월 만에 1,100명 이상의 엄선된 사용자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연회비 150파운드(약 25만원)를 내면 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다른 도시의 트윈 시티를 찾을 수 있으며, 회원은 그들의 집뿐 아니라 그들 도시에 있는 현지 추천 집을 교환할 수 있어서 낯선 사람이 아니라 친구와 교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교환한 집에서 보낸 숙박 일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킨드레드라는 홈 스와핑 플랫폼은 올해 미국과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현재 50여 개 도시에 1만여 집이 등록되어 있다. 회원은 숙박 일수에 따라 청소와 서비스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고, 숙박 비용은 무료다. Z세대는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집 교환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영감을 받은 트렌드 해시태그 #houseswap와 #homeswap는 각각 2,300만 회와 2,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사용자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의 집을 광고하고, 그들과 집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고, 그 과정에서 겪은 모험을 기록한다.

    기차역 미식

    기차역은 가능한 한 빠르게 지나치는 곳이다. 사람들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설계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착이 잦아지고 여행객이 현지인의 경험을 더 원함에 따라 기차역은 여행객이 둘러볼 수 있는 상점, 레스토랑, 바를 갖추며 변모하고 있다.

    여행객을 더 많이 수용하고 오래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기차역을 개조하면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현지 레스토랑과 바가 입점했다.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뉴욕의 모이니핸 기차역에는 인기 있는 데드 래빗(Dead Rabbit)을 만든 팀이 문을 연 두 번째 바, 아이리시 엑시트(Irish Exit)와 본드 스트리트에 본점이 있는 트렌디한 요노 스시(Yono Sushi)가 입점했고, 뉴욕의 인기 레스토랑 파스트라미 퀸(Pastrami Queen)과 제이콥스 피클스(Jacob’s Pickles)의 소규모 분점이 들어서 있으며, 멕시코 요리로 유명한 라 에스키나(La Esquina)도 오픈했다. 토론토의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은 리노베이션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현지 인기 식품 소매업체인 마노타스 오가닉스(Manotas Organics), 쇼콜라타 브리가데이로스(Chocollata Brigadeiros), 패티즈 익스프레스(Patties Express), 키보(Kibo)와 함께 유니온 마켓을 오픈했다. 한편 서머싯의 캐슬케리 역은 올해 개장을 목표로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인데 인근의 뉴트 호텔이 주도하는 유제품 생산 판매점, 카페, 공유 오피스 등이 조성된다. 또한 향후 몇 년 안에 필라델피아 30번가 역의 리노베이션이 완료될 것이며, 여기에는 지역 조달 업체에 초점을 맞춘 컨세션 사업장을 20% 늘릴 계획도 포함된다.

    스포츠 관람

    스포츠 여행은 더 이상 축구 경기에 집중하며 맥주를 있는 대로 마시는 데 열중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화려한 TV 다큐멘터리 <포뮬러 1: 본능의 질주> 덕분에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팬이 등장하면서 진화해왔다. 이제 팬들은 집 밖으로 나와 전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서 이국적인 현지에서 경기, 레이스와 기타 행사를 관람하는 휴가를 계획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알려진 작은 이벤트가 올해 스포츠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7월 말 파리에서 개막해 9월 초까지 진행되는 대회 기간에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프랑스 수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로 14억 유로 규모의 센강 정화 사업 같은 도시 전체 프로젝트를 계획했으며,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00년 만에 처음으로 센강에서 일반 대중이 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올해 처음으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며, 참가자들은 피렌체에서 출발해 아드리아 해안의 리미니, 에밀리아로마냐를 거쳐 아펜니노산맥 북쪽으로 향한다. 라이드 인터내셔널 투어와 라이드 홀리데이 같은 여행사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그 경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 지역의 새로운 자전거 루트를 설계했다.

