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깨지고 삐뚜름하고, 취약함은 개성이 된다

2025.12.12

깨지고 삐뚜름하고, 취약함은 개성이 된다

예술의 다양한 속성이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그중에서도 초월성의 순간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이를테면 과거로부터 이어진 정신과 방식이 현대적으로 구현되는 풍경에서 시간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망이 느껴지죠. 또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지점에서는 완벽과 완성의 개념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예술가라는 임무를 맡은 이들이 빚어내는 초월의 순간을 전시 <Irreverent Forms>에서 다시금 목격했습니다. 내년 1월 3일까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도예 작가 세 명의 그룹전인 동시에 전시 제목처럼 전통적 공예의 관념에 도전하고 ‘불경한 형태들’을 탐구하는 실험 정신의 장입니다.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 단체전 ‘Irreverent Forms’ 모습.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 단체전 ‘Irreverent Forms’ 모습.

세 작가,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은 각자의 방식대로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예술 재료인 점토로 작업 세계를 펼쳐냅니다. 점토를 다루는 도예는 본래 예측 불가함, 균열, 순환적 성질 등에 바탕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의지만큼이나 순리를 중시하는 예술이죠. 즉 가마 안에서 굽는 시간을 통해 작품의 형태는 필연적으로 변화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균열이 생겨나고, 흙과 물, 그리고 불이라는 순환하는 자연의 요소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작가들은 이러한 속성과 과정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도예의 한계를 전복하는 방법론으로 활용합니다. 즉 완벽하고 완전한 작품을 향한 갈망 대신 불완전함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꿔 씁니다.

전통 도예 기법과 현대적 조형 언어를 결합해온 이헌정의 깨지고 삐뚜름한 달항아리 ‘Jar’는 완벽한 대칭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없이 친근하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김주리는 불에 굽지 않은 점토로 만든 집이 물속에서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휘경; 揮景(Hwigyeong)’ 연작으로 주목받았는데요. 경제 성장기에 지어진 주택들이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서울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편, 파편화된 조각들을 ‘작품화’하며 도예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김대운은 깨진 달항아리를 ‘파편의 성좌’로 재구성한 ‘Persona #2’로 전통 도예의 관습에 도전합니다.

이헌정, ‘Jar’, 2023, Clay, Glaze, 51×54cm.
김주리, ‘휘경揮景-m10’, Soil, Water, 34×36×36.5cm(dimensions variable).
김대운, 'Persona #2', 2021, Clay and Glaze, 156×100×60cm.
김대운, 'Blue Ceramic Culture Monument and Color Coordination', 2022, Clay and Glaze, 150×70×60cm.

이번 전시를 보면서 저는 예술가들이 품은 초월 의지가 곧 해방과 전복의 에너지로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완결된 작품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 예술계에서 이들이 펼쳐놓은 불완전성의 미학은 그간 인식해온 도예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합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작가의 살아 있는 이야기 역시 그 영역을 넘어 우리 삶으로 파고든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취약하면서도 순환적인 삶의 이야기(이헌정)이며, 도시 발전과 그 이면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김주리)이기도, 그리고 정상성과 공생에 관한 이야기(김대운)이기도 합니다. 이 변모의 쾌감이, 흙이 가마 속에서 아름다운 도자기로 완성되는 순간에 비해 결코 약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솔휘

하솔휘

웹 에디터

2025년 4월 <보그>에서 시작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글을 씁니다. 많이 듣고, 다니고, 읽고,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글을 재밌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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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원(미술 애호가, 문화 평론가)
사진
글래드스톤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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