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무라카미 하루키와 실험적인 하루

2026.03.27

무라카미 하루키와 실험적인 하루

불길함을 끌어안거나, 낯선 이의 머리를 말려주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에 빠져보거나. 나의 하루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전시 셋.

하루키의 하루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가 플랫폼엘에 펼쳐집니다. 플랫폼엘 개관 10주년 특별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하루키가 와세다 대학에 기증한 <노르웨이의 숲>의 40여 개국 해외 출간본과 개인 소장품, 작품 속 일러스트 등을 선보여 그의 작품 안팎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특히 그가 운영했던 재즈 카페 ‘피터캣’에서 사용했던 LP, 작품 속 커티삭 위스키와 하루키의 운동화, 마라톤 메달을 전시해 그에게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해주는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전시는 하루키가 ‘이 세상에서 내가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 200여 점과 작업 일화를 소개해 의미를 더합니다. 2014년 세상을 떠난 안자이 미즈마루는 하루키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이자 친구로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 하루키’ 같은 일상적 장면을 그려왔죠. 미즈마루는 실제로 하루키가 출전한 철인 3종 경기에 매년 동행해 그를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을 원화로 감상할 특별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하루키에게 영감받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 강애란, 김찬송, 이원우, 순이지, 한경우의 작품과 그에게 영향을 받은 뮤지션 장기하, ‘만찢남’ 셰프 조광효 등의 이야기가 전시를 더 풍성하게 채웁니다. 장소 플랫폼엘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platforml.official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 플랫폼엘 제공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미즈마루(좌)와 하루키(우). 플랫폼엘 제공
강애란, ‘The Towering of Intelligence’. 플랫폼엘 제공

불길해서 기대되는 하루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하루의 시작부터 불길한 느낌이 든다면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전시가 마인드셋에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전시 제목은 알버트 킹(Albert King)의 블루스 명곡 ‘Born Under a Bad Sign’ 가사에서 착안했습니다. ‘불운이 없었다면 나는 운이 전혀 없었을 거야’라는 가사처럼, 전시는 운과 불운을 동전의 양면과 같은 필연적 관계로 설정합니다. 미학관은 불길한 징조나 절망이 인간 존재의 조건이며, 오히려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는 관점에서 전시를 기획했죠. 이 역설적인 희망은 작가 5명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통해 제시됩니다. 이은실은 억압된 욕망과 감정을 추상적으로 번역하고, 박웅규는 종교화의 형식을 빌려 성스러움과 불결함의 경계를 탐구하며, 듀킴은 주변화된 존재를 새로운 무대에 내세우죠.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드러내는 윤미류,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의 간극을 탐구하는 이민지의 작품까지, 미학관의 확장 재개관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4월 5일까지 계속됩니다. 장소 미학관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mi_hak_gwan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전시 모습. 미학관 제공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전시 모습. 미학관 제공
‘불길한 징조 속에서 태어나’ 전시 모습. 미학관 제공

다른 하루, 다른 우리
<하루(들)>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전쟁이 일어나는 오늘의 ‘사건들’ 속에서, 개인의 하루를 우리의 ‘하루들’로 엮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두산갤러리는 전시 <하루(들)>을 통해 개인화된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며, 실험적인 하루를 제안합니다. 전시는 전형적인 전시 형태를 벗어나 글쓰기와 퍼포먼스, 워크숍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참가자들에게 예술을 매개로 한 실제적 연결을 제공합니다. 참여자가 술래가 되어 질문에 답하고, 또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워크숍 ‘술래잡기: 이어쓰는 워크숍’은 타인과 함께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는 기회가 됐죠. 4월 4일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윤마리 작가의 퍼포먼스 ‘우리두사람이우주를구성한다’에서는 참가자들이 손발톱 깎기나 몸 닦기, 머리 말리기 등의 행위를 함께 하며 사적인 순간을 공유하게 됩니다. 또 타인의 매듭에 자기 생각을 적은 천 조각을 덧붙여 땋아나가는 이솔라 통의 워크숍 ‘매듭(들) 땋기’는 4월 3일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엮인 우리의 하루들은 어떤 예술적 풍경을 이룰까요? 완성된 모습은 4월 4일 두산갤러리에서 확인해보세요. 장소 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예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doosanartcenter_gallery

윤마리(서소행 송윤아), ‘우리두사람이우주를구성한다’ 리서치 스틸, 2026.
이솔라 통, ‘Lawa-Lawa: Sa Buhol ng Hindi Tiyak’, 2025, UP Diliman, 퀘존시티, 필리핀. 사진: Trespaña
조율, 스크리닝 퍼포먼스 ‘도시 환상’ 기록 이미지, 2025, 은평구 갈현 1구역.
김성화

김성화

프리랜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전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잡지 와 기내지 에서 여행과 문화, 미식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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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플랫폼엘, 미학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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