    쿨케이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름휴가는 모래사장을 누비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정반대 여행을 떠올리고 있다. 바로 사람이 덜 붐비는 적당한 온도의 시원한 곳으로 떠나는 휴가, 즉 쿨케이션(Coolcation, Cool과 Vacation의 합성어)을 즐기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2022년 7월 영국은 40도가 넘는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으며, 지중해 연안의 유럽, 북미,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숨 막히도록 더웠던 지난여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많은 여행객이 7~8월에 프랑스 남부나 시칠리아 같은 말 그대로 핫스폿으로 여행을 예약하기 전에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 것은 당연하다. 럭셔리 여행 네트워크인 버추오소(Virtuoso)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고객의 82%가 올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의 여행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인트레피드 트래블(Intrepid Travel)에 따르면 인기가 급상승하는 라트비아와 함께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코틀랜드가 인기 여행지로 꼽혔다. “북쪽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와 발트해 연안 국가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데 과하지 않은 스타일의 휴가를 제공하면서도 아름다운 해변과 숲, 호수가 있어 휴식과 모험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젠트 홀리데이스(Regent Holidays)의 안드레아 고드프리(Andrea Godfrey)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원한 날씨는 특히 가족 여행에 적합합니다. 가족 여행을 위해 여름 햇살을 만끽할 수 있으면서도 지중해 연안 해변 휴양지의 높은 기온을 피할 수 있는 여행지를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밤중에 해가 뜨는 노르웨이에서 카약을 타거나 슬로베니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하이킹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공연 팔로잉

    이제 뮤지션이 여행의 새로운 스타가 되었다. 이를 스위프트 효과라고 부른다. 여행 어드바이저 자넬 카네로(Janel Carnero)는 여행지 콘서트 비즈니스가 50% 이상 증가했는데 많은 부분을 테일러 스위프트가 주도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티켓 가격이 수천 달러에 달했지만 여전히 티켓을 구하기는 어렵다. 음악 팬들은 암스테르담이나 밀라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팝 스타의 공연을 관람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펄 잼, U2, 도자 캣, 마돈나 같은 스타들의 투어 공연이 여행 일정의 중심이 될 것이며, 음악 축제(글래스턴베리 공연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매진됐다)는 여행의 주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관광지가 아닌 지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는 여행객을 그곳으로 이끄는 중이다. 당연히 그들은 음악을 즐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호텔과 여행사는 이 점에 주목했고 무대 뒤의 VIP 경험 같은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탐험 모임, 일레븐은 최근 뮤직 위드 일레븐(Music with Eleven)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음악 산업 관계자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의 전담 팀(디셈버리스트의 기타리스트 크리스 펑크가 함께한다)은 아이슬란드 북극권 외곽의 농장에 있는 플로키 스튜디오(Flóki Studios)에서 녹음 작업에 세션으로 참가하는 등 여러 일정을 설계한다. 어느 여행업체는 관광객이 카리브해의 섬을 여행할 때 선상이나 항구에서 공연할 아티스트 라인업을 구성하기도 한다.

    장수 리조트

    장수는 <아웃라이브> 같은 베스트셀러 도서와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 덕분에 더 뜨거운 유행어로 떠올랐다. 장수 연구 및 미디어 회사인 롱제비티.테크놀로지(Longevity.Technology)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장수 클리닉에 대한 벤처 자본의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2,700만 달러에서 5,7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호텔도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최적화하는 과학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존 휴양지가 새로운 건강 훈련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심지어 고급 리조트도 건강관리 최적화 시스템을 제공한다.

    모두 알다시피 팬데믹 이후 겉으로 좋아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한 감정이 사람들에게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더 능동적으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죠.” 태국 사무이섬에 위치한 웰니스 휴양지 카말라야(Kamalaya)의 공동 설립자 카리나 스튜어트(Karina Stewart)도 말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넘어 오존 요법이나 고압 산소방 같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생체 재생 치료법을 수용한다고. 오존 요법과 고압 산소방은 카말라야의 새로운 장수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급 브랜드 호텔 역시 이런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다. 식스 센스 이비자(Six Senses Ibiza) 호텔은 최근 생명공학 기업 로즈바(RoseBar)와 협력해 투숙객에게 전체 건강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 메이본 호텔 그룹은 웰니스 기술을 선도하는 버투산(Virtusan)과 협업해 투숙객의 운동 능력 향상을 돕고 있다. 또한 포시즌스 리조트 마우이 앳 와일레아(Four Seasons Resort Maui at Wailea)에서는 넥스트 헬스 장수 센터(Next Health Longevity Center)와 파트너십을 통해 줄기세포 및 NAD+(일명 젊음의 샘) 같은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카우아이(Kauai)에 있는 원 호텔 하날레이 베이(One Hotel Hanalei Bay)의 고객들은 거품 목욕 대신 비타민 주사를 제공받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휴가를 더 많이 즐기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 될지도 모른다.

