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꾸뛰르적인 가족을 만나다
세실, 가이아, 아나니아, 케나… 엄마, 큰딸, 둘째 딸과 그녀의 아내.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꾸뛰르 패밀리.
오뜨 꾸뛰르 패션 위크가 끝난 7월 1일 아침. 파리 16구에 위치한 고요한 저택이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8월호이자 <보그 코리아> 창간 28주년 기념호를 위한 꾸뛰르 화보를 찍기 위해 네 명의 모델이 촬영장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굿모닝!” 화사하게 인사를 건네며 저택 안으로 들어온 여자들은 <보그> 촬영 팀 한 명 한 명과 다정히 눈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 지금 패션계의 새로운 ‘로열패밀리’로 불리는 세실 오르헤아스(Cécile Orgeas), 가이아 오르헤아스(Gaïa Orgeas), 아나니아 오르헤아스(Anania Orgeas), 케나 루(Kennah Lau)의 등장이었다.
이른바 ‘꾸뛰르 가족사진’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2024 브라이덜 꾸뛰르 캠페인이 그 시작이었다. 사진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두 사람은 어딘가 닮은 듯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건 가족으로서 우리가 지닌 가장 큰 자산이며, 평생 지켜내야 할 재산입니다. 사랑은 끝없는 슬픔이죠.” 가이아의 코멘트는 사진 속 두 여인이 모녀 사이라는 걸 짐작하게 했다. 슈퍼모델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두 여인이 엄마와 딸이라니! 이 가족에게 흥미가 생긴 건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덕질’이 시작됐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미인의 눈매에 희끗희끗 센 긴 머리가 매력적인 세실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맑고 건강한 미소를 지닌 세실은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로랑 오르헤아스(Laurent Orgeas)와 결혼해 가이아, 아나니아 자매를 낳았다. 아빠와 엄마의 유전자를 골고루 나눠 받은 이목구비에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가이아와 아나니아는 개성 있는 마스크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파리와 런던, 밀라노를 넘나들며 맹활약하는 모델로 성장했다. 두 딸의 영향 때문인지 뷰티 브랜드의 비서로 일하던 세실이 시니어 모델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오늘 <보그 코리아> 촬영을 위해서 어제 런던에서 왔어요.” 세실의 큰딸 가이아가 촬영장에 마련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가이아는 런던에서 파트너, 두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둘째 딸 아나니아는 2020년, 중국과 미국 혼혈인 모델 케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케나는 얼마 전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시사라 로랑(Sisara Laurent)의 탄생을 기념한 게시물에 “국제적이고 다문화적이며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재미있는 가족의 구성원이 된 걸 환영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 특별한 가족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
“제 딸들 정말 예쁘지 않아요?” 헤어 메이크업을 마친 세실이 모니터 화면 속 가이아와 아나니아, 케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곧이어 그녀의 포트레이트 촬영이 시작됐다. 세실은 네 명 중 데뷔가 제일 늦었지만 누구보다 섬세하고 진지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날 점심은 근처 한식당 ‘우정’에서 공수한 비빔밥이었다. 싱싱한 채소와 정갈하게 볶은 고기, 고소한 참기름으로 버무린 비빔밥을 보자마자 넷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아름다운 음식이에요!” 아나니아가 익숙한 듯 재료를 섞으며 말했다. “한국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한식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가 늘 궁금합니다. <보그 코리아>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한 번 만들게 됐군요.”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다감한 말투, 촬영에 집중하는 프로페셔널한 태도. 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가족에게서 당분간 헤어나올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VK)
- 포토그래퍼
- 레스
- 패션 에디터
- 신은지
- 모델
- 세실 오르헤아스(Cécile Orgeas@EB Agency), 가이아 오르헤아스(Gaïa Orgeas@EB Agency), 아나니아 오르헤아스(Anania Orgeas@Girl), 케나 루(Kennah Lau@City)
- 스타일리스트
- 엘레나 프살티(Elena Psalti)
- 헤어
- 올리비에 르브룅(Olivier Lebrun@Airport)
- 메이크업
- 릴리 최(Lili Choi@Callisté)
- 캐스팅
-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 프로덕션
- 배우리(Woori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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