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의 두 얼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에 담은 밀라노의 두 얼굴.
이탈리아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를 품게 된 건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 푹 빠져 있던 학창 시절, 츠지 히토나리와 번갈아 집필해 화제를 모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영향이 컸다. “두오모 앞 광장에 서자 그 장엄한 외관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정면에서 올려다보는 건물은 거대한 왕관처럼 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첨탑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그 때문인지 피렌체의 두오모보다 한층 더 화려해 보였다.” 사실 작품 속에는 피렌체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더 많았지만, 내 호기심은 밀라노에 머물렀다. 덕분에 오래전 패션 위크를 계기로 처음 방문한 밀라노에서 두오모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밀라노 대성당의 하얀 대리석은 어두운 겨울밤에도 찬란하게 빛났고, 냉정할 정도로 차가워 보였다. 모순적이지만 그마저도 조화롭게 느껴졌다.
“밀라노 특유의 정신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성적 매력의 건축물, 곡선으로 이루어진 고층 건물, 쇼핑 아케이드의 야간 풍경으로 뒤섞인 밀라노의 정서를 말이죠. 더 나아가 지오 폰티나 멤피스 그룹의 작품을 비롯한 모든 창작물에서 색감을 중요시하는 밀라노의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엄격한 도시적 본질과 풍부한 창의적 영혼의 공존. 포멜라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빈센조 카스탈도(Vincenzo Castaldo)에게 밀라노는 두오모에 대한 내 첫인상과 비슷하다.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자신이 느낀 ‘조화로운 모순’을 주얼리 형태로 구현했다는 것. 그 결과물이 바로 포멜라토의 다섯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듀얼리즘 오브 밀라노(Dualism of Milan)’다.
지난 6월 포멜라토는 밀라노의 대조적인 매력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컬렉션을 공개하는 장소로 역사적인 박물관 페르마넨테(Museo della Permanente)를 선택했다. 무용단 카타클로(Kataklò)의 에너제틱한 3D 퍼포먼스로 시작된 몰입형 행사는 다시 테이블이 길게 늘어선 공간으로 이어졌다. 카르텔(Kartell)의 마스터스 체어, 아르떼미데(Artemide)의 에클리세 램프, 그리고 지오 폰티가 제작한 지노리 1735(Ginori 1735)의 라비린토 플레이트 등 이탈리아 색이 짙은 테이블 장식은 새로운 하이 주얼리에 대한 힌트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다. 음악이 울려 퍼지며 화려한 차림의 모델이 미끄러지듯 등장했다. 나이와 피부색이 다른 모델 12명은 테이블 사이를 걸으며 51점에 달하는 매혹적인 작품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소개했다
“밀라노의 두 가지 특징은 포멜라토의 내적 정체성과 일맥상통합니다. 즉 밀라노의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정서는 하이 주얼리의 모든 제작 단계에서 완벽의 경지에 이른 포멜라토의 확실한 지식과 전문성을, 손에 잡히지 않는 밀라노의 무형적인 정서는 포멜라토 원석의 색이나 모양을 통해 감성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순간과 궤를 같이하는 거죠.” 빈센조 카스탈도가 포멜라토 언어로 재해석한 밀라노의 이중성은 ‘단색으로 이루어진 밀라노의 보물(Milan’s Monochromatic Treasures)’과 ‘밀라노의 컬러 프리즘(Milanese Color Prism)’이라는 두 가지 챕터로 나뉜다. 첫 번째 테마는 도시의 직선적이고 이성적이며 정적인 면을 반영해 정제된 디자인, 신중한 디테일, 최소한의 색 조합을 특징으로 한다. 뽀얗게 빛나는 문스톤의 신비로운 광채를 통해 밀라노의 안개를, 그레이 스피넬을 팔각형으로 배치해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유리 돔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주요 영감은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Piero Portaluppi)가 설계한 천체투영관(Planetario di Milano)에서 얻었다. 빈센조는 칠흑 같은 타히티 진주를 사용한 ‘플라네타리오(Planetario)’ 주얼리 세트로 천체에서 얻은 영감을 극적으로 그려냈으며, ‘씨엘로 스텔라토(Cielo Stellato)’ 목걸이의 커다란 별 모티브로 천체투영관을 장식하는 톤온톤 별 조각 장식에 대한 찬사를 건넸다.
두 번째 주제는 완벽하게 상반된다.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창의적이다. 다채로운 색과 유기적인 형태의 만남이다. 포멜라토는 자연 속에서 탄생한 가장 희귀하고 생동감 넘치는 원석을 사용해 색이 가진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코(Barocco)’ 목걸이. 중앙에 자리한 34캐럿의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비롯해 아쿠아마린, 루벨라이트, 차보라이트, 탄자나이트, 만다린 가닛, 그린 투르말린, 블루 지르콘이 완성하는 대담한 컬러 플레이가 감탄을 자아낸다. 원소를 형상화한 듯 포멜라토만의 고유한 바로크 컷을 적용한 원석의 자유로운 형태가 거침없는 에너지와 세련된 예술성의 조화를 보여준다. 유색 젬스톤에 대한 메종의 열정과 기량을 담은 또 다른 작품은 ‘스피넬리 디 푸오코(Spinelli di Fuoco)’ 목걸이다. 빈센조는 바로코 목걸이와 더불어 가장 제작하기 어려운 피스 중 하나였다고 고백했다. “완벽하게 똑같은 천연석을 쌍으로 찾아야 했습니다. 각각을 위한 완벽한 구조도 필요했죠. 그리고 다시 색과 모양이 똑같은 다음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답니다. 서로 다른 모양을 조금씩 조합하면서 지금의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퍼즐 같았죠.” 총 365캐럿에 달하는 238개의 스피넬 카보숑으로 완성한 퍼즐은 몸에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화염처럼 붉게 빛난다.
“5년 전 하이 주얼리에 대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철학, 창조적 비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확장하는 거죠.” 포멜라토에 밀라노는 의미 있는 도시다. 1967년 메종의 탄생지이자, 100명이 넘는 뛰어난 장인들이 여전히 이곳에 거주하며 모든 주얼리 제작 과정을 수작업으로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포멜라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가능케 하는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빈센조 카스탈도가 파리가 아니라 밀라노에서 다섯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 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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