    외면받는 성수기

    최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특히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로 떠나는 준성수기 여행이 급격히 증가했다. 럭셔리 여행 전문 업체 오리지널 트래블(Original Travel)은 투명한 바다 경치가 아름다운 사르데냐와 코르시카처럼 전통적으로 여름에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떠나는 새로운 준성수기 여행 패키지를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예약이 8월보다 14% 증가한 것이 이런 결정의 이유였다.

    사회·경제·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트렌드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다. 경제 위기로 인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 될 것이다. 부킹닷컴의 올해 여행 트렌드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2%는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이 부분이 제한적인 요소라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47%는 더 저렴한 비수기에 여행을 위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준성수기 여행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유연 근무제로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실용적인 이유 외에도 감정적 동기 역시 작용한다.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해외에서 <월리를 찾아라>처럼 북적이는 해변보다는 고요한 공간을 원한다.

    AI 가이드

    2022년 초 챗GPT가 스타가 된 후, 여행객들은 여행지 결정을 위해 AI 챗봇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요 여행 플랫폼에서 예약 절차에 AI 챗봇을 도입했다. 지난해가 AI 챗봇을 통해 여행을 계획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AI가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해가 될 것이다.

    휴대폰에 내재된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한 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직원과 의사소통도 걱정 없을 테니 여행을 떠나기 더 수월해진다. 또 다른 예는 이미 사용하는 인기 앱의 AI 개인화 기능 향상이다.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최근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하고 그의 행동에 따라 제안을 하는 개인화된 AI 알고리즘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광고했다. 진짜 얼리 어답터가 기대하는 실시간 여행 개입 AI 기기는 눈으로 보는 화면은 버리는 것이다. 화면이 없는 가슴에 끼우는 핀처럼 말이다. 이들은 개인 통역사와 여행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이 개발 중이다. 이 새로운 말하기 및 투사형 AI 핀은 영화 <스타트렉>의 만능 번역기 같은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핀을 실제로 착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이전의 구글 글래스처럼 과대 포장된 것일까? 이렇게 간다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여러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AI 제품이 이동 중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이용자는 늘어날 것이다.

    맞춤형 단체 여행

    친구나 가족과 휴가를 보내려는 열망은 팬데믹 이후 더 거세졌다.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가족부터 평생의 우정을 환기하고 싶어 하는 50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맞춤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팬데믹 이후 단체 여행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지만, ‘우리끼리’ 맞춤형 단체 여행이 계속 지배적인 트렌드가 됐어요.” 현재 단체 여행이 전체 예약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블랙 토마토(Black Tomato)의 톰 마천트(Tom Marchant)는 말한다. 이 회사는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시 유 인 더 모먼트(See You in the Moment)’라는 여행 패키지 시리즈를 출시했다. ‘더 밀(The Meal, 그랜드캐니언 노스 림에서 즐기는 오지의 만찬)’부터 ‘더 챌린지(The Challenge, 페루 아푸리막강을 헤쳐나가는 래프팅)’에 이르기까지 주요 포인트를 테마로 35개 이상의 체험을 하나의 무드보드로 구성해 여행을 설계했다. 한편 다세대 여행객은 집 한 채를 빌리는 대신 그리스 섬의 멜리 온 팍소스(Meli on Paxos) 같은 단지 전체를 통째로 빌리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다른 단체 여행객이 바다로 향하면서 튀르키예식 크루즈, 이집트식 크루즈, 인도네시아식 크루즈 예약이 증가했다. 친구끼리의 맞춤형 예약도 늘었으며, 장성한 자녀를 독립시킨 부부 또한 그들만의 여행을 원한다. 50~70대 부부 모임이 준성수기에 빌라를 빌려 문화 여행을 떠나고, 주로 50~65세 여성 모임이 오랜 우정을 새롭게 다지고자 적극적으로 단체 여행에 나선다. 암 생존자와 함께 하는 맞춤형 단체 여행도 있다. 튀르키예식 목욕탕 하맘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요르단과 시칠리아를 함께 여행하는 식이다.

    세대 초월

    세대 초월(Skip-gen) 여행은 조부모가 손자와 함께 휴가를 떠나는, 다시 말해 한 세대를 ‘건너뛰어’ 함께 하는 여행을 말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손주를 위한 예약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주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떠나죠”라고 가족 휴양지 전문 회사 앤브리드(&Breathe)의 설립자 클리오 우드(Clio Wood)는 말한다.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특별히 여행 패키지를 만들었다. “세대 초월 사파리 여행은 영국에서 마이크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 여행업계에서 이미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은 세대 초월 럭셔리 여행과 비슷한 상품입니다. 조부모는 대개 70대지만 여전히 활동적이어서 전 일정을 가이드와 함께 하는 사파리 모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 부모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그들의 부모 세대(은퇴 후에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베이비 부머)의 시간과 육아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한다. 또한 기대 수명 증가와 출산율 감소로 전 세계적으로 손주 대비 조부모 비율이 어느 때보다 높다. 심지어 우리는 ‘조부모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레스토랑 경영자의 호텔

    레스토랑과 호텔은 접객 산업의 두 축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두 산업은 주로 한 부지에서 서로 얽혀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레스토랑 경영자가 호텔을 시작하거나 소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음 여행을 위해 인기 레스토랑을 예약하려고 애쓰고 음식을 통해 문화를 발견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등 음식에 초점을 맞춘 여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레스토랑 경영자들이 호텔을 열어 그곳에서 인상적인 음식을 제공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1994년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2013년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론칭한 노부(Nobu)는 이런 트렌드의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브랜드(RH, 웨스트 엘름)가 호텔을 오픈한 것처럼, 이제 외식업체도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12번이나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후보에 오른 샘 폭스가 5개 레스토랑이 있는 글로벌 앰배서더(Global Ambassador) 호텔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오픈했다. 16개 바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현지 호스피탈리티 그룹의 설립자 아르살룬 타파졸리(Arsalun Tafazoli)는 지난여름 샌디에이고에 라파예트 호텔&클럽(Lafayette Hotel&Club)을 오픈했다. 이 호텔에는 5개 레스토랑과 바가 있으며, 연말까지 2개를 추가했다. 댈러스에서는 이 지역에 10여 개 레스토랑을 소유한 하우드 인터내셔널(Harwood International)이 6월에 호텔 스웩산(Hôtel Swexan)을 열었다. 슬로베니아 루블랴나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 고스틸나(Gostilna)의 셰프 스베토자르 라스포포비치 포페(Svetozar Raspopović-Pope)의 아들 세바스티안 라스포포비치(Sebastjan Raspopović)가 운영하는 AS 호텔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호텔에는 라스포포비치 포페의 레스토랑 외에도 미쉐린의 찬사를 받은 셰프 아나 로시(Ana Roš)의 레스토랑이 있다.

    콰이어트 럭셔리

    지나친 자극의 시대, 우리가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고요함일지 모른다. 이 콰이어트 럭셔리 여행에는 한적한 친환경 리조트, 수면 휴양지, 고즈넉한 호텔, 조용한 도보 여행, 심지어 그윽한 디스코 및 콘서트 체험도 포함된다. 많은 사람이 기술 문명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 틱톡을 강타한 조용한 걷기 트렌드는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함 속에 있고 싶은 충동에 이끌린다는 것을 반영한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고요함이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편안한 음악을 감상할 때나 감상한 후 2분간 침묵 속에 있으면 음악의 진정 효과가 증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웰니스 관광이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콰이어트 럭셔리 여행은 더 지속 가능한 관광을 향한 움직임의 일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콰이어트 파크스 인터내셔널(Quiet Parks International)은 조용한 전용 공간에서 독특한 자연 체험을 제공하며 주변 야생동물을 위해 소음 공해를 줄인다. 조용하면서 더 모험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평화로운 일본 구마노 고도 순롓길을 트레킹하거나 사일런스&네이처 투어(Silence&Nature Tour)를 통해 핀란드의 북극 탐험에 나설 수도 있다.

    무계획

    여행 일정을 세세히 계획하기 위해 끝없는 스크롤을 거부하는 대신 즉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때 비밀스러운 장소가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이 나며 식상해지고, 그 주변 여행을 계획하려는 동력이 사라지면서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포모(Fomo, 유행에 뒤처질 것 같아 두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 여행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에 대항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무계획 여행이다. 부킹닷컴은 최근 영국 여행객의 50%가 올해 깜짝 여행을 예약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무계획 여행은 도착할 때까지 모든 것, 심지어 목적지까지도 알 수 없다. 고객이 극지방, 정글, 사막, 산악, 해안 등 원하는 환경을 선택하기만 하면 그 외의 모든 것은 여행사 측이 결정하는 여행 상품도 있다.

    도시 정원

    도시에 정원을 갖는 것은 꽤 좋은 생각이다. 오늘날 나무를 심는 것은 필요한 그늘을 만들고, 탄소를 저장하며, 생물 다양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도시 경관을 훨씬 더 아름답게 만든다. 1986년 12km 길이의 투리아 정원(Turia Garden)을 조성하며 도시 녹화에 발 빠르게 나섰던 발렌시아는 올해 유럽 친환경 수도로 선정되었고, 프랑스는 나무 심기가 한창이다. 올림픽이 개최될 때 파리에 가면 콜로넬-파비앵 광장, 카탈로니아 광장, 샤론 지구에서 새롭게 자라는 숲을 볼 것이다. 반면 보르도에서는 도시 냉각, 소규모 숲, 레인 가든이 포함된 그란데 네이처 프로젝트(Grandeur Nature Project)를 계획 중이다. 이 모든 프로젝트는 9월 영국 서리에서 RHS 가든 위즐리(RHS Garden Wisley)가 주최하는 2024 ISHS 그린 시티 심포지엄에서 논의한다. 한편 지난해 44도의 기온을 기록한 키프로스에서는 해변 도시 라르나카에 여름철에 맞춰 그늘을 제공하는 새로운 살리나 공원(Salina Park)이 개장한다. 브라질 리우의 오르타스 카리오카스(Hortas Cariocas)는 올해 말까지 완공될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 텃밭으로, 빈민가와 학교를 가로지르는 56개 커뮤니티 가든을 연결할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그리고 런던 킹스크로스에 자리한 10억 파운드(한화 1조7,000억원) 규모의 구글 빌딩, 즉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이 ‘옥상정원’은 11층 높이에 불과하지만 더 샤드의 높이보다 더 길게 가로로 뻗어 있다. 야생화, 잔디밭, 데크가 깔린 좌석이 있고, 5만5,000여 종의 식물과 250그루의 나무가 있는 계단식 정원이다.

    탐험가 되기

    남극으로 가는 험난한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는 장면이 수백만 건의 틱톡 조회 수를 기록하고 에베레스트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스릴을 추구하는 동시에 내면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더 개성 있고 뻔하지 않은 경험을 찾고 있다.

    물론 여기서 탐험지, 모험지란 전적으로 주관적인 개념이다. 누군가에게는 오지의 별빛 아래서 최초로 캠핑을 하거나,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고대 순롓길을 하이킹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콩고공화국의 캄바 아프리카 열대우림을 체험하는 드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벨기에 크기의 동물 보호구역을 탐험할 수 있는 단 12명 중 한 명이 되는 것이다. 한편 어떤 여행사는 아르헨티나의 외딴 미트레 반도로 떠나는 새로운 탐험과 뗏목을 타고 잉카의 신성한 계곡을 탐험하는 페루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모험은 자랑거리를 넘어 사고 확장과 스스로의 지평을 넓힌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올해 대초원에 있는 유르트에서 숙박하는 황야 캠핑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몽골도 예외는 아니다. 알바니아, 몽골, 파키스탄, 오만의 엠프티 쿼터도 점점 더 많은 여행객의 관심을 받는 곳이다. 올해와 내년 새해 전야에 남극으로 가서 우주선 모양의 시설에서 숙박하는 화이트 데저트 여행 상품도 있다. 덜 알려진 길을 택해 남극 대륙의 남쪽 해안(방문객의 99%가 남미에서 북서쪽으로 간다)을 탐험할 수 있다. 이 탐험을 통해 남극대륙의 산맥을 볼 수 있다. 진짜 탐험가처럼 주머니칼은 꼭 챙겨 가길. (VL)

      SARAH ALLARD
      일러스트
      MILAGROS P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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